‘노대통령 잘한다’ 20명중 1명뿐

경제의원 역량발휘? ‘YES’ 55%` ‘NO’ 35%…경제사정 ‘나쁘다’ 100%

‘노대통령은 안돼!’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여당의원들로부터도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가 지난 11월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여야 경제의원 20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노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한 명 뿐이었다.‘잘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13명(65%)으로 가장 많았고, ‘보통이다’(6명·30%)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여당의원 7명 중 1명만이 ‘잘하고 있다’고 대답, 대다수가 실망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야당의원 13명이 모두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지만 여당의 경제의원들마저도 노대통령의 경제정책에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은 충격적인 현상이다.이는 열린우리당 내 실용주의 노선을 대변하고 있는 경제인 출신 의원들의 입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이처럼 노대통령에 대해 칼날을 들이댔던 의원들도 자신들의 의정활동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항목에 대다수가 70점 이상의 점수를 줘 후하게 평가했다.특히 A+’에 해당하는 ‘90점 이상’이라고 답한 의원이 5명(25%)이나 되는 것도 이채롭다.‘나는 잘했다’ 자평이번 설문조사는 기업인, 경제학자, 경제관료 출신 의원 38명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중 20명의 의원이 설문에 참여했다. 설문에 응한 의원들의 소속 당을 보면 열린우리당 7명, 한나라당 11명, 민주당 2명이다. 응답자의 다수가 익명 처리를 원해 명단은 밝히지 않는다.경제의원들은 경제전문가로서의 자신의 능력을 웬만큼은 의정활동에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경제의원으로서의 의정활동을 평가해달라’는 주문에 응답자의 80%인 16명이 ‘70점 이상’이라고 답했다. 단 두 사람만이 자신은 ‘60점 이하’라며 고개를 숙였을 뿐이다. 이들은 둘 다 초선으로 한나라당 소속이다.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는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와는 동떨어져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대해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경제의원들이 자신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정치 환경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실제로 법률안 발의 건수를 보면 제안건수는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처리된 안건은 거의 없는 형편이고 보면 일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예를 들어 17대 국회에서는 경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재정경제위원회에 접수된 법률안 86개 중 처리된 안건은 9개에 불과했을 정도다.2005년 ‘희망없다’하지만 20명의 의원에게 ‘당신은 경제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한 의원은 겨우 55%에 그쳤다. 반면 35%는 ‘그렇지 않다’며 경제전문가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질문한 결과(주관식) 대개 ‘정쟁으로 경제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났기 때문’에 역량발휘가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의원은 “경제문제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치이슈로 편가르기를 시도하는 정부ㆍ여당의 행태상 야당의 경제문제 제기가 통할 여지가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도 “정당정치구조에서 개인의원의 역할에 한계를 느낀다”고 털어놓았으며 같은 당의 또 다른 초선의원은 “경제문제의 지나친 정치화가 근본문제”라고 진단했다.경제의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설문에 응한 20명 모두가 지금의 경제상황이 ‘나쁘다’는 데 입을 맞췄다.이중 6명이 ‘약간 나쁜 편’, 14명이 ‘매우 나쁜 편’이라고 답했다. 특히 한나라당 의원 11명 중 10명이 ‘매우 나쁘다’고 응답, 여당의원(7명 중 2명)보다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현 경제위기의 본질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도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그러나 여야간의 입장 차이는 뚜렷했다. 여당의원들은 주로 외적인 요인에 주목했다. ‘카드대란, 가계부실, 국제경기 침체’(정무위 소속 초선의원) 등 국민의 정부와 국제 경제 환경에 책임을 돌리거나 ‘경제구조 변화에 못미치는 산업구조’(건교위 소속 초선의원)에서 문제점을 찾았다.이에 반해 야당은 대다수가 현 정부의 실정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재정경제위 소속의 한 재선의원은 “현 정부 핵심세력의 반시장주의 철학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이라고 답했고 서울 강남에 지역구를 둔 초선의 한나라당 의원은 “현 정부의 좌파적인 반기업적 정책 때문” 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이러다 보니 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에서도 여야의 시각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여당의원들은 ‘민생안정, 일자리 창출’, ‘내수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 강구’, ‘차세대 동력산업 발굴’, ‘경제심리의 안정’ 등을 주문했다.반면 야당의원들은 ‘현 정부가 시장경제를 진정으로 할 의지가 있는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 ‘과감한 규제완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무리한 개혁추진 중단 및 경제우선의 국정수행’, ‘대통령이 경제회복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 등에 주안점을 뒀다.경제의원들은 다가오는 2005년에는 희망을 가질까. 조사결과는 그렇지가 못했다. 응답자의 절반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약간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의원은 20%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들은 모두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이었다. 반면 ‘크게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자 4명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었다.조사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들은 둘 다 ‘약간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경제성장률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5%인 17명이 ‘3~5%대’라고 대답했다. 이밖에 ‘3% 이하’가 10%, ‘5% 이상’을 예상하는 의원은 1명도 없었다.우려되는 점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여야간의 상황인식의 차이가 워낙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야간의 이견을 좁히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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