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카드채·LG카드 악재

신용리스크 고조, 일년 내내 살얼음판

올해도 간접투자는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1년 동안 전체 투신권 펀드에서 26조8,590억원의 돈이 빠져 나갔다. 펀드들이 운용성과 면에서는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 주식형이건 채권형이건 너나 할 것 없이 설정액 실적은 저조했다. 주식 쪽에서는 개인이나 기관이나 팔기에만 바빴지 투자 자체를 꺼렸고, 채권시장은 대형 악재를 잇달아 만나 마비상태에 빠져들기도 했다.그중에서도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만들고 투자자들이 돈을 거둬들이게 만든 일등공신(?)은 카드채와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에서 촉발됐다. 두 사건 모두 본질적으로 신용리스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올해 초 1차 카드 위기가 나타났을 때 정부와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것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인가 신용위기인가 그 성격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2차 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시장의 신뢰를 잃음으로써 새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는 신용위기임이 확인되었다.지난 3월11일 검찰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을 발표했다. 이후 한번 당기면 줄줄이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분식회계 금액은 점점 늘어났다. 한때 3년만기 국채수익률이 5.2%까지 치솟았고, 카드채 금리는 호가 9%대에 이르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MMF에서는 17조원이 빠져나가는 사태가 일어났다.한편 1차 대란을 치렀던 카드채는 11월에 LG카드 유동성 위기를 맞아 재현됐다. 이는 금융사의 LG채권 환매 요구 → 타사 채권 환매 요구 → 카드채 금리 상승 → 카드업계 유동성 위기 → 금융대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결국 LG카드 채권단과 정부가 이런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지원을 결정, LG카드를 살리기로함에 따라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서의 카드채 거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다. 다시 신용리스크가 촉발될 수 있는 불씨를 안은 채 잠자고 있다.결국 MMF 환매 사태는 1년 내내 이어진 셈이다. 11월 한달 동안 하루에 1조~2조원씩 줄어 결국 한달에 8조원이 빠져나갔다. LG카드 유동성 위기가 일단락되면서 환매사태는 진정되고 있다.이 같은 신용리스크로 인한 금융시장의 위기상황은 채권펀드로의 자금유입을 방해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채권시장과는 다른 논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미 신용리스크로 야기됐던 불안은 잊은 듯 움직이고 있다. 채권시장은 기업이 죽는가 사는가 하는 재무안정성을 중시하고 주식시장은 기업의 수익성장성이 좋은가 나쁜가를 본다. 그러나 채권시장은 그 기업이 생사의 기로에 직면한다고 판단되면 가격차이가 엄청나게 나고, 그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거래조차 되지 않으며, 한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는 데도 주시시장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그나마 올해의 신용리스크는 대우채 사태 등 IMF 때의 학습효과로 인해 가까스로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것은 면했다는 평가다.2004년부터는 채권펀드의 경우 금리상승 여부를 가장 큰 변수로, 주식시장은 내수경기 회복을 주요 변수로 고려해 투자의사를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인가. 또 다른 신용리스크가 돌발악재로 등장하지는 않을까. 일단 아직 꺼지지 않은 카드사 부실 문제가 남아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은 낙관적인 방향으로 수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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