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동영상 조명 등 ‘광고만물상’

지난해 광고시장 1천억원으로 두 배 성장… 강남역, 삼성역, 교대역은 노른자위

지하철이 광고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로 들어가는 계단에 내려서면 대형 와이드 간판이 우리를 맞는다. 개찰구로 향하는 복도의 벽면에도 화장품, TV, 영화 등 각종 광고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승강장 벽도 예외는 아니다. 전동차 내부는 말할 것도 없다. 출입문, 천장, 모서리 등 광고가 붙지 않은 면이 없고 포스터, 조명광고, 동영상 광고 등 스타일도 다양하다. 가히 ‘광고전시장’이라 불릴 만하다.2003년 지하철 광고 시장은 2002년 500억원에서 두 배 가량 신장한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하철이 속속 개통된데다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신문 등 다른 매체의 광고시장이 얼어붙었던 것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관련 업체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100여개 업체가 지하철 광고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 하지만 실제로 실적을 내고 있는 업체는 10여개 정도에 불과하고 그나마 조은닷컴, 국전, 전홍 등 상위권 5개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광고비, 역마다 천차만별지하철 광고 시장의 주체는 지하철공사, 매체대행사, 광고주 등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지하철공사는 경쟁입찰을 통해 노선, 역구내, 차량 내부 등 30여가지의 구분에 따라 지하철 광고 사업자를 선정한다. 입찰방식은 최고가 낙찰 방식이며 3년 단위로 행해진다. 사업권자로 선정된 업체는 매체대행사로 불리는데 이들은 3년간 총사용료를 월 단위로 나눠 매월 공사측에 납부한다. 예컨대 108억원에 1호선 역구내 사업권을 땄다면 영업실적에 상관없이 매월 3억원을 공사측에 납부하는 것이다.시장의 활성화에 따라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업체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이에 따라 입찰이 진행될수록 낙찰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사업권자를 교체한 3호선의 경우 전 사업연도 낙찰가 96억원에서 360억원으로, 4호선은 85억원에서 238억원, 5호선은 50억원에서 200억원, 7호선은 41억원에서 114억원으로 크게 높아졌다.홍수를 이룰 정도로 활성화되고 있는 지하철 광고의 최대 매력은 저렴한 광고비다. 지금까지 광고는 흔히 4대 매체라 불리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에 집중돼 왔다. 하지만 이들 매체의 광고비는 중소기업이나 소상인이 이용하기에 너무 비싸다. 예를 들어 저녁 황금시간대에 TV 광고를 1회 하기 위해서는 제작비를 제외해도 1,000만원 이상이 든다.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반복 방영하면 결국 수십억원을 지출하는 상황이 발생한다.1,000만원으로 지하철 광고를 한다면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지하철 광고 중 가장 비싸다는 대형 PDP 동영상 광고의 경우 20개의 PDP에 하루 78회씩 한달간 광고를 할 수 있다. 전동차의 출입문 옆에 붙은 액자형 광고의 경우 수백개를 한달간 이용할 수 있고 가로 5m, 세로 3m의 대형 와이드 컬러 광고도 10개 가량 사용할 수 있다. 전동차 한량을 통째로 빌린다 해도 노선에 따라 2,000만~3,000만원이면 한달간 광고를 할 수 있다.광고비는 광고 형식, 노선, 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광고비는 한달 단위로 정해져 있는데 가장 싼 소형 스티커는 1장에 3,000원 정도지만 가로 5m, 세로 3m 대형 와이드 컬러 광고는 최고 400만원을 호가한다. 차량 내부 광고의 경우 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출입문 옆의 액자형 광고는 3만5,000원, 천장걸이는 4만5,000원, 모서리 광고는 1만5,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차량 내부 광고는 노선별 차이가 거의 없지만 역구내 광고는 얘기가 다르다.광고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노선은 2호선이다. 하루 이용자가 300만명 이상으로 1호선 60만명, 3호선 115만명, 4호선 130만명에 비해 월등히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 이용자가 20만명 이상인 강남역과 15만명에 육박하는 삼성역, 교대역 등 ‘노른자위’ 역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줄을 서야 할 정도라는 것. 더욱이 이들 역의 이용자들은 젊은층이 주류를 이뤄 타깃 마케팅을 하려는 기업들에 더욱 인기가 높다. 같은 2호선이라 해도 강남역과 뚝섬역의 광고비 차이는 최대 6배까지 난다.값이 싸지만 광고효과는 높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다른 매체의 광고는 흘러가기 때문에 인식률이 낮지만 지하철 광고는 한곳에 일정기간 부착돼 있는데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경우 매일같이 같은 노선을 이용하므로 반복적으로 같은 광고를 보게 돼 광고효과가 높다는 설명이다.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최근 업계의 분위기는 위기감이 감돈다. 사업권료가 크게 상승해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광고유치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조은닷컴의 박성욱 상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월 10%가량씩 물량이 빠지고 있다”며 “특히 광고주가 중소기업인 경우 도산한 곳도 많아 수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사용료 급상승이다. 사용료가 오른다고 광고비를 올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전의 김성일 국장은 “과당경쟁은 기본적으로 업계의 책임이지만 공사측도 과당경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입찰 기준의 다각화와 광고판매량에 따른 사용료 책정 등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INTERVIEW | 노수용 엠튜브 사장“실시간 방송 2호선에도 선보일 것”지하철 3호선에는 다른 노선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천장에 매달린 LCD 모니터가 그것이다. 이 모니터는 하루 18시간 동안 뉴스, 드라마, 스포츠, 영화, 정거장 안내 등을 방영한다. 놀라운 것은 이들 콘텐츠가 저장된 것을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무선네트워크를 이용,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다는 점이다. 엠튜브는 이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업체다.“지하철은 고전압, 고소음, 고속운행 등 실시간 방송을 구현하는 데 매우 열악한 환경인데다 방송신호를 모든 전동차에 균일하게 전송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어려웠습니다. 기술개발에만 1년이 넘게 소요됐습니다.”엠튜브는 2002한ㆍ일월드컵에 맞춰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드컵 경기를 지하철에서 생중계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의도였다. 예상대로 3호선의 실시간 방송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매출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아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익원인 광고영업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지난해 상반기부터 한 프로그램당 2~3편의 중간광고를 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유음(有音)방송을 하면서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올랐지요. 요즘에는 방영횟수를 늘려달라는 광고주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요. 올 하반기에는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지하철 광고업계에서 최대 노른자위로 꼽히는 2호선이 아니라 3호선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 “방송을 하려면 천장광고를 철거해야 하는데 2호선의 경우 기존 사업자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서 3호선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2호선 사업도 공사측과 협의를 하고 있어 올 하반기에 윤곽이 드러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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