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TV와 PC 융합 ‘원년’

TV는 홈시어터 시장 확대, PC업계 홈네트워크 시장 진출 러시

2003년 전세계 PC시장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1억5,000만대로 추정된다. 특히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으로 나뉘는 이 시장에서 노트북의 약진이 돋보인다. 전체 시장에서 노트북의 비중은 2001년 20% 수준에 머물렀지만 2003년에는 24%, 2005년에는 26~27%대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모바일PC 시장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2003년에는 인텔이 모바일용 CPU인 센트리노칩에 대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인데다 무선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등장해 모바일PC시장이 급속한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PC 교체주기 갈수록 길어져PC시장은 점진적으로 모바일 네트워크(Mobile Network) 환경으로 변해가는 양상이다. PC의 보급률이 선진국의 경우는 70~80% 수준에 이를 정도로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에 신규수요보다는 교체수요에 의존하는 특성이 있었다. 하지만 PC를 교체하는 소비자는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이는 PC의 교체주기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기존의 PC를 고성능 PC로 교체하는 업그레이드 사이클(Upgrade Cycle)이 90년대 후반의 경기회복기에는 2~3년의 주기로 나타났다. 하지만 1999년 Y2K 당시 대대적인 교체 이후 업그레이드 사이클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두 자릿수 고속성장을 이어가던 PC시장은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PC업체들의 실적부진은 PC업체들간의 합병으로 이어졌는데 지난해에는 급기야 세계적인 PC생산업체인 HP와 컴팩이 합병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올해 PC업체들은 모바일PC 시장 창출과 디스플레이산업의 발전에 따른 다양한 수요 기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부환경에서의 네트워크 개념을 가정과 사무실 안으로 끌어들이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생활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디지털TV 시장의 확대에 따라 PC업체들의 TV시장 진출이 올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PC생산업체인 게이트웨이는 이미 2002년에 진출했으며, 전세계 1위 업체인 델컴퓨터도 TFT-LCD TV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HP도 올해부터 TV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모토롤러도 TV생산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이 같은 PC 및 정보통신업체(IT업체)들의 TV시장 진출은 단순히 가전시장에 진출한다는 사업다각화의 의미라기보다 두 가지의 시장변화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첫째는 IT산업에서의 융합ㆍ복합화(Convergence)에서 찾을 수 있고, 둘째는 네트워크 환경에서 가정 내의 모니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TV산업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IT산업의 융합화는 다양한 소형제품들의 발전 양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와 디지털캠코더 분야에서는 대형 사이즈의 모니터와 고선명도를 지원하는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더욱 생생한 화면을 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PC용 모니터로서의 한계는 17인치대로 인식되고 있지만 20, 30인치대의 대형 모니터도 조만간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대형 모니터 한가지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TV 기능 등 부가적인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원한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가 기존의 브라운관(CRT)에서 TFT-LCD 등 평면디스플레이(Flat Panel DisplayㆍFPD)에 기반한 제품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또 다른 요인은 네트워크 환경의 발전이다. 모바일PC의 발전과 고속 네트워크라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근거리 통신망 및 홈네트워킹 기능의 발전속도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업의 네트워크 구축에서 경험이 많은 PC생산업체들은 가정의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하는 데 자사가 우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가정 내의 모든 디지털 가전기기를 연결하는 홈네트워크에서 거실에 놓는 TV는 네트워크의 서브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셋톱박스 등을 이용해 네트워크 기능을 대폭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TV, 정보가전 탈바꿈신규시장 확대 전략을 위한 TV 생산의 본격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장기적인 사업전략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PC 등 IT기업들의 TV시장 진출은 올해 본격화되고 2005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기존에 TV를 생산하던 가전업체 입장에서는 경쟁자들의 증가는 새로운 경쟁요인의 발생을 뜻한다. 하지만 가전업체들은 기존 마케팅 네트워크, 화질구성 능력, 소비자 인지도 등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당분간 우월적 지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경쟁구조의 심화는 피할 수 없겠지만 쉽사리 시장을 내주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TV생산업체들은 디지털TV와 평면디스플레이라는 두 가지 시장 드라이브를 활용하고 있다. 전반적인 TV시장 확대요인은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방송이 확산된 데 따른 디지털TV 수요의 확대에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시장인 만큼 교체수요는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디스플레이인 평면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가전업체들은 고급형 시장의 교체수요기반에 주력하고 있다.TV와 PC의 경계가 갈수록 무너지고 TV시장에 진출하는 PC업체들도 늘고 있지만 TV생산업체들이 PC시장으로 진출하는 형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TV생산업체들은 홈네트워크 시장과 음향을 기반으로 하는 홈시어터 시장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TV시장이 대형화된 것은 프로젝션TV 가격이 인치당 50달러(50인치 2,5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형화된 TV에서 부가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홈시어터는 대당 100달러 이하의 저가형 DVD플레이어라는 디지털 소프트웨어용 제품이 보급되면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홈시어터 시장에서 기존의 TV생산업체들의 입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기존 TV생산업체들도 홈네트워크를 위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의 대표적인 가전업체들의 홈네트워크시장 확대 추진 전략은 완성단계인 것으로 판단된다. 2004~2005년에는 홈네트워크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TV와 PC의 만남은 단순히 제품간의 결합이라기보다는 시장변화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요인으로는 모바일 환경의 확산, 네트워크 기반 구축, 디지털 환경 변화, FPD 보급 확산 등의 동시 발생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올해는 TV와 PC간의 구분이 사라지는 첫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TV는 단순히 방송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에서 정보기능 및 네트워크 기능이 부가된 정보가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TV 속에 PC가 흡수되는 상황도 일어날 것이다.새로운 기능의 반도체, 소프트웨어, 주변기기들의 개발속도도 가속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정보가전으로서의 TV의 발전도 속도를 더할 것이다. 이에 따라 TV 안에 장착될 디지털TV 튜너와 저장장치인 HDD드라이브, 홈네트워크 서브용 셋톱박스 등과 같은 새로운 IT제품군들의 수요기반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PC시장은 향후 3~4년간 연 평균 5% 안팎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지만 TV시장은 연 평균 9%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평면디스플레이시장으로 구분될 수 있는 TFT-LCD, PDP TV 시장은 연 평균 성장률이 100%에 이를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IT업체들의 TV시장 진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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