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못하면 ‘수업료’ 부담 커

저임금 메리트도 줄어드는 추세… 진출기업 만족도 조사결과 40%가 ‘아니오’,

중국은 한국기업에 기회의 땅인가.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는 기업이 크게 늘면서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국내 기업들의 중국진출 역사는 이미 10년이 넘었다. 1992년 전격적인 한중수교로 물꼬를 튼 이후 ‘해외진출=중국이전’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로 이제는 해외투자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 2003년 9월 37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제조업의 생산시설 해외이전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이미 이전한 업체(27개사) 가운데 무려 85.2%가 중국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업체(115개) 가운데 73.9%가 후보지로 중국을 지목했다.대기업들의 중국진출도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는 분위기다. 국내의 대표적인 재벌그룹인 삼성, LG, 현대차 등의 주력 계열사들이 이미 중국에 자리를 잡았고, 이에 발맞춰 부품업체들도 중국 입성에 적극적이다.투자액 역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97~2002년 투자누계 기준으로 한국의 대중국 투자는 총 150억달러로 순위 면에서 미국, 일본, 대만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실제 투자액도 일본(366억달러)의 절반 가까이나 되는 수준이다.그렇다면 대중국 투자의 득과 실은 어떨까. 한국을 떠나면서 가졌던 ‘차이나드림’의 꿈은 가능할까.이와 관련, 최근 의미 있는 조사결과가 하나 발표됐다. 백권호 계명대 중국학과 교수가 202개 중국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익성에 만족한다’고 답한 업체는 59.2%로 나타났다. 나머지 40%에 달하는 업체는 ‘불만족스럽다’거나 ‘그저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다. 특히 조사대상 업체 가운데 20%는 중국진출을 후회한다고 말해 이미 실패를 자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전체적으로 중국진출에 대한 결과와 반응은 다양하다. 앞서 조사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진출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업체도 분명히 있다.의류제조업체인 A사는 성공 케이스다. 국내에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견디다 못해 5년 전 중국으로 공장을 옮겼다. 최대한 현지화를 해야 성공한다는 얘기를 듣고 한국에서는 자신과 공장장 등 최소 인원만 갔다. 원자재도 수소문 끝에 한 업체를 만나 공급받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한국 쪽에서 간 직원의 급여 등을 합치더라도 일단 인건비가 국내의 20%밖에 들지 않았고, 원자재 가격도 크게 절감됐다. 완제품의 40%는 중국에서 소화하고 나머지 60%는 동남아로 수출하는데 일찍 진출한 까닭에 순항하고 있다.중국이 국내기업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은 무엇보다 저임금이다. 조사결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단순비교시 중국 내 노동력의 인건비 수준은 국내의 10분의 1도 안된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근로자의 인건비가 시간당 9.95달러인 반면, 중국은 이의 10%도 안된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저임금은 높은 가격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원가 역시 한국보다 크게 저렴해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국내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3년 대중국 수출이 전년도에 비해 48%나 증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중국시장의 엄청난 가능성 또한 매력적이다. 중국정부는 몰려드는 해외투자를 소화해내기 위해 소비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기대 이상으로 높아 도시인구 상위 10%의 명목소득은 1,600달러에 불과하지만 구매력 평가기준(PPP)으로 본 소득은 8,70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부대개발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대형 국책사업 역시 진행 중이라 향후 중국시장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소위 삼자기업(합자기업, 합작기업, 독자기업)에 대한 우대정책도 매력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소득세를 2년간 면제해주고, 3년간 50% 감면해준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많다는 평을 받는다. 중국정부가 선정한 하이테크 품목을 만드는 기업은 추가로 3년간 50% 감면혜택도 있다. 또 생산제품의 70% 이상 수출시 우대제도가 끝나도 지속적으로 감면특혜를 준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진출 기업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자금력과 마케팅 파워가 부족하고 중국의 제도 및 법규의 이해가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소위 ‘수업료’ 부담이 큰 것으로 지적된다.중국의 임금수준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도 성공을 점점 어렵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도 있다. 아직 한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싼 것은 사실이지만 2002년 기준으로 중국의 임금상승률은 15%를 기록해 한국(12%), 미국(3.2%), 일본(-1.14%) 등을 크게 웃돌고 있다는 얘기다. 남양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임금상승으로 저임금 메리트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특히 중국으로 나가는 국내 기업의 대부분이 중소제조업체로 핵심기술이 없어 적응에 문제가 많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단순히 인건비가 싼 것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힘들고 여기에다 기술력과 관리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정전도장기계부품기업인 B사는 2년 전 중국업체의 요청으로 합작공장을 설립했다. 인건비가 싼데다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는 말에 별 이의 없이 응했다. 중국 파트너의 요청에 따라 제조에 필요한 상당한 노하우도 리포트 형식으로 제출했다. 1년여 동안 공장을 설립하고 시제품 테스트를 거쳐 본격 생산에 들어갔지만 매입가격을 둘러싸고 문제가 생겼다. 일단 일이 틀어지자 중국측 파트너는 싸늘하게 돌아섰고, 철저하게 외면했다. 결국 A사는 큰돈을 손해보고 다른 파트너를 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거의 절망적이다.우리나라의 대중국 투자에서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에 달한다. 숙박 및 음식점업(4%), 부동산 및 서비스업(4%)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지만 거의 절대적이다. 제조업 중에서도 선진국은 전자전기 부문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은 노동집약적 업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여기서 문제는 투자성과다. 구체적인 투자성과 관련 자료가 공개되지 않고 있어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보다 뒤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시점이 약간 다르지만 수출입은행이 2000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투자잔액 1,000만달러 이상 현지법인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계 기업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1.8%로 일본계 중국법인들의 2001년 경상이익률 3.1%와 비교해 볼 때 투자성과 면에서 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학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시장에 외국계 기업들이 밀려들면서 대중국 투자기업들의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생산비용 인하와 중국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판매망 확충, 경영자와 부품의 현지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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