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았다. 생산혁신에 나서라!”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 매니지먼트 컨설팅 대표(59)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생산합리화 전문가이다. 그는 국내에서 15년간 1,000여개 업체, 중국에서 4년간 10여개 업체의 경영컨설팅을 했다. LG전자, LG패션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그의 손을 거치는 과정에서 생산합리화 모범기업으로 거듭났다. 현재 일주일은 국내, 일주일은 중국을 오가며 국내외 업체들의 컨설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꼭 중국으로 가야만 하는가’라는 물음에 백대표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힘줘 말한다. 그렇다면 중국 등 해외에 가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최근 기업들이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어떻게 보는지요.최근 중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중소업체가 한둘이 아닙니다. 별로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 다들 떠나니 짐부터 싸고 보자는 식의 ‘동조이탈심리’가 생긴 것이죠. 이런 현상을 유발하는 이유도 뻔합니다. 언론들이 중국의 외자유치의 활동상과 한국공단의 비참함만을 부각하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정치인이나 언론인들이 없다는 것은 암울한 일이죠.왜 떠나는 것입니까.한국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려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노사문제가 아닙니다. 대기업과 달리 노사문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모기업으로부터의 단가인하 압력과 구인문제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80~90%는 대기업에 납품하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납품가격의 끝없는 인하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격인하는 글로벌시대의 치열한 경쟁에서 일어나는 필연적 경제활동인 것입니다. 치열한 경쟁은 좀더 높은 수준의 품질과 감내하기 어려운 가격인하가 뒤따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과거 90년대와 같이 20~30%의 이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현재 중소기업은 2~3%의 이익률을 내기 힘든 구조입니다. 산업구조가 선진화돼 가면서 기존의 전통산업의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죠. 그러나 90년대 개발도상국 시절에서 두 자릿수의 이익을 냈던 경험이 있는 경영자들은 오늘날 2~3% 이윤을 한심하게 느낄 수밖에 없죠. 이로 인해 중국으로 이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중국의 기업환경은 어떤가요.간단하게 생각하면 유리한 게 당연합니다. 임금은 10분 1이 싸고 땅값도 40% 정도 싸니까요. 게다가 노동력이 풍부하고 금리가 2% 정도 유리합니다. 또 법인세율도 2.4% 낮습니다. 이중 일반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건비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10분의 1인 중국에 생산거점을 옮겨서 가격경쟁을 극복하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난 이들의 생각과 다릅니다. ‘진정 중국으로 진출한 기업이 이익을 거두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난 단호하게 ‘아니다’고 답하겠습니다.왜 ‘아니다’고 답하십니까.간단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설비를 유지해 갈 자금이나 기술지도와 관리 및 현지인의 지도에 많은 한국인 지도인력이 투입되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투여되는 자금을 생각하면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 정말 돈을 벌고 있을까 의문시됩니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만으로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며 제반비용의 총합적 비교가 아닌 절대적 단순비교를 통한 평가가 과장돼 있는 경우가 많죠. 그러므로 제품제조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중국의 생산성 수준은 높은지요.저의 경험에 따르면 생산성은 대기업의 경우 한국이 자동화를 포함했을 경우 중국보다 2배 정도 높고, 중소기업의 경우 1.5배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불량률의 경우 대기업이 10배, 중소기업이 3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설비의 경우도 싼 중국제로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 생산속도, 잦은 고장, 기계수명, 불량률 등을 생가하면 일본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입니다.그럼 대기업의 진출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대기업의 중국이전은 글로벌시대에 맞는 월드와이드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거점생산’ 방식의 전략적 활동인 것입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 즉 저가격의 제품은 중국으로, 고가품은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상호보완성을 추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13억명이라는 인구의 거대시장에서 영업활동을 추진하기 위해서이죠. 그러나 중소기업은 이 같은 전략 없이 무조건 전체가 이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런 경우 대개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중국에서 만들면 국내보다 제품가격이 싸진다 해도 중국 내에서의 경쟁은 어차피 중국기업과 경쟁해야 합니다.중국기업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과 어떤 점이 다릅니까.중국 중소기업을 방문해 식당에 들어가니 검은 비닐과 파란 비닐로 싸여진 물건이 줄을 맞춰 식탁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점심을 싸가지고 온 것입니다. 회사가 제공하는 것은 물과 식탁뿐이었죠. 그러나 한국진출 기업을 보면 한국식으로 점심을 제공하고 출퇴근 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에서 경비가 10~15% 차이가 납니다. 경비에서 한국과 중국기업의 차이는 50% 정도입니다. 이는 제조원가에서 14%의 차이를 가져옵니다.그럼 떠나지 않고 한국에서 살길이 있습니까.일본의 경우 ‘뉴재팬 모델’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 실정에 맞는 철저한 개선방법인 것이죠. 국내 인건비는 일본에 비해 10분 1 수준이며, 중국보다는 10배 높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죠. 여기서 방법이 있습니다. 일본에 비해 기술력은 80% 수준이며 가전, 반도체, 휴대전화 등 일부 업종은 동등 이상의 수준입니다. 그러므로 10분의 1 인건비 차이와 80%의 기술력으로 충분히 일본을 이길 수 있습니다.성공사례를 소개한다면.국내에서 가장 존속하기 어렵다는 봉제공장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국내 우수 신사복 메이커의 경우 중국에 진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유는 국내에서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업체는 10여년간 합리화 활동을 통해 2개 공장을 1개로 통합하고, 5층짜리 공장을 2개층으로 합리화하고 개선을 통해 라인을 단축한 결과입니다. 생산성은 500%, 불량률은 1,200% 감소해 불량률을 PPM으로 관리하는 유일한 봉제공장이 된 것이죠. 현재 제조원가율이 10% 미만으로 충분히 국내에서 경쟁이 가능합니다.그럼 일반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들은 대다수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혁신이라는 개선활동에 대한 발전은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중소기업에서의 혁신활동에는 어려움은 있습니다. 이유는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구성원의 수준이 낮아서, 잦은 인원변동 등 여러 문제를 듣고 아예 시작부터 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도요타는 오로지 혁신이라는 무기로 세계 제일의 회사로 존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면 됩니다.무엇부터 시작해야 합니까.상승곡선만을 그리던 경제상황과 생산자가 우위를 차지하던 시절에 적용하던 경영학과 상식을 버리고, 하향곡선을 그리는 경제상황과 소비자가 우위를 차지하는 시대에 통용되는 경영능력을 체득해야 합니다. 도요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개선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도요타 생산방식을 도입해 성공한 수많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지금 당장 혁신을 시작해야 합니다.“중국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제반비용을 총합적으로 비교하면 사정이 달라지는데도 단지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가는 것은 곤란하다.“CEO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생산자 우위 시절의 경영학과 상식을 버리고 하향곡선의 경제상황과 소비자 우위 시절의 경영능력을 체득해야 한다.“지금 당장 혁신에 나서라”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도요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개선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우리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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