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다 ‘상가’ 인기 높아질 듯

정부 규제 강도 따라 주택시장 ‘붕괴’ 우려… 상가투자 안전성 높아져 ‘반사이익’ 기대

내년 부동산시장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와 시중 부동자금과의 한판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올해의 부동산 정책을 잠시 살펴보자.2003년의 부동산 대책은 토지나 상가보다는 주택시장 안정에 집중돼 있었다. 이는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의 벽을 높이는 데 정책적 목표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5ㆍ23대책, 9ㆍ4대책 등을 통해 잠시 동안 규제의 힘을 빌려 시중 부동자금의 주택시장 유입을 억제했다.하지만 10월에 이르러 그 규제의 벽은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부동산 공개념 도입을 언급하면서 다시 마련된 것이 바로 10ㆍ29대책이다. 현재 10ㆍ29대책의 영향으로 급등하던 주택가격이 하락양상을 보이는 등 성공적인 분위기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이러한 안정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주택 수요 증가ㆍ가격 급등 기대 힘들어결론부터 말하면 올해와 조금은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시장 저변에 깔린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은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약 400조원 규모의 단기 부동자금의 처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부는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의 벽을 높여 부동자금의 주택시장 진입을 억제하고 있지만 부동자금의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항상 불안요인으로 잠복해 있을 것이다.물론 주택시장의 경우는 올해와 같이 가격급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의 강화로 자본이득에 대한 공적 환수에 노력하고 있고, 특히 부동산시장에 대한 감시기능을 높이기 위해 정부 전산망의 통합운영 등을 추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더욱이 내년 경제성장률이 4.3%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소비위축과 함께 주택 수요자들도 주택시장으로의 진입속도를 늦추려는 경향을 보일 전망이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내년 주택시장은 양호한 주거환경을 선호하는 추이는 지속되겠지만 올해와 같이 폭발적인 가수요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좀더 심하게 말하자면 다주택 보유자들의 주택이 상당수 매물화될 경우 오히려 주택시장의 붕괴(?)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이것은 10ㆍ29대책과 관련한 조치들 가운데 국회에 계류 중인 법개정 사안들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는 전제에서 예상 가능한 이야기다.10·29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한달이 지난 지금, 정부는 후속조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20가구 이상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의 전매 제한, 수도권 개발부담금 제도 연장 등은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심의를 받고 있는 중이다. 특히 주택거래신고제는 특정지역에서 실거래가 신고를 의무화하고, 허위신고에 대해 집값의 10%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강력한 조치다.또 1가구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가중부담시키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다.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양도 차익에 대해선 장기 보유 특별공제를 적용하지 않고 양도세율을 60%로 인상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분양권 전매 금지를 투기과열지구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그렇다고 내년부터 부동산시장이 장기침체의 길로 접어든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기본적으로 내년에는 올해보다 부동산 수요를 자극할 요인들이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 이르기까지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당장 내년 4월부터 경부고속철도가 역사적인 개통을 하게 돼 천안, 대전, 대구 등 역세권 중심의 부동산 개발 수요가 나타날 전망이고, 이와 더불어 본격적인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여가 관련 수요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또한 행정수도의 이전지 확정과 총선과 관련해 국지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특히 각종 장밋빛 지역개발 사업들이 공약화될 경우 부동산 수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게다가 각종 특구와 관련, 수도권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지방은 지역특구, 부산 및 광양 경제자유구역 등을 중심으로 개발일정에 따라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상가 등의 후분양제가 시행될 예정인데, 이는 굿모닝시티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나서서 관련법을 제정한 것에 따른 것이다.이 같은 조치는 무분별한 상가건립을 억제함으로써 상가투자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주택이 아닌 상가가 새로운 자금 수요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부동자금 선순환 구조 만들기’ 관건이처럼 내년 부동산시장은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전국적으로 호재성 요인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보면 이들 예상된 호재는 오히려 정부의 부동산시장 개입을 서두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부동산시장만 들썩이는 것은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렇지만 정부의 사전적 시장 규제 조치들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시중 부동자금의 근본적 처방이 없는 한 정부는 힘겨운 싸움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주택가격이 꺾였다고 토지나 상가 등 비주택 관련 부동산시장까지 모두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결국 2004년도 부동산시장의 안정여부는 정부의 시장 감시기능과 부동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조기에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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