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미년 경제 ‘서광이 보인다’

‘어쨌든 올해보다는 낫다.’전문가들이 내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렇게 요약된다. 올해 워낙 바짝 움츠러들었던 만큼 내년은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조금이나마 펴질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것이 저점을 통과했다거나 바닥을 치고 올라와 상승세에 접어들었음(V자 회복)을 확신한다는 것과는 또 다른 얘기다. 대체로 ‘올해에 비하면’ 낙관적인 전망들을 내놓고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는 조심스러운 것이다.내년 경제에 가장 큰 호재는 무엇보다 대외경제 여건 전망. 대외여건이 한국경제에 모처럼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만 해도 이코노미스트들은 세계경제가 정말로 회복될 수 있을까 하는 한가닥 불안감을 놓지 못했다. 그러나 11월을 넘어서면서는 확신이 굳어지는 게 대세다. 심지어 내년에 미국경제가 7%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극단적인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이에 따라 우선 내년에 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04년 경제성장률을 5.8%로, 삼성경제연구소는 4.3%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8%, LG경제연구원 5.1%, 현대경제연구원 4.5%, 한국경제연구원 4.4%로 예상하고 있다. 2.5%를 조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보다 한결 높은 수치다.가계부실 근본 해소는 어려워올해 국내 경제가 그나마 플러스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받쳐준 일등공신이었던 수출은 내년에도 여전히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달러화 약세가 2004년에도 이어지면서 수출에 더욱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데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이다.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가계부실 문제는 2004년에도 전망이 밝지 못하다. 내년 경제회복의 관건은 역시 내수 회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내수가 살아나야 경기회복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데, 내수가 살아나려면 역시 가계부채 해소가 선결과제다.하지만 신용불량자수는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데다 6개월 이상 장기신용불량자가 늘고 있어 빠른 속도의 경기회복 전망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이것이 해결되기 위한 근본대책은 고용창출이다. ‘일해서 갚도록’ 일자리가 늘어나고 근로자들의 소득이 증가해야 한다.하지만 2004년에도 금융권 등에서 업계재편과 함께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는 등 고용과 실업 문제에서는 악재만 있을 뿐 좋은 소식이 별로 없는데다 정부에서도 여전히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상황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조심스러운 낙관 또는 조건부 낙관이 지배적인 경기전망과는 달리 주식시장만은 강한 상승론이 대세다.해마다 연말이 되면 증권사들이 ‘종합주가지수 1000’을 외쳐 본다는 것을 감안하고 듣더라도 올해는 유달리 지수 1000 돌파를 외치는 목소리가 큰 것 같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내년 상반기 중 수출증가 및 소비경기 회복에 힘입어 지수는 102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투자자들의 관심사인 외국인들의 매도전환 추세에 대해서 현대증권 정태욱 상무는 “내년 1분기까지는 외국인 주도의 장세가 지속되겠지만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함께 경기회복과 내수 성장이 받쳐준다면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약화될 외국인의 매수세를 받아줄 강력한 세력으로 상장사를 거론하고 있다.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2003년에 이어 내년에도 수출관련주가 계속 주목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내수경기가 회복되는 추이를 봐가며 내수 경기관련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세계적인 우량기업에 속하는데도 외국의 비슷한 기업과 비교할 때 주가가 형편없이 낮은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2004년엔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최근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이런 측면에서는 내년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2003년에 단연 최고의 화두였던 부동산시장은 어떨까. 올해 부동산 시장은 과잉유동성과 저금리로 인해 아파트값이 폭발한 구조였다. 내년에도 이같은 구조에 큰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주택가격의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정부 당국의 주택정책의 변화가 워낙 중요한 변수인 만큼 10ㆍ29 부동산 종합대책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안들이 원안대로 진행될 경우 주택 시장 붕괴도 가능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오고 있다.부동산 가격 거품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였던 저금리는 내년에는 약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저금리 기조 자체에 의심을 품는 전문가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주요 시장금리가 올해보다 1%p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금리 상승 추세, 부동산 안정을 위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콜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이같은 완만한 금리 상승을 점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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