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품경제 붕괴되며 외국인 이탈

외국인 주식투자비중 18% 불과, 대만은 2000년 정권교체 이후 외인 빠져나가

한국증시가 외국인투자가들의 입김에 흔들린다면 증권시장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과 대만증시에서의 외국인투자가들의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80년대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일본은 지난 90년 1월4일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지수가 전년도 폐장일에 비해 202가 떨어진 3만8712로 마감되면서 거품경제 붕괴의 서막을 알렸다. 더불어 일본 중앙은행의 재할인율 인상책으로 일본경제에 거품은 본격 빠지기 시작했고 일본 주식시장의 지각변동이 감지됐다.일본 주식시장은 92년부터 하락세로 완전히 돌아섰고 외국인투자가들은 투자금액을 줄여나가기 시작했다.94년까지 일본증시를 관망한 외국인투자가들은 거품경제 붕괴가 뚜렷이 드러난 95~96년에 걸쳐 일본증시를 떠나기 시작했고 일본경제는 끝없는 몰락을 걷게 됐다.이후 일본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의 투자잔액은 99년부터 현재까지 일본 주식시장 대비 시가총액의 18%대를 기록하고 있다.지난해 12월 말 일본은행이 발표한 경제통계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들이 보유한 투자자산은 40조7,000억엔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가운데 미국계 투자가들이 투자한 금액은 17조엔(41.6%)으로 드러났고 영국계 투자가들이 13조엔(32.4%)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이는 일본증시에서 미국과 영국이 외국인투자가 가운데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증시와 매우 유사한 면을 띠고 있다.지난 96년부터 2002년까지 TOPIX(도쿄주식시장 주가지수)가 50%포인트 가량 하락할 때 외국인투자가들의 일본주식 투자잔액은 10%포인트 증가했다.이때 외국인투자가들은 일본주식 매입에 적극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기간에 외국인투자가들이 거래한 일본주식의 매매금액을 살펴보면 2001년까지 매수세를 띤 반면, 2002년에는 처음으로 연간 1조엔의 매도를 기록했다.미국과 영국의 투자가들의 매수ㆍ매도를 자세히 살펴보면 1조3,000억엔과 3,800억엔을 시장에 내다팔았고 이때 일본증시는 큰 낙폭을 기록했다.이처럼 일본증시에서 미국과 영국 중심의 외국인투자가들의 영향은 매우 큰 편이다. 이들은 주식시장의 하락과 연금시장 및 금융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특히 일본투자운용회사의 주식운용자산 잔고의 감소와 업계 재편성, 기업의 몸집줄이기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90년 들어 직접투자 자유화한국과 일본증시가 외국인투자가들에게 전면 개방돼 외국인투자가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높지만 아직 외국인투자가들에게 투자제한을 두고 있는 대만의 경우는 2000년 들어서야 외국인투자가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2000년 3월 민진당 출신의 천수이벤 후보가 대만 총통선거 사상 처음으로 국민당 후보를 물리치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50여년 만에 이루어진 정권교체로 대만증시에서는 외국인투자가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또한 신정부의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이 발표되면서 대만의 대외신인도는 크게 하락했고 외국인투자가들은 대만증시에서 눈을 돌리는 듯 했다. 더불어 미국발 IT거품이 대만에도 불어닥치면서 대만증시의 불안은 더욱 높아졌다.그러나 대만은 외국인투자가들에 대한 제한조치가 있어 그렇게 큰 피해는 발견되지 않았다.한편 대만은 90년 들어 외국인의 대만증권시장에 대한 직접투자의 자유화를 위해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대만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보유 제한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시작했다.대만정부는 2001년을 국내 자본시장의 개방시기로 정하고 자본 움직임에 대한 규제를 ‘원칙적으로 자유, 예외를 요구하는 허가’라는 조치를 시행했다.WTO 및 관련기구가 요구하는 자유화 표준에 따르기 위해 대만정부는 WTO의 정식승인을 얻은 자본시장 거래규제를 철폐했고 재무부는 한개의 증권거래소에서만 거래되도록 한 투자제한을 철폐하고 대만증권거래소의 소유권과 관련된 외국인의 양도권 금지도 점차 없애기로 결정했다.이때부터 외국인투자가들은 대만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증권들을 해외시장에도 동시에 상장할 수 있게 됐고 외국 주식은 대만증권거래소에 대만 주식예탁증서나 원래의 주식 형태로 상장될 수 있게 됐다.또한 증권회사의 매매대리인도 점차 외국 증권사에 문을 열었다.대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0년 12월31일까지 대만증권거래소에 투자를 위한 외국인 순송금액 누계는 236억1,000만달러(US)로 집계됐다.외국인투자가들은 순송금액 가운데 90%를 대만 주식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00년 12월31일에는 외국계 증권회사 13개가 정부의 종합승인을 얻어 운영됐고 4개의 외국 증권회사는 대만에 처음으로 사무소를 열었다.대만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2001년 주식시장에 5.9%인 216억8,000만달러(NT)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외국인투자가의 경우는 규제 때문에 3,000만달러(NT)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대만정부가 증권거래소를 완전 개방하면 대만에서의 외국인투자가들의 입김은 한국과 일본에서처럼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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