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쇼핑몰‘승승장구’

지난 10월21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상공회의소 9층 제1회의실.중구 관내 기업체 임직원 50여명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강의가 진행됐다. 강의 제목은 ‘e비즈니스 수익모델 발굴전략’.오프라인 기반의 비즈니스를 온라인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이 강의에는 기업의 인사담당자에서부터 액세서리 제조업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4시간으로 예정됐던 강의는 1시간30분이나 늦게 끝났다.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인터넷쇼핑몰을 시작했는데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프로모션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이 질문의 주요 내용이었다.결국 이들이 5시간도 넘게 이곳에 남아 있었던 이유는 딱 하나. 디지털 거상이 되는 길을 알기 위해서다.온라인 유통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디지털 거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최근 통신판매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성숙단계에 들어가 2008년에는 시장규모가 2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온라인 유통시장을 주도하던 TV홈쇼핑시장은 올 들어 주춤한 데 비해 인터넷쇼핑몰분야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지난 10월21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이재현 사장은 “내년 옥션의 거래금액이 유료서비스 4년 만에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사장은 “인터넷 전자상거래시장이 국내 유통의 중요한 한축을 이루게 됐다”며 “1조원 거래를 달성하는 데 백화점이 15년, TV홈쇼핑은 6년이 걸렸다”고 강조했다.인터넷쇼핑몰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즉 소상공인들이 쉽게 뛰어들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이 인터넷쇼핑몰을 온라인 유통의 ‘메인스트림’으로 끌어올린 큰 바탕이 되고 있다.특히 이들 소상공인이 개설한 인터넷쇼핑몰은 일명 소호몰로 불리는데 몇몇 소호몰들은 월 매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e비즈니스, 유망 창업아이템 입지 굳혀우리나라 인터넷쇼핑몰의 시초는 롯데인터넷백화점과 인터파크로 지난 96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하지만 이중 본격적인 온라인쇼핑몰시대를 연 것은 인터파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순수 온라인 기반으로 시작한 인터파크는 당시 유통업계에 획기적인 형태로 인식됐기 때문이다.이후 인터넷쇼핑몰시장은 급성장을 거듭했다. 개인이 온라인쇼핑몰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시장의 확대 덕분이다. 지난 97년 현대백화점이 17개 기업과 공동출자해 시작한 쇼핑몰 메타랜드가 2001년 두루넷에 인수됐다. 바로 이 두루넷에서 처음으로 개인단위로 쇼핑몰에 입점할 수 있도록 방식을 바꿨다. 이때부터 일반인들의 인터넷쇼핑몰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포털업체들도 소상공인의 인터넷쇼핑몰사업을 돕는 ‘소호몰’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시작했다.2001년 야후를 시작으로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주요 포털업체들이 개설한 소호몰의 이용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불과 3년 사이에 5,000여개에 소호몰이 운영되고 있다. 그야말로 디지털 거상이 실체를 드러낼 수 있는 텃밭이 형성된 것이다.옥션 등 인터넷 경매업체의 경우도 서비스를 유료화하면서 디지털 창업의 새로운 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서비스 컨셉이 개인거래(C2C) 중심인 경매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유통채널 역할을 하는 기업 대 소비자간 거래(B2C)로 확장된 것이다.또 후이즈몰(www.whoismall.com), 고도몰(www.godomall.co.kr)처럼 소호몰 운영을 전문적으로 돕는 온라인쇼핑몰 임대사업자도 현재 50여개에 이르고 있다.인터넷 유통에 대한 이해 선행돼야이처럼 인터넷쇼핑몰사업의 기반이 넓어지면서 차츰 거상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옥션에서 ‘인짱’이라는 판매자명으로 캐주얼의류를 판매하고 있는 인종일씨(36)는 올 상반기 옥션에서만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는 인씨는 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해 상반기에 온라인에서만 8,700만원의 순이익을 남겼다.온라인 유통망을 활용해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소규모 업체를 중소기업 규모로 키워내는 경우도 있다. 대전에 연고를 둔 한 소규모 PC업체는 온라인에서 ‘글로벌PC’라는 새 브랜드로 승부를 걸어 중견 PC 제조 브랜드와 맞먹을 정도로 매출규모를 키워냈다.하지만 디지털 유통망의 성장이 곧 디지털 거상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쇼핑몰시장은 소위 빅5로 불리는 인터파크, LG이숍, 롯데닷컴, CJmall, 삼성몰 등 종합쇼핑몰들이 주도하고 있다. 전문몰 형태가 강한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적극 진출해 백화점식 종합쇼핑몰이 우세한 경향이 있다. 결국 소호몰 창업자들이 거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들 자신이 아닌 이들 대형쇼핑몰 운영기업과 경쟁관계로 부딪치게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이 같은 어려움은 이미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해 네이버 소호몰쇼핑의 경우 올해 초부터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첫 개설 뒤 처음 몇개월은 한달에 50개씩 늘어나 800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올해 초를 정점으로 한계를 보이다 현재는 300여개만 남아있는 상태다.하우성 네이버 e커머스팀 과장은 “최근 소호몰은 평균 3개월의 수명을 보인다”며 “새로 문을 여는 점포의 60%가 3개월 만에 문을 닫고 1년 이상 유지되는 점포는 10%에도 못미친다”고 설명했다.그렇다면 소상공인, 중소기업이 디지털 거상을 꿈꾸는 것은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한다. 즉 인터넷 유통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서도 실제 거상이라 불릴 만한 케이스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문제는 인터넷 유통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온라인’ ‘가상공간’ 등으로 수식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인터넷 관련 사업은 무조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것으로만 생각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인터넷’이라는 특징보다 ‘유통’이라는 특징을 우선시해야 한다.따라서 브랜드 전략, 지역 연계 방식의 오프라인 마케팅 전략 등을 함께 추진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잘라 말한다.명예퇴직의 한파가 30대까지 내려가면서 창업에 희망을 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리고 디지털 거상을 마지막 탈출구로 삼아 힘차게 한발 한발 내딛는 사람들 또한 늘고 있다.‘디지털 거상을 꿈꾸는 당신, 디지털 거상의 조건을 먼저 이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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