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10조, 리츠 6800억… ‘안정+짭짤’ 매력에 우후죽순

부동산금융의 여러 영역 중에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부문은 흔히 ‘은행 주택담보대출’이라 불리는 주택금융이다. 2002년 말 주택금융의 총규모는 205조원으로 추산된다. GDP(596조3,000억원)의 34.4%나 되는 금액이다. 이처럼 초고속으로 늘어난 이유는 외환위기를 전후로 대기업여신 위주로 영업하던 시중은행들이 한꺼번에 영업전략을 수정, 주택담보대출로 몰렸기 때문이다.그동안 거의 없었던 시장이 기형적으로 급성장한 바람에 오늘날 경제의 주요 불안요인으로 탈바꿈했을 정도다. 지나치게 성장했기 때문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규모 면에서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상품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포화상태에 이른 은행의 주택담보대출보다는 현재 설립 추진 중인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한 모기지론이 주택금융분야에서 훨씬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200조원이 넘는 주택담보대출은 절대다수인 77%가 3년 이내에 일시 상환되는 단기상품이라 불안요인이다. 장기상품이 활성화되려면 대출채권들이 묶여서 유동화가 돼야 한다. 이 역할을 맡을 기관으로 재경부가 한국주택금융공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박스기사 참조)또 다른 부동산금융의 대표적 분야 프로젝트파이낸싱 역시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생겨났다. 이전까지 부동산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모두 건설회사 등이 자체 조달해 왔지, 자본시장에서 융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IMF 위기를 겪은 건설회사들의 자금여력이 예전 같지 않고 단독으로 위험을 떠맡을 수도 없게 됐다. 그래서 은행, 보험사, 연기금 등 제도권 금융시장을 통해 부동산개발 자금을 모으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한편 돈을 대는 기관투자가의 입장에서 보면,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보험사와 연기금, 공제회 등이 새로 발견한 투자 대안으로 ‘발견’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2조1,425억원에 달했다.손해보험사도 4,603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에 투자했다. 지난 7월 말 현재 국내 증권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 규모는 2,615억원으로 전년의 687억원보다 280.6% 늘었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전통적인 강자였던 은행들도 계속해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 국내 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신규 약정액(해외부문 제외)은 3조8,886억원이었다.이는 지난 한햇동안의 프로젝트파이낸싱 규모(5조9,595억원)의 65%에 이르는 것으로 국내 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은 대부분 부동산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은 2000년 1조3,000억원에서 2001년 2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었으며 올해는 7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게다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연기금, 각종 공제, 저축은행, 벤처캐피털까지도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나서고 있어 전체 금액은 더욱 늘어난다.앞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 등 예정된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민간부문의 프로젝트파이낸싱을 통해 개발비를 조달할 예정인 만큼 시장규모가 얼마나 성장할지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실정.연말까지 신상품 쏟아져부동산 증권화의 대명사격인 리츠 역시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태동했다. 수많은 부실기업이 생겨났는데, 기업이 무너지면 그후에는 회사 소유였던 빌딩 등 부동산이 남는다. 이를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정리하는 것을 도우려 기업 구조조정(CR)리츠를 도입했던 것이다.현재 CR리츠는 모두 7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자본금 총액이 5,180억원에 이른다. 이에 더해 올해 안에 2개의 CR리츠가 새로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인가신청 단계에 있는 ‘메트로원’은 자본금 875억원 규모로 삼성ㆍ대한ㆍ동부생명, 도이치뱅크의 페이퍼컴퍼니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상 자산은 HSBC빌딩, 삼성동 빌딩 등이며 삼성생명과 도이치뱅크가 합작해 세운 자산관리회사인 ‘디비프로퍼티어드바이저스코리아’가 운용을 맡는다. (박스기사 참조)또 맥쿼리인터내셔날자산운용의 ‘맥쿼리 센트럴 오피스’도 인가신청 중에 있어 올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충무로 극동빌딩을 대상자산으로 맥쿼리은행, 슈로더펀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LG화재 등이 참여했다. 자본금 규모는 763억원 예정. 맥쿼리인터내셔날자산운용은 2, 3호 리츠도 기획을 시작했으며 내년 2분기까지 연속적으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둘까지 더하면 CR리츠는 올해 안에 모두 6,818억원 규모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이미 3호까지 CR리츠를 내놓은 코람코는 코크랩 4, 5호를 내놓으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코크랩 4호는 한솔엠닷컴, 5호는 남대문 대우빌딩을 자산으로 구성된다.코람코는 우선 코크랩 4호의 자산 및 발기인 모집이 끝나는 대로 11월에 예비인가와 본인가를 신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교보메리츠, 유레스메리츠를 운용하고 있는 JW에셋 역시 강남 텔슨전자 건물에 대한 실사를 벌이면서 신상품을 기획하고 있다.가장 성공한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으로 꼽히는 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 역시 올해 말까지 적잖은 물량이 대기 중이다. 올 한해 은행권 중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을 꾸준히 내놓았던 산업은행은 이미 2,000억원 정도를 내놓았고, 연말까지 1,500억원어치의 상품을 더 선보일 계획이다.국민은행 역시 올해 약 2,000억원 규모의 상품을 내놓았고 12월까지 추가로 1,000억원 가량을 팔 준비를 하고 있다.부동산 투자신탁, 연말까지 2,500억원 ‘대기’주로 위험도가 낮은 아파트나 주상복합 개발사업에 투자하고, 그것도 분양계약이 일정 정도(사업에 따라 20~40%) 끝난 사업에만 자금을 대주기 때문에 위험이 0에 가깝고, 투자기간이 6개월~1년으로 짧은데다, 수익률이 6.4~7%대에 걸쳐 있어 일반투자자들에게 3년째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산업은행 부동산금융팀 윤태화 팀장은 “기관투자가나 기업고객들도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워낙 물량이 적어 개인들에게만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금우대나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3,000만~5,000만원 규모로 투자하는 개인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산업은행 윤팀장은 “부동산금융시장이 발전하려면 다른 길이 없다. 인기 좋은 상품이 나와야 한다”고 전제하고, “주식과 채권투자의 중간쯤 되는 안정성과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부동산투자신탁은 이런 측면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유일한 상품”이라고 평가했다.돋보기 | 주택금융공사를 둘러싼 논란들있는 코모코 죽이고 새로 만든다?서민에게 낮은 금리에 소득공제 등 혜택이 있는 장기주택대출을 제공하고,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장기채권시장을 발전시키며 시중 유동자금을 흡수할 목적으로 재정경제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은 지난 9월9일 국무회의를 거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하지만 이처럼 온통 좋은 취지 일색으로 보이는 주택금융공사 설립을 둘러싸고 적잖은 잡음이 일고 있다. 이미 같은 역할을 수행할 목적으로 코모코(KoMoCoㆍ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가 설립돼 있어 ‘중복’이라는 비판이 높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요즘 언론들이 내년에 모기지론이 나오기만 하면 누구나 당장 집 살 수 있을 것처럼 보도하는데, 엄청난 착각”이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김연구원은 “4년 전 코모코가 생길 때도 똑같이 호들갑이었다”고 말했다. 자금공급이 없어 서민들이 집을 못사는 게 아니라, 원리금 지급 부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중은행에 이미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을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장기주택대출상품이 많이 나와 있음에도 이것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부처 이기주의의 산물로 ‘재경부가 건교부 것을 빼앗아가는 것에 다름없다’는 지적까지도 나올 정도다.하지만 건대 부동산학과 고성수 교수는 “코모코와 주택금융공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후자가 공공기관이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 주택금융공사의 핵심은 금리가 국채 금리 수준으로 낮아야 하고, 소득공제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는 데 있다. 금리를 낮게 가져가려면 신용도가 높아서 저리로 장기채를 발행할 수 있어야 한다. 고교수는 주택금융공사가 공기관이기 때문에 이 같은 신용도의 채권발행의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주택금융공사는 자본금 2조원 규모로 내년 1월에 설립, 100조원 규모의 장기주택자금을 조성하게 될 예정이다.애초 재경부의 안은 주택금융공사가 신용보증기금 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건교부 등이 출자한 코모코를 흡수하는 한편, 한국은행과 재경부가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모코가 주택금융공사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지는 형편이다. 코모코에는 국제금융공사(IFC) 메릴린치 등 외국자본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통합 전에 이들의 지분이 정리되어야 하는데, 외국계 주주들은 건교부가 제시한 가격의 약 세 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이 원하는 가격 차가 워낙 커서 지분 정리가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재경부도 지분이 빨리 정리되지 않을 경우, 코모코 통합은 나중에 하더라도 설립부터 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통합이 성사되지 않으면 코모코는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신설공사에 밀릴 우려가 크고, 신설공사는 유동화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 없이 출발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처럼 양쪽 모두에게 손해이기 때문에 재경부가 무리하게 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돋보기 | 부동산 거부 삼성생명보유부동산 유동화 속도 내나지난 8월 삼성생명은 도이치은행과 합작해 자산관리회사를 새로 만들었다. ‘디비프로퍼티어드바이저스코리아’라는 이 회사는 도이치뱅크, 삼성생명, 삼성생명 계열 부동산투자자문사 샘스가 각각 71%, 14.7% 13.6%씩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막대한 부동산을 본격적으로 유동화하려고 이 회사를 설립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삼성생명 보유 부동산이 하나씩 리츠로 구성돼 나오게 되면 전체 리츠시장은 엄청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알짜 오피스빌딩만 100여개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디비프로퍼티어드바이저스코리아는 설립 후 현재 ‘메트로원’이라는 첫번째 CR리츠 상품을 구성, 인가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그런데 첫 상품의 대상 자산이 모두 삼성생명 소유물이라 는 점이 이 같은 업계의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메트로원의 유동화 대상 자산은 서울 삼성동 삼성금융플라자 빌딩, HSBC빌딩 지분, 여의도 삼성투신운용빌딩, 충무로빌딩 등인데 그 소유자는 뉴밀레니엄코람제이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 뉴밀레니엄하나유동화전문유한회사로 되어 있다. 두 유동화전문회사는 삼성생명 자산 유동화회사. 정리하면 삼성생명 소유 빌딩들이 CR리츠로 유동화되는 것이다. 이미 삼성생명은 총자산 대비 부동산 보유 비중(8%, 2003년 3월 기준)이 과다하다고 보고, 수익성이 낮은 부동산은 처분하거나 고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운용하기로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말로 삼성생명의 엄청난 부동산이 계속해서 ‘시장에 풀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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