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등록추진 경영자 56%, “우회등록하고 싶다”

코스닥 우회등록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우회등록은 아직 등록하지 않은 장외기업이 이미 등록된 기업을 합병, 신주발행을 통해 간접적으로 코스닥에 등록하는 것을 말한다. 인프론테크놀로지-다이알로직코리아, 양진석디자인-룸앤데코, 코닉시스템-앤콤정보시스템, 티지코프-이노디지털, 휴이트-넥스텔 등 최근 들어 우회등록을 이미 마쳤거나 추진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2년간 코스닥 등록을 추진했던 중소 및 벤처기업주들의 56.3%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회등록을 생각해 보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2002년 1월부터 현재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했다가 중도에 자진 철회했던 기업 39곳의 CEO나 재무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질문한 결과 이같이 답했다(2002년 1월부터 현재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해 그결과 코스닥위원회로부터 ‘보류’ 판정을 받은 71개 기업들과 ‘기각’ 판정을 받은 7개 기업은 자진 철회한 기업보다 우회등록을 고려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솔직하게 답변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질문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기업간 M&A 사례 늘어날 듯응답기업 중에서 다이알로직코리아는 이미 공식적으로 우회등록을 추진 중이다.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38개의 기업 중 8곳이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8개 기업 중 1곳은 현재 매수할 기업을 물색 중이라는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았고, 나머지 7개 기업은 “적당한 대상 기업만 나타난다면 상당히 관심이 있다”는 대답이었다. 다른 13개 기업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회등록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17곳이었는데, 그중에서 1군데는 방향을 바꿔 코스닥이 아닌 거래소로 상장을 추진 중이었으며, 4개의 기업은 “우회등록을 하고 싶어도 업종이 특이해 합병할 만한 기업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래프참조)일종의 ‘편법’에 해당하는 우회등록이 이처럼 대중적으로 널리 고려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이에 대해 대우증권 M&Aㆍ컨설팅부 성종열 부장은 “우회등록이라는 게 상식 수준이 될 정도로, 요즘 기업 경영자들이 적극적이고 다양한 경영기법을 구사하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그는 “그만큼 실물경제가 좋지 않다는 방증인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더구나 이런 공개기업에 대한 매수세는 코스닥뿐만 아니라 거래소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현대시스콤-비티아이, 싸이더스HQ-라보라, 오리엔트-바이오제노믹스, 캔디글로벌-미디어커널의 합병 또는 합병 추진이 상장기업을 장외기업이 사실상 흡수합병하는 사례다.한편 우회등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고 있다는 장외기업 E테크놀로지의 정모 부장은 “요즘 IT기업은 무조건 등록심사에 명함도 못내미는 상황인데, 코스닥이 1세대 벤처를 무분별하게 받아줬고 그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어서 우리 같은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고 “진입장벽은 낮추고 퇴출 기준을 강화하든지, 무슨 방법을 마련해주어야지 고스란히 후발 벤처업체들이 뒤집어쓰라는 것은 부당하다. 사정이 이러니 우회등록이라도 고려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현재 M&A업계는 전체 881개 코스닥 등록기업 중 30여개 기업이 매물로 나와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 숫자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고 내년까지도 기업 경영환경이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매물로 나오는 기업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매물 등록기업수가 늘어남에 따라 우회등록 사례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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