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수 쪼끼쪼끼 산본2호점 사장

대기업 부장에서 맥주전문점 사장으로

“(언론을 통해서) 이렇게 알려지는 것이 왠지 쑥스러워서….” 맥주 프랜차이즈인 쪼끼쪼끼 산본2호점의 김근수 사장(47)은 자신의 창업소식을 기사로 내보내는 것이 영 어색한 눈치다. 혹시라도 “(지인들로부터) 잘나가던 대기업 부장이 겨우 맥주전문점을 차렸나”라는 비아냥조의 시선을 염려한 탓이다. 자의 반 타의 반 직장을 떠난 게 불과 4개월 전인데다 창업한 지도 이제 한달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하지만 그는 이른 시간 내에 새인생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하는 모습이다. 장사도 잘되는 편이어서 하루 평균 100만원의 매출은 거뜬히 올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당초 계획했던 ‘5년 내 5억원’을 충분히 벌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무엇보다 퇴사 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족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찾았다는 것이 기쁘다.지난 4월. 20년간 청춘을 불살랐던 직장에서 밀려나듯 그만둬야 했을 때는 ‘당장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다. 재취업은 아무래도 나이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처음에는 국내 굴지의 정유회사에 다닌 경험을 살려 주유소사업을 하려고 했다. 그는 두달간 아내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매물로 나온 주유소를 물색했지만 보통 매입비용이 10억원을 넘어서는데다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고민 끝에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으로 방향을 바꾼 그는 지난 6월부터 ‘망하지 않는 장사’에 초점을 맞추고 업종선정에 들어갔다.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인지도가 높고 본사의 관리시스템이 잘돼 있는 프랜차이즈 본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쪼끼쪼끼’였다. 좀더 안정적인 장사를 위해서 신축상가의 1층 매장을 분양받았다. 창업비용은 점포분양비를 제외하고 1억5,000만원이 들었다.아직 한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성공적”이라는 게 그의 자평이다. 물론 휴일도 없이 오후 4시에 가게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3시에 닫는 강행군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 예전 직장 선후배를 비롯한 지인들에게 “왠지 떳떳하게 밝히기가 힘든 것”도 정신적인 고통이지만 이는 곧 해소될 것으로 자신한다. 앞으로는 직장에서 나오기 직전 직영 충전소를 운영해 본 경험을 살려 적극적인 고객관리도 할 작정이다. 예컨대 인근 사무실의 ‘맥주데이’를 유치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다.그는 직장 후배들에게 “현직에 있을 때 퇴사 이후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5년간 5억원을 벌어 가게를 늘려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실직자의 어두운 그림자 대신 신입사원 같은 패기가 느껴졌다.권오준 기자 jun@kbizweek.com이정오 소꿉놀이 신천점 지점장“철저한 준비, 기회포착이 성공 지름길”이정오 ‘소꿉놀이’ 신천점 지점장(34)이 보드게임카페 사업에 뛰어든 것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결심 때문이었다.올해 초까지만 해도 대우정보시스템의 8년차 샐러리맨이었던 이지점장은 과감히 회사를 나와 지난 7월 중순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먹자골목에 보드게임카페를 열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사장님’으로 변신했다.이미 수년 전부터 창업을 고려했던 그다. “4년 전쯤 PC방이 처음 인기를 끌었을 때 진지하게 창업을 생각했는데 용기가 없었죠. 그러고 보니 좋은 기회를 놓쳤더군요.”그후 창업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정보를 수집해 온 이지점장은 음식점, 특히 안동찜닭 등의 유행아이템에 관해서도 상세히 알아보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은 “아주 새로운 아이템은 없더라”는 것이었다.하지만 평생직장의 꿈이 깨진 현실에서 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회사가 제시해주는 비전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흔히 말하는 ‘투잡스’(Two Jobs)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는 방법으로는 그에게 너무 벅차 보였다.그러다 우연히 신문을 통해 접한 보드게임카페 기사는 그의 눈길을 잡아끌 수밖에 없었다. “창업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렸습니다. 아이템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시장조사도 해야 하고 주로 영문으로 돼 있는 게임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했고요. 어려운 게임은 배우는 데만 2~3일씩 걸리거든요.”정시에 출퇴근하는 직장생활에 비하면 지금 생활은 “육체적으로 세 배쯤 고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렇지만 내 사업을 한다는 사실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뿌듯한 미소를 짓게 한다. 시작한 지 한달여를 갓 넘겼지만 수입 면에서도 직장생활하던 때보다 좋아졌다. 지난 한달여 매출은 1,800만원 정도로 그중 40% 정도가 순수익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학생고객이 많아 어린 고객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손님이 게임을 끝낼 때를 기다리다 보면 새벽 2~3시를 넘어 퇴근하기 일쑤다. 가족과 보낼 시간이 줄어든 것도 창업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직장생활만 하다 경영자의 입장이 되고 보니 사람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어려움인 동시에 창업과정에서 얻은 큰 수확이다.“창업은 준비기간을 충분히 갖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유행의 변화가 빠른 만큼 너무 트렌드만 좇아도 안되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보드게임카페는 게임과 카페의 접목사업인지라 유행이 달라지면 또 다른 접목으로 타개해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김소연 기자 selfzone@kbizweek.com한상희 엘보라리오 안산점 사장전문직 박차고 나와 ‘야무진 꿈’ 키워“직장에서 경력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남성들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이다 보니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경기도 안산에서 아로마 보디용품 전문점인 엘보라리오를 운영하고 있는 한상희씨(37). 지난 4월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전선에 나선 한씨는 지금 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직장생활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한씨는 직장생활 경력만 15년을 자랑하는 커리어우먼 출신. 대학에서 환경 관련 학과를 전공한 그녀는 졸업 직후 환경수질기사를 땄고, 이후 전공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자격증 덕에 대접을 받으며 일을 했고, 급여도 또래의 다른 직장여성들보다 많이 받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먼저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자격증은 있지만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 것 같았다. 주변을 둘러볼수록 직장인으로서의 한계가 보였다.가정과 직장을 병행하는 점도 큰 부담이었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가사량이 늘어났고, 직장생활과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평생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면 적당한 시점에 독립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15년간 정들었던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업종을 선택해 창업을 했다.“직장을 그만두고 마사지와 메이크업 강좌를 수강할 기회가 있었어요. 참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나중에 업종을 고르다 보니 아로마 보디용품을 취급하는 아이템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여성인데다 직장에서 환경 관련 업무를 했고, 적성도 맞을 것 같아 주저 없이 선택했습니다.”창업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한씨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여긴다. 월수입은 200만원 안팎으로 회사에 다닐 때보다 적지만 마음이 편하고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는 데 대해 만족하고 있다. 특히 남편이 틈날 때마다 점포에 들려 도와주어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한다.“지금 하고 있는 아이템이 잘 알려지지 않아 홍보를 하는 데 애를 먹고 있지만 내년에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매달 매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수입 면에서도 조만간 직장 다닐 때 받던 연봉을 추월할 수 있을 것 같아요.”한씨는 요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변 아파트단지를 돌며 홍보용 전단지를 뿌린다. 직장인의 꿈인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지금 하는 사업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야무진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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