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위기 놓인 할부금 융사

캐피털, 과연 위기 오는가경기침체 장기화와 금융업종간의 경쟁심화 등으로 할부금융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등록된 할부금융사는 대우캐피탈, 동부캐피탈, 동양파이낸셜, 동원캐피탈, 롯데캐피탈, 삼성캐피탈, 쌍용캐피탈, 세텔렘캐피탈, 스카니아파이낸스코리아, 씨티파이낸셜, 아세아캐피탈, 연합캐피탈, 우리캐피탈, GE캐피탈, 코스모캐피탈, 코오롱캐피탈, 팬택여신투자금융, 하이델베르그프린트파이낸스코리아, 현대캐피탈 등 총 19개로 이들 업체는 자동차, 주택, 기계, 가전 등의 할부금융업무를 처리하고 있다(LG캐피탈은 98년 1월 할부업무 등록, 2001년 9월 LG카드로 사명 변경).그러나 신용카드의 업무영역이 대폭 늘어나고 은행권 장기주택대출 상품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캐피털을 찾았던 사람들의 발길은 뚝 끊기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캐피털업계는 수익을 찾기 위해 앞다퉈 대부업에 대거 진출했고 엄격한 신용조회 없이 무분별한 대출을 실시하는 바람에 지난해부터 심각한 부실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동아주택할부금융은 올 4월25일 등록을 취소했고 뉴스테이트캐피탈, 알파캐피탈 또한 여신전문업 등록을 취소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할부금융사의 1/4분기 연체율은 평균 16.2%로 지난해 말에 비해 3.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업 카드사(9.8%)와 은행계 카드사(12.0%)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로 제2의 카드위기를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초래하기에 충분하다. 할부금융사들은 2/4분기 영업기간이 6월 말로 끝났지만 8월 말 현재 대부분의 업체가 상반기 연체율을 발표하지 않고 있어 관계 당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2/4분기 손실, 연체율 상승캐피털업계 빅3인 현대캐피탈, 삼성캐피탈, LG카드는 상반기 실적이 적자로 나타났다.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캐피탈은 상반기 1,03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1,639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연체율과 관련, 1/4분기(17.2%)보다 조금 줄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자사의 자동차할부 고유상품인 오토할부, 오토리스를 통해 하반기 자동차할부 비중을 90%대로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개발한 신용리스크 관리시스템으로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연체율을 대폭 끌어내린 것과 동시에 500억원의 이익을 올린다는 하반기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삼성캐피탈은 올 상반기에 1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캐피탈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1,594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삼성캐피탈 관계자는 2/4분기 영업손실과 연체율이 1/4분기보다 대폭 줄었고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며 하반기에는 리스크관리에 집중해 연체율을 최소화할 예정라고 덧붙였다.캐피털 업무가 통합된 LG카드는 상반기 할부금융부문 연체율이 7.6%(1개월 이상)로 집계됐다. LG카드는 하반기에 자산건정성과 지표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수익성이 낮은 할부금융과 리스 등 비주력 사업부문은 과감히 축소하고 할부금융 업무는 점차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LG카드는 하반기에 신규회원 자격기준 강화 및 한도관리 강화를 통해 우량회원 중심의 안정적인 회원구조 정착과 연체율 안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다.대우캐피탈의 2/4분기 연체율은 1/4분기 4.6%에서 0.9%포인트 감소한 3.7%로 나타났다. 대우캐피탈은 업무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대우차할부를 대폭 강화하고 쌍용차 및 중고차 할부금융에도 비중을 높인다는 하반기 전략을 세웠다. 상반기 리스영업부문에서 700억원의 수익을 거둔 대우캐피탈은 하반기에는 이 부문에서 2,000억원의 실적을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대우캐피탈은 개인신용대출부문은 연체율을 대폭 줄이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과 같은 신상품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중소형 캐피털사 연체율 증가쌍용캐피탈은 2/4분기 연체율에 대해 1/4분기보다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개인신용대출에서 연체율을 축소하고 자동차할부 95%대를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캐피탈은 건전한 수익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의료기대출과 건설기계대출도 강화할 방침이다.롯데캐피탈은 대손상각 처리를 통해 연체율(1/4분기 6.8%)을 소폭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아세아캐피탈은 상반기 이익은 발생했지만 연체율은 대손충당금으로 처리해 조금 줄었으며, 주택금융할부업체인 코스모캐피탈은 손실부분을 소폭 감소시켰고 연체율은 1/4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동양파이낸셜은 상반기 손실이 발생했지만 하반기에는 신규영업을 줄이고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니아파이낸스코리아는 연체율만 조금 올랐을 뿐 적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세텔렘캐피탈은 손실과 연체율이 소폭 증가했지만 하반기에는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대체상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하이델베르그프린트파이낸스코리아는 상반기에 이익이 발생했지만 연체율은 1/4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회사는 인쇄업체를 주로 상대하기 때문에 큰 손실은 없다는 것이 할부금융업계의 중론이다.동부캐피탈은 가계대출이 없기 때문에 손실과 연체율은 1/4분기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기계할부금융을 주업무로 하고 있는 연합캐피탈은 상반기에 이익이 발생했고 연체율은 그다지 높지 않는다고 밝혀 1/4분기(8.3%)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할부금융사는 상반기 실적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1/4분기에 비해 연체율이 소폭 증가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경기 살아야 연체율 개선이처럼 할부금융사의 상반기 실적은 연체율 소폭 상승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상반기 실적 발표에 대해서 자세한 자료를 밝히기를 꺼려했다.중소 할부금융사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경우 연체율 등 내부자료를 밝히면 큰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공개를 꺼린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용카드사의 업무영역이 대폭 확대된 것에 비해 할부금융사의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8월30일 시행되는 방카슈랑스에서도 할부금융사는 제외됐지만 2005년 4월부터 시행되는 자동차보험만은 빼앗길 수 없다”고 말했다. 외국계 할부금융사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규제가 너무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또한 소득공제 혜택을 통해 신용카드만 일방적으로 키워주는 정부의 대책도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한국여신금융협회 할부금융팀 장귀성 팀장은 “캐피털은 신용카드, 은행과 모두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캐피털은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영역을 신용카드에 빼앗겼고 주택할부금융은 은행권 장기주택대출 상품에 시장을 잃었다. 이 때문에 캐피털사는 신용대출시장에 진출한 것이고 여기서 부실이 초래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캐피털사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금융감독원 여전감독팀 최성일 팀장은 “할부금융사는 비관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팀장은 또 “캐피털은 대부업에 손을 대는 바람에 부실을 초래했을 뿐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할부금융은 양호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형 캐피털사를 비롯한 중소형 캐피털사가 내부혁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상황은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한국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할부금융업계에서 취급하고 있는 금액은 12조원대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건수 또한 200만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할부금융부문에서 자동차할부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BMW, GM, 다임러크라이슬러 등의 외국계 자동차사는 국내 할부금융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경기침체, 경쟁업체, 저금리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할부금융업계가 과연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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