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예방약 연구 활발

50개 이상 병원서 지원자 대상 ‘실험 중’

암 ‘예방’ 연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암 ‘치료’ 연구가 주류를 이뤘지만 미리 약을 먹고 암을 사전에 예방하는 연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암 예방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지원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50개 이상의 병원이 암 예방약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제약회사들도 암 예방약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은 시중에 나와 있는 일부 약들이 암 예방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비아그라로 유명한 화이자는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항염증약인 셀레브렉스가 직장암 유발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화이자는 우선 직장암 위험이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실험했지만 향후 일반인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연구할 예정이다.화이자는 또 셀레브렉스가 흡연으로 손상된 폐를 치료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머크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피나스테라이드가 남성 전립선암을 25%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머크는 특히 피나스테라이드가 개인별 전립선암 발병위험도와 상관없이 모든 남성에게 효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텍사스대학의 이안 톰슨 박사는 “피나스테라이드는 전립선암을 줄이는 최초의 약”이라고 말했다. 머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피나스테라이드를 암 예방에 쓸 수 있게 허가해줄 것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전립선암 환자는 미국에서 올해만 22만900명이 신규 발병하고, 2만9,000명이 사망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릴리는 골다공증 치료제인 랄로시핀이 유방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 연구에 나섰다.일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아스피린이 유방암과 결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지는 결장암을 앓았던 환자들이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암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논문을 소개했다. 미국 암연구협회는 아스피린이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폐경기를 지난 50~79세의 여성 8만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5~9년 동안 일주일에 아스피린을 2알 이상 먹은 여성은 유방암 발병률이 21% 낮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10년 이상 복용한 여성은 유방암 발병률이 28%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콜레스테롤 강하제가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의 마티즈 그라프 박사는 콜레스테롤 강하제인 스태틴이 암세포가 자라는 것을 예방한다고 발표했다. 그라프 박사는 지난 85~98년까지 스태틴을 복용한 환자와 일반 암환자를 비교한 결과 암 발병이 20% 낮았다고 밝혔다. 그라프 박사의 연구에 대해 일부에서는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피치버그대학의 제인 콜리 박사는 “그라프 박사의 연구는 데이터가 완전하지 않고 결과가 일정하게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다른 연구진은 스태틴이 암에 효과가 없고, 동물실험에서 오히려 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아스피린, 유방암 줄여줘이미 FDA의 승인을 받은 암 예방약도 나왔다. FDA는 최근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세포나 비정상세포를 죽이는 약인 포토프린을 승인했다. FDA는 이에 앞서 지난 98년 유방암을 예방하는 놀바덱스를 허가했다.암 예방약이 장밋빛 미래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암 예방약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혈관을 막아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아스피린을 자주 복용하면 간에 손상을 줄 수 있고, 때로 뇌졸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조지아 암연구센터의 크리스티나 보윈 박사는 “아스피린이 유방암 예방에 다소 효과가 있지만 아직은 여성들이 유방암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정기적으로 먹는 것을 권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암 예방약이 개발됐다 해도 복용대상자를 정하는 것 또한 어렵다. 누가 암에 걸릴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전공학 기술이 발달해 암유전자가 속속 발견되고 있지만, 실제로 암에 걸릴지 진단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단지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을 경우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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