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면 손해본다"

95년도 우리 증시는 「외풍」에 흔들린 한해로 기록될 것같다. 외국증권사들이 낸 기업분석 보고서몇장으로 한국증시는 난기류에 빠져들곤 했다. 국경없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수출의존도가 큰 우리로서는 이들 「외국」재료들이 여과없이 증시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따금 메가톤급 악재가 투자자들의 가슴을 선득선득하게 만들기도 한다.지난 11월초 「향후 반도체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내용의메릴린치증권 보고서가 날아들자 「욱일승천」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맥을 못추고 곤두박질쳤다.이어 11월 하순엔 네덜란드계 증권사인 HG아시아에서 「한국이동통신이 올해 감가상각비 증가와 지급이자 부담으로 올해실적이 여의치 않고 성장도 둔화될 것」이라는 리포트를 내놓아 이통의 주가는한차례 곤욕을 치러야 했다.이에 앞서 지난 4월엔 유화주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다이와증권이국내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를 갖는 자리에서 향후 유화업종 경기를 비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얘기가 퍼졌던 것이다.이처럼 우리 시장에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외국증권사들의 국내지점장은 우리시장을 담당하는 일선 사령관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외국계 지점장들은 내년도 우리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속상승. 종합주가지수 최고치 1,200~1,300. 최저치 950~1,000.투자유망종목 1위는 삼성전자.」가 국내에 진출한 외국증권사 지점장들을 대상으로설문조사한 내년도 한국증시전망의 골자다. 12명의 지점장중 절반이상이 96년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특기할 만한 점은 내년도의 한국증시를 나쁘게 보는 외국증권사 지점장들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단지 상승장세가 언제 올것인가에 대해서만은 견해가 엇갈렸다. 25%는 상반기 강세, 하반기 약세인 「초강말약」을 점쳤다. 그러나 25%는 이와는 정반대인 「초약말강」의 장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했다.내년중 종합주가지수 최고치에 대해선 1,150부터 1,500까지 다양한분포를 보였으나 1,200이상 1,300미만을 예상한 경우가 41.7%로 가장 많았다. 특히 1,100선을 꼽은 지점장과 1,500선을 지목한 응답자가 각각 16.7%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최저치에 대해서도 830선(8.3%)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비관적인의견과 1,000이상(25%)에서 지지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었지만950이상 1,000미만을 최저점으로 점치는 경우가 50%로 주류를 형성했다. 종합주가지수 1,000선을 기준으로 보면 25%는 내년 종합주가지수가 네자릿수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고 나머지 75%는 연중한차례는 세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보았다.◆ 최고치 1,200~1,300 전망내년말 지수에 대해선 1,200이상 1,300이하로 내다보는 견해가58.3%를 차지했다. 물론 이중엔 주가가 꾸준히 올라갈 것이라는 견해와 함께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한차례 출렁이고서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의견도 포함되어 있다.국내시장에 대한 이같은 전망을 토대로 외국계 지점장들중 66.7%는해외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 주식을 추가 매수하도록 권유할 방침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25%는 우리나라 주식을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로 보고 유망종목에 대한 공격적인 매수를 추천할 것이라고 밝혔다.결국 내년도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전략을 매수쪽으로 잡은 경우가전체의 91.7%로 절대다수였으며 보유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은 8.3%에 그쳤다.이러한 기본적인 투자전략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순간순간의 주변여건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이와 관련해 내년중에 예상되는 호재요인에 대해 복수응답으로 점검한 결과 금리하락을 꼽은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전체의 91.7%가3년만기 은행보증 회사채를 기준으로 금리가 연11% 밑으로 떨어진다면 증시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이어 83.3%는 외국인 투자한도를 추가확대하거나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실시하게 되는 점을 호재로 꼽았다. 특히 북한과 미국이 수교하게 되는 경우를 호재로 지목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83.3%를 차지해 관심을 끌었다.응답자의 33.3%는 금융산업개편을 내세웠으며 무역수지개선(16.7%)에 이어 주가지수 선물시장 개장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8.3%씩이었다.이밖에 기업매수합병(M&A)이 활발해져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반대로 악재요인에 대해선 상당수의응답자들이 엔화 약세를 꼽았다. 전체의 58.3%가 지속적인 엔화 약세로 인해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게 되면 주식시장에도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또 내년 5월초면 존속시한이 끝나는 증시안정기금을 증안보유 주식매각을 통해 해체하는 방안과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경우를 지목한 응답자도 각각 25%에 달했다. 금리상승을 악재요인으로 지적한 사례는 8.3%에 그쳐 대부분이 내년중에는 큰폭의 금리상승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런가 하면 일각에선 선물시장 개장과 금리상승 및 금융소득 종합과세도 악재가 된다는 의견을 내놓아 주목된다. 이와 함께 산업경기의 급락이나 주식물량 공급과잉을 우려하거나 경기하강에 따른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총선은 호재 아니다정치권의 움직임이 아직은 오리무중인 상태임을 반영한 듯 정계개편이 내년도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그누구도 호재나 악재라고 꼬집어 말하지 않았다. 나아가 내년 4월중에 치러질 예정인국회의원 총선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41.7%가 별다른 영향이 없을것으로 진단했다.또 25%는 선거전에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선거후에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았다. 이번 선거 자체가 악재이거나 선거전엔 악재, 선거후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도 16.7%씩이었다.어쨌거나 내년의 총선을 호재가 될 것으로 본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외국계 지점장들은 또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관련주를 내년도주식시장을 주도해 나갈 최대의 테마주로 꼽았다. 전체의 58.3%가첨단산업주가 테마주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이어 사회간접자본(SOC) 관련주와 M&A를 테마주로 예상한 경우도 각각 50%를차지했고 블루칩(대형우량주)종목군(33.3%) 금융 건설 무역 등 트로이카주(33.3%) 자산주(25%) 환경관련주(8.3%)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8개 은행주 유망 리스트에 올라내수관련주와 실적호전주를 제시한 사람도 있었지만 저PER(주가수익비율)주를 테마주로 예상한 경우는 전무해 이색적이었다. 지난92년 국내 증시가 개방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기업수익에 근거한저평가 주식을 선호하는 바람에 관련종목의 주가가 폭등하면서저PER혁명을 불러 일으켰던데 비하면 더욱 흥미로운 결과이다.특히 내년도 주가상승을 선도할 업종에 대해선 5개 업종으로 압축됐다. 그중에서도 대부분 금융업종(66.7%)이 장세를 이끌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정보통신과 건설업도 각각 33.3%였고전기전자(16.7%) 가스 등 에너지(8.3%) 등의 순이었다.이같은 선도업종은 그대로 투자유망종목으로 이어진다. 외국계 지점장 한사람당 3개의 투자유망종목을 추천받은 결과 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7명의 복수추천을 받았다. 현대건설도 4명으로부터 추천됐고 금호건설은 2명의 중복추천을 받았다. 특히 은행주들은 종목별로는 중복추천 케이스가 없었지만 모두 8개 종목이 투자유망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증권사 국내지점장 선정 최대 유망종목삼성전자 고수익 기조 이어질 듯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국내 우량주의 간판스타로 떠오르면서 증시의 부침을 재는 바로미터로 자리를 잡고 있다. 반기실적이 대폭호전됐다는 얘기가 이 종목에 대한 매수세에 불을 댕겼던 것이다.실적호전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던 만큼이나 국제적인 반도체경기악화 보고서로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 11월에는 미국 메릴린치증권에서 향후 반도체경기가 불투명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자 17만6천원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이어 최근에는 대규모 수출계약설과 함께 「여전히 전망이 좋은데다 일본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 내외인데 비해 삼성전자는 5배수준에 그쳐 저평가된 상태」라는 내용의리먼 브러더스증권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호재성 재료를 등에 업고 지난 2일 14만2천5백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다시 회복세를 타고 있다. 이미 시가총액비중이 7~8%를 넘나들며 한전에이어 국내 2위의 초대형주로 부상한 삼성전자. 시가총액비중에 따라 일정규모를 사들이는 기관들의 편입비중이 높은데다 시장의 바로미터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이 종목의주가전망에 쏠리고 있다.새해에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과연 어떤 추이를 그려갈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전문가들 사이에도 여전히 엇갈리는 실정이다.우선 꾸준한 주가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엄청난규모의 순이익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류근성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이 종목의 올해 순이익이 2조7천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이어 내년 2조6천억원, 97년 2조5천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된다』면서 『최근 1~2년간의 상승탄력은 둔화되겠지만 새해에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10%정도 높은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새해엔 반도체 수요보다 공급이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나겠지만 삼성전자의 양호한 수익상태는 지속돼 주가상승의 맥이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한편으론 기관들의 현실적인 운용스타일을 들어 반론을 제기하는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신경제연구소 기업분석실의 이충식 선임연구원은 『초우량주인 것은 사실이지만 기관들이 추가매수하기엔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이에 대한 근거로 기관들의 「학습효과」를 제시했다. 주가가 작년말의 15만원대에서 올해초 9만3천원으로 떨어지고 6월중순까지 약8개월동안 삼성전자를 대량으로 갖고 있던 기관들이 평가손실로 큰가슴앓이를 겪어야 했다는 얘기다.이같은 학습효과가 기관들사이의 공조체제나 수급전선에 균열을 가져와 선뜻 기관들이 추가매수보다는 주가상승을 틈타 「비싼」 값에 처분하려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결국 새해엔 삼성전자에 관심을 가진 투자자들은 기관들의 매매전략을 예의주시하면서 투자에 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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