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주력업종' 포석

삼성그룹에서 삼성전자는 효자기업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지난해 벌어들인 돈은 6조5천억원. 세후이익만 3조원이다. 현재 삼성그룹을 이끌어 가는 산업은 반도체라는 말이 나올만도 하다.그러나 반도체가 21세기까지 삼성그룹을 먹여 살릴 것인가. 대답은NO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래의 컴퓨터가 어떤 양식으로 변하느냐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앞날도 달라진다』며 『2000년까진 호황이 계속되겠지만 그 이후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21세기 삼성그룹의 주력업종은 무엇일까.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자동차와영상산업이다.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 계열사가 개별적으로 추진해오던 영상 소프트사업을 통합시켜 삼성영상사업단을 정식으로 발족시켰다. 삼성그룹이 영상사업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던지난해 2월초 각 언론은 삼성그룹이 본격적으로 영상 소프트웨어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삼성영상사업단을 구성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오증근 제일기획 전무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기획이 개별적으로 영상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낭비가 많아 한 건물로 옮기고 지휘체계를 단일화하는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사실상 지금까지의 삼성영상사업단은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기획의 영상관련 사업부가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 모였다는 것 뿐이지 각 사업부가 소속 회사에 따라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옆에 붙어 있는 직원끼리도 소속사가 삼성전자냐 물산이냐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 시기가 달랐다.그러나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속한 시일내에 장미빛청사진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통합작업에 들어간다는 것이 삼성영상사업단측의 입장이다. 삼성영상사업단 홍보실의 심재부과장은 『미국 BCG(보스턴컨설팅그룹)로부터 받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조직 통합작업에 들어갔다』며 『올초에 급여체계나 인사규정 등 기본적인 조직틀을 통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중구사업단장도 『2월말쯤엔 조직을 완비하고 2000년까지의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매출목표를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조직의 통일성은 높이되 당분간 그룹 비서실 소속으로 돼 있는 삼성영상사업단을 별도법인으로 분리할 계획은 없다. 한 법인이 케이블TV 채널을 한 개이상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법규정에 따라 법인화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지만 그보다는 자금문제 때문이다.영상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간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데 당장 법인으로 분리하면 계열사로부터 자금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위성방송 참여법안 확정되면 위성채널도 확보삼성영상사업단은 앞으로 삼성그룹 미래산업의 전진기지로 영상 관련 소프트 산업을 책임진다. 현재 진행중인 영화 음반 비디오 케이블TV 사업뿐만이 아니라 애니매이션 캐릭터 CD롬등 각종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개발 등으로 사업범위를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지난해 정기국회때는 통과가 안 됐지만 대기업의 위성방송 참여가 법안으로 확정되는대로 위성방송 채널도 확보할 계획이다. 극장체인확보도 중요한 사업내용이다. 98년까지 현재 임대중인 명보극장 외에 대전 부산 광주 분당 등 전국적인 극장 체인망을 구축한다. 극장사업은 그룹의 유통단지 건설 계획과 연계해 추진한다. 극장외에멀티미디어관 게임기오락관 가상현실관 등이 들어서는 테마파크 건립도 영상사업단의 주요 사업 중의 하나다.삼성영상사업단측은 영상사업은 많은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 해야한다는 이유를 들어 그룹의 영상사업 진출 배경을 설명한다. 결국 누군가 한국의 영상산업을 부흥시켜야 하는데 대기업이그 일을 해야 한다는 변이다. 삼성그룹이 자본력과 경영노하우를바탕으로 국내 영화산업은 물론 영상산업 전체를 측면 지원할지는두고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삼성영상사업단은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국내 영상시장 수호에 나섰다는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영상산업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연결된 지극히 정치적인상품이다. 삼성영상사업단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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