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연출ㆍ행정주연ㆍ여당조연' 틀 변화

지난해 12월 20일 새 내각이 출범했다. 이번 내각은 오는 4월에 있을 15대 총선과 관련지어 「선거내각」으로 불리고 있다. 내각이새로 구성되면서 경제부총리 경제수석 등 경제팀의 주역들도 대부분 바뀌었다. 이에따라 경제정책을 움직이는 권력관계도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기존의 한국의 경제정책을 움직이는 파워맨의 구도는 청와대가 무대 뒤에서 모든 일을 주도하면 당이 옆에서 거들고 행정부가 앞에서 끌어가는 형국이었다. 「청와대 연출」「행정부 주연」「여당조연」이었던 셈. 그러나 새 내각 출범으로 이들 3자간의 역학관계가변하고 있다. 약체 경제수석에 거물급 경제부총리가 등장, 경제정책 주도가 내각 우위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당의 목소리도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 총감독」「행정부 연출」「청와대 조연」으로 여당행정부 청와대의 역할분담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새경제수석 성향, 청와대조연 가능성 커청와대 개편 방향과 신임 구본영 경제수석의 성향은 청와대의 위상이 약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내각개편때 경제비서실도 개편했다. 그동안 경제수석실이 맡고 있던 노동 보건 환경 부문과 정책수석실이 담당하던 교육을 떼내서 신설되는 사회복지비서실에 넘겼다. 경제수석의 권력이 분산되는 것이다. 경제비서실은 재정 금융 등 거시경제와 산업 통상 건설 교통 등만을 담당하게 된다. 세계화 관련 업무는 기존의 정책기획비서실에서 계속 맡게되기 때문에 경제비서실의 입지는 좁아지지 않을 수 없다.경제수석의 개인적인 캐릭터도 연성으로 비춰지고 있어 「청와대조연」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구수석은 취임인터뷰에서도 내각이 소신있게 일할 수 있게 하는게 경제수석의 본분이라는입장을 밝혀 경제정책을 청와대가 주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수석을 아는 사람들도 구수석이 합리적인 인물이므로 무리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수석이 한국개발원 연구원에서 관료로 변신해 권력의 핵심에 들어서기 까지의 과정을 볼 때 그는 「윗분」의 뜻을 잘 받드는 스타일이지 자기 주장을 드러내는 사람은아니라는 것이다.물론 이런 일반적인 관측과 다른 전망을 내놓는 평자도 있다. 이들은 우선 청와대에서 담당하는 업무중 경제 비중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는 점을 지적한다.그동안은 수석비서관회의때 국정에서 경제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은 경제수석 한 사람이었지만 앞으로는 사회복지수석이나 정책기획수석도 경제편을 들 수밖에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경제에 관련되는 수석의 숫자가 많아졌다는 얘기다. 구수석의 개인적 성향에대해서도 다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구수석이 예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그가 관료생활의 대부분을 청와대에서 보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구수석이 권력의 속셈을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구수석이 83년 김만제부총리에 의해 별정직 대미통상담당국장으로 스카웃되었다가법규상 정식직원으로 승격되는게 불가능하자 청와대로 가서 1급으로 승진하면서 정식공무원이 됐던 발빠른 변신능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청와대에서 경제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또다른 사람인 박세일 사회복지수석은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학자출신이다. 그가 국내에 소개한 법경제학은 제도가 경제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분야로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학문이다.이런 사실을 미뤄볼 때 박수석은 현재의 규제중심적 정책을 개혁하는데는 능해도 선거를 앞둔 내각의 경제정책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각범 정책기획수석도 경제분야에 발을담그고 있지만 역시 학자라는 한계가 있다. 또 주업무가 세계화인관계로 이수석이 내는 정책은 장기구상에 머무를 가능성도 크다.이런 청와대수석팀에 비해 내각 경제팀은 거물 부총리를 중심으로짱짱하게 짜여있다.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직업이장관」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장관을 여러번 역임했던 인물.장관을 5차례나 맡았으며 부총리만 3번째다.또 서울 상대 교수에다 해태제과 사장, 4선 국회의원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마당발이다. 연배로나 경력으로나 다른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들을 압도한다. 그는 정치인 출신답게 경제논리와정치논리의 조화를 내세운다. 『나라를 운영하는데 경제논리로만은풀 수 없다』고 공언할 정도다.그는 당분간 다른 제도적 개편을 하지는 않고 기존의 정책 틀속에서 중소기업 농어촌 등 고성장 속에서 소외받는 계층을 대상으로한정책과 국민생활경제 안정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여당, 경제정책 결정권 강화돼그러나 이는 총선용 선심정책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내각 경제팀도 이런 부총리의 태도를 지지하는데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통상산업부의 박재윤장관도 그동안의 은인자중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청 신설 등 선거를 앞두고 중소기업 지원책을 주도해세를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경제 부처장관들도 대부분 정치인 출신이거나 다분히 정치지향적인 인물들로 행정부의 파워를 보강하고 있다.추경석 건설교통부장관은 PK로 대통령의 고교후배라는 입지를 최대한 활용해온 인물이다. 보건복지부의 김양배장관도 UR 파문으로 물러났으나 이번에 부활해 현 집권핵심세력과의 끈끈한 연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이석채 정보통신부장관도 전문관료 출신이지만남북쌀회담 대표를 맡아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선거정국에서 행정부가 정치지향적인 인사로 구성됐기 때문에 당이내각에 대해 요구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여당의 경제정책 결정권이더욱 강화됐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당의 입지 강화와 관련해 주목할 사람은 신한국당의 이상득 정책조정위원장. 김종호 정책위의장이 있긴 하지만 그는 경제통은 아니다. 이에비해 이상득의원은코오롱그룹 공채 직원으로 입사해 코오롱 사장을 역임하는 등의 경력으로 인해 실물경제에 밝다.위에서 살펴본 당 행정부 청와대의 주요 포스트를 맡고 있는 이들이 경제정책을 좌우하겠지만 정부의 차관급 이하 관료 중에도 실세들이 있다. 우선 재정경제원의 이환균차관과 주요 정책수단을 쥐고있는 예산실 세제실 금융정책실등 3대 실장이 대표적이다. 이들은「PK3인방」으로 불리며 실권을 휘두를 채비를 마쳤다.이밖에 국세청의 신임 임채주청장도 국세청장이 항상 그랬듯이 경제핵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임청장도 PK 출신으로 분류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조직 개편이후 입지가 급속히 강화되고 있다. 총선 이후 경제부처 조직 개편이 있게 되면 장관급 부처로 승격이 예상되지만 아직은 힘이 미약하다.이밖에 경제정책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총리실의 강봉균 행조실장이 꼽히고 있다. 강행조실장은 과거 경제기획원에서 차관까지 역임하며 오랫동안 기획을 담당했다. 게다가 신임 이총리가이번 차관급 인사에서 자신이 잘 모르는 경제분야를 보좌하라며 강행조실장을 붙잡았다는 얘기가 있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