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공세 이제 그만, 내실있는 지원 필요하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신용보증기금. 신용보증의 양대기둥이다. 이들은 은행처럼 드러나게 자금을 빌려주지는 않지만 기업에는 현찰이나 다름없는 신용보증서를 떼어준다. 이들 기금이 발행한 보증서만있으면 어느 금융기관이건 군소리 없이 대출해준다. 물론 철저한신용조사가 선행되지만 이들 기금을 통하면 담보없이도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다.◆ 보증기금, 담보없이 은행문턱 넘게 해줘신용보증기금(신보)과 기술신용보증기금(기신보)은 업무가 유사하다. 다만 취급하는 보증종류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신보는 일반신용보증을 취급하고 기신보는 신기술사업을 지원하기 위해기술신용보증을 주로 하면서 일반신용보증도 해준다. 보증 뿐만 아니라 신용조사 신용정보서비스 경영지도등도 보증기관들의 업무에포함된다.신보의 보증을 받을수 있는 경우는 △은행으로부터 할인어음 당좌대출등 각종 운전자금이나 시설자금을 대출받을 때(대출보증) △보험회사 농수축협 상호신용금고등 제2금융권 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때(제2금융보증) △상거래와 관련해 대금결제·담보 등의 목적으로어음을 발행하거나 배서할 때(어음보증) △리스사등으로부터 기계시설 등을 대여받고자 할 때(시설대여보증) △회사채를 발행할때(사채보증) △공공기관과 각종 계약을 체결할 때(이행보증) △세금징수 유예 등의 혜택을 받고자 할 때(납세보증) △은행으로부터지급보증을 받고자 할 때(지급보증의 보증)등이다.기신보는 이같은 일반신용보증과 함께 기술신용보증을 추가로 제공한다. 신기술사업자가 한국종합기술금융 한국기술금융 한국개발투자 한국기술진흥금융회사나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술개발자금 등을대출받는 경우와 사채인수계약에 의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보증을 받을수 있다.이들 기금이 기업들에 보증해준 잔액은 지난해말 현재 모두11조6천7백28억원에 달했다. 94년말의 10조4천4백96억원에 비해서는 11.7%(1조2천2백32억원)가 늘어났다. 이중 신보가7조6천6백48억원에서 8조1천6백61억원으로 6.5%(5천13억원) 증가했다. 기신보는 2조7천8백48억원에서 3조5천67억원으로 25.9%(7천2백19억원)나 확대됐다. 이 가운데 기술신용보증이2조6천4백37억원(점유율 75.4%)이었으며 일반보증은8천6백30억원(점유율 24.6%)이었다.이같은 보증잔액은 1백조원이 넘는 예금은행의 기업대출규모에 비해서는 11% 남짓한 수준이고 각종 금융기관의 기업여신을 포함하면그 비율은 훨씬 낮아진다. 그렇지만 담보없이 금융기관대출을 받을수 있도록 해주는 이들 기금의 신용보증서가 중소기업에는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이들 기금이 없었다면 가뜩이나 높은 은행문턱은더 높아졌을 것이고 담보가 부족한 유망기업이나 기술만을 믿고 창업한 중소기업이 발붙일 곳은 없어졌을 것이다.이들 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혜택을 보고 있는 기업은 모두 10만6천6백66개(중복분포함)로 지난해 처음으로 10만개를 넘어섰다. 이는94년의 9만4천1백8개 업체에 비해 13.3%가 늘어난 것이다. 신보와기신보의 보증업체수는 각각 7만6천3백97개와 3만2백69개였다.신용보증기관은 보증을 해준 기업이 부도를 냈을 경우 대신 물어주는(대위변제) 재원, 즉 기본재산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기본재산에 따라 보증한도가 정해지므로 기본재산이 충실해야만 충분히 보증해 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지난해까지는 기본재산의 15배까지 보증해 줄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기본재산의 20배까지 보증해줄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됐다(현재는 시행령에 따라 17배까지만보증가능하다).정부가 각종 중소기업지원대책에 전가의 보도처럼 신용보증을 끼워넣는 것은 이처럼 적은 기본재산으로도 몇배나 되는 자금공급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기본재산은 정부와 금융기관의 출연금으로 조성된다. 정부는 매년 기금사정을 보아가며 기본재산 출연액을 결정하고 은행등 금융기관은 출연대상대출 평균잔액 금액의 0.2%와0.1%를 각각 신보와 기신보에 출연하도록 되어있다.◆ 중기부도 증가로 대위변제 급증 몸살지난해말을 기준으로 한 기본재산은 신보가 5천2백81억원, 기신보가 3천3백15억원이었다. 두 기금의 기본재산을 합치면 최고14조6천1백32억원까지 보증해 줄 수 있다. 지금보다 2조9천1백55억원이나 더 보증해줄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1년동안 기신보의 기본재산은 1백81억원이 늘어난 반면 신보의 기본재산은 2백11억원이 줄어들었다. 신보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기본재산을 까먹었다는 얘기다. 지난해 신보는 정부로부터 2천9백억원, 금융기관으로부터 2천5백11억원등 모두 5천4백11억원을 출연받았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많은 6천8백45억원을 대신 물어주는데 썼다. 구상채권 회수를 위해 전력을 기울였으나 기본재산을 지키는데는 역부족이었다.기신보도 기본재산이 소폭 늘어나긴 했으나 역시 많은 돈을 대신물어주는데 썼다. 기신보는 정부와 금융기관으로부터 각각 1천2백억원과 1천2백74억원을 출연받았다. 반면 대위변제액은 2천9백69억원으로 출연금보다 많았다.신용보증기관들의 대위변제액은 보증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함께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 부도사태가 심각해진 지난 92년이후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보의 경우 92년 보증사고금액이6천5백4억원을 기록한 뒤 93년엔 4천2백2억원으로 다소 감소했다.그러나 94년 6천8백90억원, 95년 7천4백96억원등으로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이에따라 대위변제액도 △92년 4천6백10억원 △93년3천9백59억원 △94년 4천3백75억원 △95년 6천8백45억원으로 점차늘어났다.정부는 올해 신보와 기신보에 5천억원을 출연할 계획이다. 그러나지난해 발생한 보증사고로 인해 대위변제해야 하는 부담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점과 경기가 꺾여 중소기업부도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사정이 크게 호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신보와 기신보의 대위변제가 급증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것은 아니다. 우선 신보의 보증대상이 되는 기업은 중소기업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기업들이다. 중견기업들조차 부도로 나가떨어지는판국인데 신보 거래업체들의 부도위험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또지난 92년이후 부도기업이 속출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은행들은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가뜩이나 높은 문턱을 더욱 높여오고 있다.담보가 없으면 웬만해선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여신심사도 한층까다로워졌다. 지난해에는 기업이 부도를 내면 89년3월 이후 근로자들의 3개월분 임금과 퇴직금등 임금채권을 담보권에 우선해 변제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결, 금융기관들은 기존 담보의 평가금액마저 하향조정했다. 최근들어 은행들이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잇따라내놓고 있지만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은행의 대출여건이 악화되면 될수록 양대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아우성을 치면 정부는 국책금융기관인 이들 기금을 다그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기금의 영업담당자들은 부실우려를 무릅쓰면서 보증해주는 사태가 나타나게된다. 그러나 국책금융기관이기 때문에 출혈을 무릅쓰고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는 더이상 적적한 개선책을 찾기 어려운상황이다. 이제는 중소기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과 구조적인제도개선의 뒷받침 없는 단순한 자금공급 확대정책만으로는 중소기업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심사인력을 강화하고 경영전담지도 요원을 배치하는 등 신보 내부로부터의 변화노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그동안 「국제경쟁력」과 「세계화」라는 논리로 포장해온 대기업위주 정책을 근본에서부터 재검토하고진정으로 중소기업을 북돋우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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