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산업디자인업은 기업내부에 속해 있다는 것이 미국이나유럽과는 크게 다릅니다.？통산성산하 산업디자인지원조직인 산업디자인진흥회의 아오키 시로(47) 프로젝트추진부장은 일본산업디자인업계의 특징을 한마디로이렇게 요약한다. 디자이너들이 대부분 기업에 고용돼 있고 프리랜서나 독립디자인업체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현재 일본전국의 산업디자인인구는 3만명, 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2천개사정도로 각각 추산되고 있다. 전체 디자이너 20만명중 약 15%가 산업디자인관련이다.디자이너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만 본다면 평균 15명정도씩을 보유하고 있다. 디자이너를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역시자동차 전자등 소비재관련업체들이다. 이들업종의 대기업들은 대개3백~4백명정도씩의 디자이너들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편인 도요타는 약5백명 적은편인 미쓰비시전기는 1백50명가량을 보유하고 있다.기업내부에 속해 있다는 점때문에 일본의 산업디자이너들은 디자이너라는 의식보다는 오히려 미쓰비시맨 마쓰시타맨 도요타맨등 기업소속의식이 강하다고 아오키씨는 지적한다.이점은 일본 산업디자인이 점진적인 개선에 강하다는 또다른 특징으로 연결된다. 사내기술진과의 협력이나 현장의 사정등을 충분히감안하여 작업되기 때문에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본상품들이 현장위주로 품질개선이 이뤄지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기업내디자인이란 특징이 나타나게된 배경은 지난 53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미국산업계를 시찰하고 온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하네다공항에 내리자마자 ？이제부터는 디자인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내뱉은후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디자이너고용을 시작했다.기업들은 디자이너육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투자를 실시한다. 현장교육인 OJT는 물론이고 경력에따라 일반교육과 전문교육등을 실시한다. 또 연간 수명씩을 선발해 해외유명디자인학교에 연수교육을보내는 것도 보편화돼 있다.그러나 기업내디자인은 큰 단점도 갖고 있다. 이노베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그것이다. 특히 장기불황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최근의 일본기업들로서는 이점이 안타깝기 그지없다.닛산자동차의 경우 이같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니어디자이너제도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제도는 10년이상경력의우수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국내외 어느곳이든 본인이 희망하는 지역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다. 마쓰바라히로시(47) 닛산자동차디자인본부 제2디자인 부장은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해 창조성을 발휘시키려는 것이 취지이며 실제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정부 디자인 육성으로 업체간 G마크 획득전쟁일본정부도 디자이너들의 창조성을 살리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아오키부장은 ？현재 인터넷을 이용해 디자이너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을 연구하고 있으며 오는 98년까지 시스템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디자이너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경우 통신을통해 매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독립디자인사무실을 육성해 이노베이션을 활성화시켜보자는 취지가 깔려있음은 말할 필요도없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기업의 해외이전과 함께 디자이너의 해외유출을 막자는 뜻도 포함된다.현재 일본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산업디자인육성책은 산업디자인진흥회가 주체가 돼있는 G마크제도가 핵심이다. 지난 57년 공업제품을 대상으로 시작됐으나 84년부터는 모든 업종·상품으로 대상을확대했다. 전철이나 불상등이 출품돼 G마크를 획득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8백50개회사의 2천6백개품목이 G마크를획득했다. 업체들간의 G마크획득경쟁이 전체산업수준을 끌어올리는데 크게 기여했다.지원조직으로는 산업디자인진흥회외에 저팬디자인 파운데이션(오사카)이 설치돼 있다. 이기관은 국제교류관련문제를 전담하는 기관이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체적으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각 현이 무료컨설팅이나 강습회 세미나 전시회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요코하마시의 경우는 산업디자인사무소를 개설하면 보조금을 지원하기도 한다.특히 나고야시는 총1백50억엔을 투입해 오는 97년11월부터 새로운디자인센터의 건설에 착수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인터뷰 / 데이비드 라이언창작성 미술성 기술적 측면을 키우라영국의 세계적 신발 디자이너 데이비드 라이언씨는 60을 훨씬 넘긴나이에도 「현역」에서 뛰고 있다. 그 연배라면 조직의 관리자급도훨씬 지나 원로로서 「대가」의 풍모를 과시하려고 할 법도 한데,그런 인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고급 구두 브랜드인「발리」(Bally)를 비롯, 세계 주요 신발업체의 수석 디자이너직을두루 거친 그는 지난 80년 이래 지금까지 유럽 샘플 페어에 정기적으로 디자인 스케치를 리포트 하는 등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최초의 컨셉에서 최종 생산품에 이르기까지 패션 디자인, 패턴 등에 대한 자문 초청이 끊이지 않고있는 그가 지난 1월 국내 신발 업체의 디자인 지도를 위해 방한했다. (KIDP 초청)▶ 영국 노르위치대 신발과를 졸업했는데, 대학에 신발과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낯설다.『영국 디몬포트대와 코드웨이너대에서 신발 디자인을 가르친다.디몬포트대에는 일반 패션 신발 란제리 및 수영복 직물 니트웨어등의 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코드웨이너대에서는 주로 손으로 제작하는 공예방 중심의 작품을 다룬다.』▶ 신발은 물건 크기가 작아 다른 물건에 비해 디자인 상의 변화를 줄여지가 적을 것 같다.『전혀 그렇지 않다. 신발보다 훨씬 더 작은 보석 반지만하더라도수백만가지의 변형을 줄 수 있다. 신발도 패션 전반적인 유행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를 가미할 수 있다.』▶ 그 패션의 유행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들이 매년 5월과 11월 밀라노에서 다음시즌의 패션 경향을 6~7가지 발표하는데 이를 도소매업자들이 개발생산하면서 유행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디자이너들은 기초 디자인을 소개하고 업자들은 이들을 토대로해서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낸다. 신발은 옷의 부수적인 부분이므로 새 유행에 맞춰 디자인을한다.』▶ 신발에 있어 디자인의 부가가치는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디자인이 적용된 경우 원가의 3배 정도라고 본다. 즉 재료비가20파운드 정도 소요되는 제품으로서 디자인을 생각하고 만든 신발이라면 소비자가는 60파운드가량 된다.』▶ 영국은 지난 80년대초 대처 정부가 디자인 진흥을 위해 공인 디자인회사 선정제도를 만들어 기업체 디자인 지도에 나서는 등 의욕적인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당시 그런 사업을 전개하게된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는가.『사회 전분야에 걸쳐 나태해진 분위기를 일신하기위한 정책방안의일환이었다. 비단 디자인 분야뿐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도 마찬가지로 혁신의 움직임이 있었다.』▶ 기업체가 디자인 개발을 할 경우 정부에서 지원을 하는 제도가 있는가.『디자인 교육기관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정한 보조를 한다. 또 「디자이너를 위한 기금」제도가 있어 디자이너들이 기업체에 대해지도사업을 할 경우 이 기금을 통해 디자이너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있다.』▶ 한국 방문이 세번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신발 제품에 대해느낀 점은.『우선 제품의 세밀한 부분에 대해 마무리를 못짓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또 값이 싸보이게 만드는데다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매장에서 팔고 있다. 반면 외국 수입품은 대부분 값비싼 장소에서팔고 있어 대조적이었다.』▶ 마무리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신발 만드는데에는 1백40개의 기술 과정을 거친다. 한 예를 들어보면 신발은 10여개의 구성 조각을 바느질해서 만들어 지는데 한국산은 여기서 많은 문제가 있다. 조각을 연결하는 실밥이 외관에 보이지 않게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이것이 터지거나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 또 하이힐 같은 제품은 중심이 잘 안잡히는결함이 눈에 띈다. 이는 결국 기술력이 달린다는 얘기다.』▶ 오랫동안 학교에서 제자도 양성했는데 디자이너로서 교육철학이 있다면.『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심을 갖고 창작력을 키우라는 얘기를 많이한다. 또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할 때 상대방에게 충분히 이해를시킬수 있도록 기술적 지식을 쌓을 것을 주문한다. 디자이너가 기술에 대해 잘 이해를 하지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제조업자에게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만들어보라고 설득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다른하나는 상품화시키기 전의 아이디어 제품에 대해 창작성 미술성 기술적인 측면 등 많은 것에 대해 재삼 재사 신중히 검토해볼 것을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