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펀드매니저 뺨칠 투자기법 개발을"

우리 증권시장의 역사는 선진 여러 나라의 그것에 견주어 짧은 게사실이지만 오늘의 현대적 시장으로 발전하기까지 빠르게 탈바꿈해온 변천사를 생각하면 단순히 짧다고만 할 수는 없다.지난 70년대엔 1, 2차 석유파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중동건설 진출로 돌파구를 마련함으로써 불황을 극복했다. 이에따라 건설주는 대단한 인기를 모았었다. 회사명에 「건설」이란 말만 들어있으면 비록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이라도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만큼 일반투자자 중심의 무분별한 투기가 횡행했다.기업의 내재가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건설주를 사는데 관심이집중됐다. 건설주만 좇는 뇌동매매의 극치는 결국 「건설주 파동」이란 투기의 후유증을 남긴 채 70년대의 장을 마감했다. 막바지에증시로 몰려 들었던 투자자들이 커다란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이다.81년초 정부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자유화를 선언하고 4단계 조치를 발표했다. 무역과 외환거래의 자유화에 이어 자본이동도 자유롭게 개방한다는 호재가 터진 것이다. 외국인전용 수익증권이 설정되고 코리아펀드(KF)가 발매됐으며 해외전환사채(CB)와 주식예탁증서(DR)의 발행도 허용됐다. 게다가 해외요인에 의한 「3저」(저유가저금리 저달러)의 호재가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게 되자 주가는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기관투자가들이 물량확보에 나서자 5천원짜리로 액면이 통합됐지만주가는 튀었다. 공급확대와 증권민주화를 위해 공기업 공개를 통한국민주가 보급되자 과열된 증시는 식을 줄을 몰랐다.드디어 농촌의 투자자들까지 대거 참여하여 자연히 뇌동매매에 따른 투자손실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사행심에 기초한 투기적 거래는 지탄의 대상이 되었다.80년대의 증시는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주식 대중화시대를 열었으나 85년말에는 기관화 비율이 14.89%에 불과한 반면 개인의 비중은 여전히 52.48%로 높았다. 따라서 기관투자가의 증시안정화 기능은 미미했건만 오히려 그들의 과장된 영향력이 주가를 춤추게 하고말았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일확천금」의 뜬구름과 「한탕주의」의 쓴 맛을 안겨주기도 했다.90년대초 개방화와 자유화의 슬로건을 내건 이후 요즘은 세계화와국제화의 기치가 높이 올랐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과 더불어경제적 국경은 무너지고 총성없는 무역전쟁의 시대가 다가왔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철저히 기본적 분석에 의한 과학적 투자기법의 무기를 들고 우리시장을 공략해 왔다. 저PER(주가수익비율)주와 자산주의 발굴, 기술개발 미래산업 등 첨단주에 대한 매집이 그 증거이다. 경험과 느낌으로 판단하던 투자패턴의 「아픈 곳」을 찔렀던것이다. 한편으론 외국인들은 과감하게 고주가시대를 열었지만 주가양극화의 골을 팠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샀다.◆ 기관 매매비중 93년엔 30%선 넘어또 하나 주목할 사항은 기관화현상이다.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기관투자가들의 비중은 그리 높지않았지만 국민저축 증가와 함께은행 보험 투신 등 기관들의 자산규모가 커지며 주식운용비중도 늘어났다. 80년대에는 20%대에도 못미치던 기관들의 매매비중이 93년이후에는 30%선을 넘어서고 있다.기관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이른바 블루칩(대형우량주) 종목군들이 큰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일반투자자들이 주로 갖고 있는금융 건설 등 저가대형주들은 상승장세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났다.일반인들은 소외감에 젖어들었고 이후 나타난 개별종목 장세에서도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보며 장세를 이탈하는 조짐마저 연출했다.올해 외국인 투자한도가 20%까지 확대되면 외국인들의 영향력은 더커질 것이다. 지금도 외국인 매수종목을 눈여겨 보며 「따라가는투자」를 서슴지 않는 우리의 현실이 이같은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정보선택 능력과 자금동원 능력이 달린다하여 손들어 버릴 수는 없다. 투자기법의 개발에 힘써서 이들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기량을길러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과제라고 여겨진다.더구나 올해는 선물시장이 열리면서 「선물」이니 「선도계약(포워드)」이니 「옵션」이니 하는 새로운 투자수단과 위험관리 기법이우리의 머리를 어지럽게 할 것이다. 예전의 「업종장세」 추세는퇴색하고 오늘날 우리는 소위 「감」에 따라 사고파는 무모한 투자행위를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주식투자는 언제 무엇을 사고파는가 하는 문제로 요약된다. 이는어찌보면 쉬운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렵다. 지금은 감수할 위험의 크기를 미리 정하고 투자할 종목 꾸러미(포트폴리오)를 꾸려야한다. 앞으로도 기관들의 비중이 커지며 외국인들의 영향력이 점점더 증대할 것이므로 좀더 과학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기업내부가치와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한 다음에 비로소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꿰뚫는 눈으로 「때」를 보고 「값」을 알아야 투자가로서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본다.이준호·대신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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