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4조 '실탄'동원 블루칩 등에 '집중사격'

보험사들이 증권가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기나긴 가뭄마냥 지루했던 작년 주식시장에서도 보험사들은 국내 기관들중 최대의 순매수 세력으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이들은 지난해 3조1천억원어치를 내다팔았지만 4조원이상을 사들여9천6백60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 작년 한해동안 1조5천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증권사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은 물론 은행권의 순매수규모(4천1백86억원)를 배이상이나 웃돌았다.이처럼 보험사들이 공격적인 주식매수에 나설 수 있었던 「파워」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우선 국내 기관들중 자금사정이 가장 좋다는 점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재해보장이나 노후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보험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난결과였다.지난 80년대만 해도 우리네 소득수준이 낮아 보험사들의 자산 덩치도 지금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던게 사실이다. 게다가 작년엔 연금보험이 나오면서 신규수요 창출에 가세했다.자산운용준칙상 보험사들의 유가증권투자는 총자산의 30%로 제한되어 있지만 늘어나는 자산에 맞춰 투자여력도 커졌다는 것이다.신규자금이 몰려든데 힘입어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해진 것은 물론이다. 앞으로 5~10년후에 보험금이 지급된다는 점에서 현재 시세에 급급하지 않고 그때까지 낙관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판단되면 매수하는데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여타 기관들을 상대로 영업활동을 펼치는 증권사 법인부 관계자는최근 보험권에선 사업의 영속성이 있는 기업과 간판급 기업들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부도날 염려없는우량주를 매입한다는 얘기다. 이들 종목엔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포항제철과 일부 은행주는 물론 현대건설 동아건설 등 우량건설주들이 주종을 이룬다는 것.보험사별로는 단연 「생보 빅3」가 대표적이다. 바로 삼성생명과교보생명 대한생명 등이다. 이들 3개 증권사의 상장주식 투자규모는 작년 11월말 현재 모두 5조5천9백49억원으로 생보사전체(7조9천75억원)의 70.8%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은 삼성생명의 투자규모가 3조원을 넘어섰고 교보생명이 1조8천억원, 대한생명이 1조1천억원선을 달리고 있다.이들 보험권의 한 관계자는 『작년말부터 96년 주식시장 전망에 따른 전략대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단기 등락에 얽매이지 않고 중장기적인 투자에 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성장성이 뛰어난종목과 펀더멘털이 좋은 주식(내재가치 우량주)을 80%이상의 비중을 두고 집중적인 매수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래도 이 회사는 한가닥 아쉬움을 안고 있다. 지난번 종합주가지수가 850선까지 떨어졌을 때를 단기저점으로 보고 매수를 확대했지만 지수가 단기간에 880대로 올라버려 충분한 물량확보를 할만한여유가 없었다는 얘기. 그래서 주가가 추가하락하거나 880선을 꾸준히 유지하면 낙관적이라고 판단해 다시 매수할 방침이란다.「빅3」 사이에도 운용전략엔 차이가 난다. 유망하다고 생각되는종목을 10개정도 잡아놓고 1백만주씩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패턴은엇비슷하지만 나름대로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는업종대표주를 중심으로 업종별 포트폴리오를 구사해 분산투자하는성향이 강하다.반면 교보생명은 은행권의 조흥은행처럼 삼성전자 등 고급주식에특화하고 있다. 또 대한생명은 최근들어 조금씩 각광을 받는 은행주를 지난해 12월과 올1월에 걸쳐 집중 매수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은행주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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