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전지로 세계를 흔든다

주변의 사물을 줄여 정교하면서도 아담하게 꾸미는 기술에 관한한일본인들은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미국인들이 큼지막한 레코드플레이어를 자동차에 싣고 다니며 로큰롤에 젖어있을 때 일본기업들은 허리에 차고 다니는 소형 레코더(일명 워크맨)를 내놔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현재도 휴대전화 비디오카메라 노트북PC 등과 관련된세계전자업계는 작고 가벼운 것을 지향하고 있으며 일본인들의 「축소재능」은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일본이 기술상의 우위를 지키며 세계전자업계를 리드하는 비결은바로 2차전지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자제품들의 휴대화 경향속에서 이같은 추세를 떠받쳐주는 2차전지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핵심기술이다. 휴대전화 노트북PC등이 작아질대로 작아진 단계에서 더 가볍고 한번 충전으로 보다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약방의 감초」격이면서도 녹용만큼 중요한 2차전지에서 나오고 있다.◆ 세계전자업계 리드비결은 2차전지 지배일본은 2차전지분야에서 세계시장의 90%정도를 차지, 사실상 독점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재 시장의 주류가 되고있는 니켈수소전지에서는 일본이 세계시장의 90%이상을 지배하고있으며 성능에서 가장 앞선 최첨단제품인 리튬이온전지는 거의100%가 「메이드 인 저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현재는 소니 도시바 마쓰시타 산요 일본전지 등 대부분의 전기전자업체가 리튬이온전지의 양산단계에 들어가 있다. 사실상 리튬이온전지에서도 「왜색 배역진들만이 출연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는 상황이다.리튬이온전지는 2차전지중에서도 축전이란 측면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발휘하고 있는 제품이다. 리튬이온전지는 플러스극에 리튬산화물을, 마이너스극에 카본을 사용한다.충전을 시킬 때는 리튬이온이 플러스극에서 마이너스극으로 이동,카본의 분자구조속으로 들어가게 되며 방전을 할 때는 리튬이온이반대방향인 플러스극으로 움직여가게 된다. 같은 무게라도 니켈카드뮴이나 니켈수소전지의 약1.5배에 달하는 전기를 축적할 수있어전지의 무게를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경량화를 꾀할 수 있다.또 같은 크기에서는 리튬이온전지가 다른 2차전지에 비해 최고2배까지 많은 전기를 축적할 수 있어 휴대용 전자제품을 소형화시킬수 있다. 한편 재충전할 수 있는 횟수도 다른 전지보다 배이상 많은 1천2백회에 달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일본업체중에서도 리튬이온전지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기업은 소니였다. 소니는 전자산업계에서 항상 기술력을 바탕으로 타사보다한발 앞선 제품을 선보여 왔으나 2차전지분야에서는 후발업체였다.산요 마쓰시타 도시바 등이 니켈카드뮴이나 니켈수소 등 니켈계통의 2차전지에서 세계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었던 것이다.소니는 소니에너지테크라는 자회사를 통해 리튬이온계에서는 최선두기업으로 기선을 제압하고 나섰다. 이미 5년전인 91년에 세계최초로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한 것이다. 당시만해도 소량생산이었으나2∼3년전부터 시장수요가 증가하자 94년말 월1백50만개의 양산체제를 갖추고 본격 생산에 시동을 걸었다.작년말 일본북부 고리야마시에 위치한 소니공장의 화재로 생산이일시 중단되면서 국제가격이 요동친 것은 리튬이온전지에서 소니의시장지배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소니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나선 회사는 도시바와 아사히케미컬(旭化成)의 합작인 에이 티 배터리사. 93년에 제품을 선보인 후월40만개, 1백60만개로 증산을 거듭해오고 있다. 여기에 마쓰시타전지 산요전기 등도 94년부터는 본격생산에 들어가 현재 월1백만개이상씩의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일, 통산성 주도로 2차전지개발 적극 지원한편 2차전지관련기술의 발전에는 일본정부에서도 적극적인 후원에나서 93년초에 이미 통산성주도로 「리튬이온전지전력저장기술연구조합」이란 긴 이름의 조합을 발족시켰다. 이 조합에는 정부기관인전력중앙연구소와 도시바 일본전지 등 민간기업이 참여, 전기자동차용배터리 가정용축전장치 등의 연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전세계적으로 2차전지는 지난해 약40억달러의 시장규모를 보였다.이 가운데 리튬이온전지가 차지하는 부분은 3∼4%. 그러나 일본업계에서는 2000년에 2차전지시장이 1백억달러를 넘는 규모로 성장하고 특히 리튬이온전지는 30억달러시장으로 팽창할 것으로 내다보고있다.이에따라 전체 2차전지시장에서의 점유율도 40%정도까지 늘어나며앞으로 1∼2년내에 현재 2차전지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니켈수소전지를 리튬이온전지가 압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이같은 일본업계의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격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리튬이온전지는 현재 에너지용량당 가격이 니켈수소전지의 약2배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에는 소형경량이면서 장시간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워 높은 가격전략으로 나설 수 있는 최첨단의 전자제품으로 용도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가격이 낮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직까지 양산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소니 도시바 마쓰시타 산요등이 양산체제를 갖췄다곤 하지만 월2백만개를 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니켈수소전지는 월5백만~6백만개씩을 생산하는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생산설비를순식간에 확장할 수 없는 것은 투자액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월1백만개생산을 위한 설비를 들여놓는데 있어 리튬이온생산라인은약1백억엔이 필요해 니켈수소생산라인의 두배에 달하는 비용이 든다. 이는 리튬이온이 수분과 상극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생산공정중 습도를 사막의 습도보다도 낮은 20%이하로 낮춰야만 하는난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일본업체들은 리튬이온전지의 생산코스트를 떨어뜨리는 방안과 함께 축전용량을 높여 에너지용량당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마쓰시타전지와 산요전기는 마이너스전극의 재료인 카본의 결정도를 높임으로써 보다 많은 전기를 담는 연구에 한창이다.또 현재 플러스전극의 재료로 포함되어 있는 코발트를 니켈이나 망간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다. 이같은 연구가 성공할 경우 재료가격이 최고 20분의1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전지전체의 제조원가도 20∼30% 저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2차전지개발은 기초소재나 화학 등과 관련, 원천적 기술이나 축적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분야다. 더구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등 선진국에서 기술이전을 꺼려하는 대표적인 분야이기도하다.국내기업들은 독자적인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세계의 기술수준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니켈수소전지시장의 장악에 이어 다가올 리튬이온전지시장을 향해서도 수십발짝 앞서가고 있다. 자국기업들간에는 생산량과 기술개발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지만 세계의 진열대에는 여전히 「메이드 인 저팬」의 2차전지만이 진열될 우려가 높은 것이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