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스카우트바람 거세다

「한 사람의 천재가 18만 삼성인을 먹여 살린다. 고급 연구인력을확보하는데 주력하라.」 최근 이건희 회장의 우수인력 영입 독려에따라 삼성은 고위관료와 해외 석·박사들의 유치에 앞장서 왔다.특히 신규진출한 승용차사업의 고급인력을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현대자동차 울산공장장과 쌍용자동차 전무이사를 역임한 강명한씨를 삼성자동차 부품개발본부장 겸 부사장으로 스카우트했다. 또한일찌감치 현대자동차 마북리 연구소장을 지낸 정주화씨를 부사장으로 데려왔다. 임원급으로는 국내 최대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기계 상무출신의 박수동씨를 삼성자동차 생산기술총괄 상무로 임명했다. 그리고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 이사를 지낸 허명래씨를 삼성자동차 상무로 스카우트해 왔다.지난 94년 하반기 승용차사업 진출에 따른 비난여론 무마차원에서제출한 『기존업체의 현직 및 향후 퇴직자중 2년이 경과하지 않은인력의 채용은 배제하겠다』는 각서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인력확보에 얼마나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동차업계의 인력확보 경쟁은 임원급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무기술진의이동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최근 쌍용자동차 기술인력이 현대정공으로 옮기면서 나타난 양사간의 신경전은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자동차업계 이외에도 핵심인력 확보를 둘러싼 기업간 격돌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업과 제2금융권에서 고급인력의대규모 이동이 포착되고 있다. 대기업의 이동정보통신사업 진출과증권사의 투신업 참여, 선물시장 개설에 따른 인력수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금년 상반기에 있을 신규통신업자 선정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은 전문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수 인력의 확보여부가 사업자 선정의 주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제2이동정보통신에 참여한 대부분의 중견그룹들이 철강 건설 유통 등 정보통신과 무관한 업종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고 하겠다.중견그룹중 정보산업 육성에 남다른 열의를 갖고 있는 한솔그룹은호주 텔스트라 한국지사장 출신의 소진하 박사와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사장을 역임한 정용문씨를 각각 한솔텔레콤사장과 한솔정보통신연구원장으로 영입했다. 삼성 한국통신 한화통신 등에서도 전문인력을 공채와 특채로 확보하고 있다.PCS(개인휴대통신)사업을 희망하는 데이콤과 현대 삼성 LG 등도 전문가 초빙경쟁을 벌이고 있다.데이콤은 10년 이상된 정보통신기술 경험을 살려 PCS사업경쟁에서승부를 걸고 있다. 이를 위해 개인휴대통신 전문가인 전자통신연구소의 최각진씨를 영입, PCS사업개발팀장으로 임명했다. 또 지난해6월 50여명의 경력사원를 공개 채용했다. 이중 태반이 한국통신출신자로 데이콤과 한국통신간에 인력스카우트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LG그룹은 회장실 직속에 정보통신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통신 연구개발원 기술개발단장을 역임한 유완영씨를 LG전자 통신사업기획단 전무이사로, 일진그룹 통신사업본부장을 역임한 김관명씨를상무이사로 스카우트해 왔다. PCS사업이 가시권에 들어올 경우 해외지사망을 통해 전문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다.제2금융권도 정보통신업 못지않게 스카우트 열기가 뜨거운 업종이다. 투신사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의 공세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대한투자신탁의 차광민 운영평가부장을 대신투자자문의 상무로 스카우트, 투신사 전환에 따른 실무책임을 맡기고 있다. 후발 증권업체인 동부증권도 투신업무를 취급하기 위해 한국투자신탁과 대전의 중앙투자신탁에서 2명의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해 왔다. 동부증권 이상돈 차장은 『현실적으로 투신업체가증권업체보다 승진이 늦는 반면 고임금이라 스카우트하기 힘들다』면서도 『투신업무에 꼭 필요한 신탁계리와 전산관련 종사자를 한단계 직급을 높여주면서 데려왔다』고 말했다.증권사의 과잉스카우트에 대한 투신사의 반발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 국민투자신탁은 교보증권에 대해 1개월간주문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종합금융회사로 변신을 꾀하는 교보증권이 신탁계리 담당자를 스카우트한데 대한 일종의 보복조치였던셈이다.건설업과 유통업도 스카우트전이 치열하다. 대형 및 중형건설업체들이 발전소건설과 SOC(사회간접자본)사업에 적극 참여함에 따라인력 이동이 심해지고 있다. 또한 30대 그룹중 유통업 진출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많고 기존 유통업체가 대형화 전국화하는 경향에따라 유통인력의 이합집산도 늘어나고 있다.전문기술진과 우수 경영진을 확보하려는 기업간 전쟁은 대기업에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으로 유출되는 만큼의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창우 지도부장은 『국내에 기술이 없거나 첨단기술을 필요로 할 때외국인 기술자를 초빙한다』며 『지난해 모두 2백70여명을 초청,1천6백여 중소기업에 기술을 지도했다』고 말했다.우수인력확보를 위한 경쟁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외교포과학자와 해외유학생의 스카우트를 위한 홍보활동과 해외취업설명회를 갖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95 인터내셔널 커리어포럼」에는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이동통신 등이 참가하여 해외우수인력확보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이들 업체의 상담실에는 유럽에 유학중인 한국인 학생과 동구권에 유학중인 외국인학생 등 5백여명이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기아자동차 인사팀 정완식 과장은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도 두번에 걸쳐 면접을 보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또한 국내 주요 그룹은 지난해 7월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가 주관한 현지 석·박사 과학기술인력 1만여명의 인적사항 자료가 완성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인력 포섭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업체들은 해외인력을 원활히 조달하기 위해서 자료구축을 지원하고 있다.정보통신과 제2금융권 등 유망업종의 인력이동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 질 전망이다. 기업측은 인재양성에 소요되는 시간과 투자를 절약할 수 있고 스카우트 대상자는 더 좋은 급여와 직책으로 옮길 수있어 상호 이익을 볼 수 있다.특히 전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어 전문기술직을 중심으로 한 인력이동은 더욱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수요자(기업체)와 공급자(전문인력)를 짝지어주는 사업은 더나은 환경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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