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로 좋은 기업 이미지 심는다

지난해 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으로 정국이 한창 시끄러울 때 갑작스럽게 PR대행사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대 중앙에 등장했다. 88년 차세대 전투기 선정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느냐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면서 PR대행사의로비활동이 새삼스레 공개됐기 때문이다. 당시 F-18 기종의 맥도널더글러스(MD)사와 F-16의 제너럴 다이내믹스(GD)사는 각각 버슨-마스텔라와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를 PR대행사로 선정, 대정부 로비에나섰다. 이 사실을 두고 세간에서는 차세대 전투기가 GD의 F-16으로 결정된 것은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의 로비전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까지 내리며 PR대행사의 로비전과 로비의 대가로 주고 받는리베이트 규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았다.PR는 만능해결사 아니다차세대 전투기 기종 선정을 둘러싼 PR대행사의 로비활동을 과대 해석하는 세간의 관심에 대해 한스PR의 한중진사장은 『PR를 몰라도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PR에서 로비란 최종 결정자의 자발적인동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설득활동입니다. 결정이 내려졌을 때 결정과정에 부정이 없으며 합리적이었다는 사실을 대중들이 받아들일수 있도록 돕는 것도 로비의 중요한 역할이죠』 PR활동을 잘 했다고 해서 사업권을 따내는 것도 아니고 못 했다고 해서 제외되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한사장의 말은 우리 사회에 일반적으로 퍼진PR에 대한 두 가지 오해 중의 하나를 지적하고 있다.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PR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언론에 자기 조직과 관련된 좋은 기사는 자주 내보내고 나쁜 내용은 싣지 못하도록하는 것이 PR의 핵심이라는 생각이다. PR에 대한 이런 인식은 우리사회의 경제발전과 민주화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 뒤처졌기 때문에생긴 어쩔 수 없는 오해였다. 사회가 폐쇄적인데다 경제 자체가 정부주도의 개발형이다 보니 부정한 방법의 대정부 로비와 정경유착이 횡행했다. 시장도 공급자 중심이다 보니 기업은 굳이 소비자를올바로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해 별도로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당연히 공개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PR는 설 자리가 없었던 셈이다.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서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동시에 가속화되면서 국내에서도 PR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PR에 대한 개념이 너무 빨리 유입되다 보니두 번째 오해가 생기게 됐다. 일종의 PR만능론이다. PR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재정립하고 로비를 해서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있으며 기업에 위기가 닥쳐도 PR만 잘하면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는 식이다. 물론 PR는 이러한 모든 영역을 포괄한다. 단지 PR는만능 해결사가 아닐 뿐이다.PR에 대한 두 번째 오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PR가 여전히기업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이익 증진 수단으로 이해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과 기업 주변 공중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자상호 공동 이익 증진이라는 PR의 핵심이 무시되고 있다. PR만능론은 PR의 중요성이 몇년전부터 계속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PR가 제 영역을 구축하지 못하도록 하는데일조하고 있다. PR를 만능으로 생각하다 보니 국내 기업은 PR를 통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하게 된다. 큰 돈을 들여 PR를 했는데도 왜 결과가 이 모양이냐는 식이다.국내 기업들도 해외에서의 뼈져린 PR실패 사례들을 통해 PR만능론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결과가 눈에 보이는 광고에는 큰 돈을 들이면서 PR에 드는 비용은 아까워한다. 이런 점에서삼성그룹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PR가 무엇인지를 알고 장기적인PR전략을 수립, 실행하고 있는 모범사례다.◆ 삼성그룹 사회봉사활동, 광고의 몇 배 효과 얻어삼성그룹의 PR 성공사례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삼성그룹의 사회봉사활동은 특히 백미로 꼽힐만하다. 삼성그룹의 전 계열사는 홍보실에 직원들의 사회봉사활동을 관리하는 책임자를 두고 직원들이각종 봉사활동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봉사활동 참여여부는인사고과에도 반영된다. 이 뿐 아니라 봉사활동을 위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휴직할 수도 있으며 봉사를 위한 휴직의 경우에는 휴직기간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삼성그룹의 파격적인 사회봉사활동 프로그램은 PR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삼성그룹의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내용은 언론에서는 화제성으로 한번 오르고 그칠 뿐이다. 그러나 삼성그룹 직원이 봉사하는 장소 곳곳에서는 삼성그룹에 대한 좋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회자되고 좋은이미지는 계속적으로 생성된다. 삼성그룹의 사회봉사활동 프로그램은 좋은 활동을 통해 사회에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이미지를 심는사회책임PR의 전형을 보여준다.삼성그룹의 봉사활동은 일본에서도 PR적인 성과를 거둬냈다. 지난해 일본 고베에서 지진이 났을 때 삼성그룹은 일본에 연수중인 직원을 고베 복구사업에 자원봉사 형식으로 투입했다. 고베에서 일을하는 삼성맨들의 모습은 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방영됐다. 일본 덴츠PR센터의 구로미즈 상담역은 『많은 일본인들이 파란색의 삼성로고가 붙은 옷을 입고 고베에서 일하는 삼성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물론 고베에서의 봉사활동 이후에 일본내에서 삼성그룹의 매출액이 급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고베에서의 활동이 광고의 몇 배의 효과를 거둔 장기적인 투자라는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삼성그룹의 사회봉사 활동 PR는 PR가 고도의 경영전략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의 홍보부에서 주로 하는 일이란 언론에 무엇인가를 알리기 위해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PR지를 만드는 등의 실무작업이다. PR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PR제작에 초첨이 맞춰져 있는것이다. 미국에서 홍보부의 위치는 국내 기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85년 미국에서 발행된 PR관련 자료에 따르면 3백77개의 미국기업 중 52%가 PR조직을 사장 직속으로 두고 있었고 17%는 부사장직속이었다. PR를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으로 여기기 때문에 사내PR조직원들이 최고 경영진과 직접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PR를 단순한 실무 정도로 여기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경영층에서부터 PR에 관심을 가지고 PR경영을 펴야할 시점이다.세계화는 이제 모든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되뇌는 일상어가 됐다.세계화는 곧 사회의 개방화를 의미한다. 열린 사회가 될수록 상대방에게 나를 올바로 이해시키기 위한 PR활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PR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생존전략이 됐다.★ PR이란PR를 우리말로 옮기기는 어렵다. 흔히 홍보라는 말로 번역하기도하지만 이는 오해다. PR는 Public Relations란 말 그대로 공중과의관계를 뜻한다. 다시 말해 주변의 여러 집단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기 위한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이에비해 홍보(Publicity)는 언론매체에 조직에 대한 좋은 기사가실리도록 유도하는 활동으로 PR의 일부일 뿐이다. PR가 대중들과의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각종 전략을 수행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라면 홍보는 단순히 알리는 행위만을 말한다. PR는 흔히 「알릴 것은알리고 피할 것은 피한다」는 홍보의 수준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진정한 의미에서의 PR란 전략이고 정보의 집약체다.PR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팔기 위해 대중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광고나 조직이나 개인의 이념과 주장을 전파하는 선전과도 다르다. 광고나 선전은 대중을 향해 일방적으로 전달되지만 PR는 대중과의 대화를 추구한다. PR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는 어떤 문제에대해 대중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들의 바람에 맞게 조직의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이다.광고는 주로 기업체가, 선전은 주로 정치단체가 행하지만 PR는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기업이나 정당 정부기관 사회단체 스포츠단체 등 각종 조직뿐만이 아니라 대통령 정치인 연예인스포츠맨 등 개인들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PR를 한다. 주위의 좋은평판을 얻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PR는처세와도 비슷하다.PR의 영역은 위기관리, 로비, 마케팅PR, 스포츠마케팅, 이미지관리, 캠페인활동, 조직과 관련된 어떤 쟁점을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쟁점관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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