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2만대군 진군 나팔

『삼성이나 현대가 뭐 특별한게 있습니까. 우리라고 재계 1위를 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재계 1위, 자신 있습니다. 그만큼기대도 크고요.』LG그룹 회장실소속 전략지원팀 박정숙씨(20)의 말이다. 박씨는 또『입사한지 1년도 안됐지만 해를 넘기면서 그룹내부에서 일어나고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느낀다』고 덧붙였다.『변화를 많이 느끼죠. 우선 회의를 위한 회의 같은 비효율적인 면들이 사라진 대신 활발한 토론이 오가는 회의가 이뤄지고 팀제도입으로 결재단계도 짧아졌으며 사원복지도 많이 좋아졌죠.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공격적 경영에 대한 공감대형성과 그에 따른 기대감과 활력이 가득 넘친다는 것입니다.』입사 2년차인 LG상사 정진상씨(29)가 털어놓은 또 다른 느낌이다.박씨나 정씨의 말처럼 「일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을취임일성으로 내건 구본무회장의 경영정책에 따라 LG그룹은 지난한해동안 가장 괄목할만한 변화를 시도했다.구회장이 「정도경영을 통한 초우량 LG그룹」을 향한 방법론으로공격경영을 선택하면서 재계에서는 「과연 잘 될까」하는 눈길로쌍둥이빌딩을 주시하고 있다.재계에서 다른 그룹들과 비교해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LG그룹이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구태의연」의 「허물」을 벗으려하고있기 때문이다.재계뿐만 아니다. 그룹사옥인 여의도 트윈타워 내부의 공기도 눈에띄게 달라졌다. 공격경영은 사실 LG그룹 내부에서는 「불감청 고소원」이었다. 즉 감히 드러내놓고 요구하지는 못했지만 은근히 바라던게 공격경영이었다. 그러나 공격경영의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대반 우려반」이라는 소리도 만만치않았다. 그만큼 「럭키금성」이라는 큰 그늘 속에서 평탄한 길을 걸어왔던 LG맨들에게 구회장의 혁신시도는 그야말로 「심장이 뛰는 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그러나 LG맨들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만은 결코 아니다. 구씨와허씨 가문의 완전한 균형을 추구하는 가운데 착 가라앉아만 가던그룹분위기. 게다가 한때 재계 4위인 대우의 맹추격으로 재계 3위자리마저 위태로웠던 초조감.이럴 때 구본무회장이 개혁의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으니 자신의 허벅지살을 꼬집으며 정신을 차릴 수밖에….이제 구본무회장체제가 출범한지 만 1년을 넘어섰다. 그의 능력에대해 재계에서는 「대체로 성공작」이라는 평을 내리고 있다.특히 두드러진 것은 보수적 사풍으로 정체성을 보이던 그룹내부의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치고 있다는 점이다. 수성보다는공격, 즉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구본무회장의 경영모토에 따라사내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현실안주형에서 전방돌진형으로 바뀐 것이다.구본무선장이 이끄는 이런 공격경영의 고삐는 늦춰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새해 들어 여의도 쌍둥이빌딩 속에서 움직이는 전사들의 눈동자는더욱 빨리 움직이고 있다. 구회장이 내건 혁신과 공격경영이 수성이나 단순한 사업확장이 아닌 더 큰 목표를 갖고 줄기차게 추진되기 때문이다.그것은 바로 국내 재계 1위 자리를 탈환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방법론이자 쌍둥이빌딩 전사들의 전투교범이 바로 「도약 2005」프로젝트다.당초 「도약 2005」 구상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LG그룹 스킬올림픽때 구회장이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대략적으로 밝힌 그룹의 장기적 경영에 대한 청사진이었다.당시 구회장은 「도약 2005」의 목표에 대해 『경영의 질 과 양 모두에서 1등을 실현하겠다는』는 말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이나 현대를 제치고 재계 1위에 올라서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이이어지자 『국내의 경쟁기업을 생각해서가 아니다』며 『개방경제시대에 LG그룹이 세계적인 초우량기업의 대열에 오르겠다는 의미』라고 비껴갔다. 하지만 그 말속에 함축된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룹관계자의 말처럼 『내기에서 지기를 무척 싫어하는 구회장의 성격』을 볼 때 결코 삼성 현대에 「눌리는그룹」의 회장은 되지않겠다는 「의지」인 것이다.한마디로 『LG가 나간다. 삼성 현대는 이제 길 비켜라』는 뜻의 도전장과 같다는게 재계 안팎의 일치된 해석이다.재계 1위를 키워드로 한 「도약 2005」의 구상이 알려지면서 쌍둥이빌딩은 『드러나지 않는 후련함과 함께 무언가 열정에 휩싸인 듯한 사내분위기를 보이고 있다』고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LG엔지니어링 김모대리(32)는 『「도약 2005」 구상을 접한 뒤로일할 맛이 난다』며 『우리가 재계 1위에 오르는 것은 조만간 이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대리는 또 『비록 마포사옥에 있어 여의도쪽만큼 실감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5년전 입사당시와 비교해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구회장의 「도약 2005」 구상이 구체화되면서 트윈타워에서는 변화된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지난 1월 대략적인 설명회를 통해 「도약 2005」의 윤곽을 잡은 계열사들은 이제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는 등 「화룡점정」을 위한마무리 작업에 눈코 뜰새가 없다.또 계열사별로 부장급이상 간부들을 상대로 장기프로젝트에 관한각종 과제물들이 무더기로 부여되고 있다. 아울러 계열사별로 작성된 장기경영구상의 초안을 놓고 임원급들 사이에 워크숍이나 회의등이 빈번히 열리고 있다.LG그룹의 C부장은 『그룹매출을 3백조원으로 늘린다는 「도약2005」는 매년 매출이 3배씩 증가해야 가능하다』며 『결국 M&A(기업인수합병)를 통해 그룹이 재계 1위에 오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부장은 또 『그룹상층부에서도 손익계산은 나중에 생각하고무조건 그리고 우선적으로 M&A를 계획 실행하라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그러나 구회장이 이끄는 12만 LG호 선원들에게 똑같은 느낌으로 와닿는 것은 아니다.『별로 변한 것이 없다. 다만 로고가 변했다는 사실만 기억되고 있다』는 LG유통 신모씨(21)나 『도전적인 분위기는 곳곳에서 느껴지나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경제연구원의 강모씨(26)처럼 아직 상층부에서만의 이야기라는 분위기도 남아있다. 그것은 장기적인 경영계획마련과 달리 경영진에게 안겨진 또 다른 시급한 과제다.혁신과 공격경영을 「화두」로 삼아 취임 1년을 막 넘긴 구본무선장의 LG선단. 오는 27일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울려퍼질 화려한 팡파르는 곧 구회장을 비롯한 쌍둥이빌딩 12만 전사들의 출사표로 기록될 것이다.이는 제갈공명의 남만원정을 위한 출사표가 될것인지 흥미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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