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기질 강한 '소탈한 총수'

LG그룹에 노도와 같은 개혁의 불씨를 당긴 장본인 구본무회장(51). 그의 원래 취미는 헌팅(사냥)과 피싱(낚시). 가히「광(Hunting/Fishing-mania)」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것도 회장이되고나선 「낙」을 잃었다. 경영업무에 전념하다보니 취미생활을즐길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다.그래도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이같은 레저를 즐길만큼 강한 승부근성의 소유자임에는 틀림없다. 회장 취임 직후에 『내 핸디는고무줄 핸디』(그의 골프핸디는 때로 이글을 기록하는 싱글이다)라면서 『「내기」를 할 때는 잘 치지만 그냥 칠 때는 잘 못한다』고밝힐 정도다.『내기에서 돈을 많이 잃으면 곧잘 삐지곤 한다』는 것도 그룹에서운영하는 곤지암 컨트리클럽에서 그를 지켜본 캐디의 말이다. 곤지암에서 어울리는 파트너들은 회장단이나 사장단을 제외하고는 거의없으며 『매너는 끝내준다』는 것도 캐디의 지적이다. 멋진 샷을날렸을 때 그의 성이 딸린 「굿샷」이란 말 대신에 「나이스샷」이라고 외치는 것도 특유한 골프매너중 하나다.예의는 깍듯이 지키되 격식을 떠나 소탈하고 사교적인 성품이기도하다. 술자리에서는 「야한 농담」으로 좌중을 곧잘 웃기곤 한다.그룹총수로서는 이례적으로 작년말 이태원의 어느 갈비집에서 출입기자들과의 만찬자리를 갖기도 했다. 흔히 사교형이라고 불리는B형의 혈액형에서 나오는 분위기인지도 모른다.사교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친구가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지며 골프 등의 모임도 비서실에서 주선하는 정도다. 집안사람들과도 생일이나 제사 등으로 한달에 한 번정도 집에서 만나는 일을빼고는 밖에서는 되도록 만나지 않는다. 그만큼 시간을 쪼개 쓰기위해서다.주량은 『선대회장에 비해 절반밖에 안된다』고 털어놓기도 했지만어림잡아 양주 1병 정도이다. 그만큼 술을 즐기지만 요즘들어선 절제하려는 편이다. 출입기자들과 만나도 권커니 작커니 하기보다는「자율음주」를 선호한다.그는 세계경영자중에서 미국 GE사의 잭 웰치 회장을 좋아한다. 특히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웰치 회장의 말은 구회장의 입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에선 더욱 그러하다고.구회장이 이 세상에 첫울음을 터뜨린 것은 광복직전인 지난 45년2월 10일. 경남 진양군 지성면 승내리에서 부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모친 하정임씨의 4남2녀중 장남으로 태어났다.서울고등학교 15회 졸업생이라고 한다. 지난 63년 연세대 상대 1학년 재학중 미국으로 건너가 68년부터 4년간 애시랜드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어 클리블랜드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95년 회장으로 취임하고선 끝내 졸업하지 못했던 모교인 연세대에서 명예 경영학사 학위를 땄다.지금은 LG화학으로 이름을 바꾼 (주)럭키에 지난 75년 과장으로 입사하면서 그룹에 발을 내디뎠다. 그의 나이 30세 되던 해였다. 럭키에서 부장과 본부장을 거치고 81년부터 금성사(현 LG전자) 이사와 상무를 역임했으며 85년부터 그룹 기획조정실 전무와 부사장을지냈다.그룹 경영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지난 89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 동시에 전경련 부회장으로 등단했다. 93년엔그룹 해외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세계화 추진사업을 진두지휘해온 국제통이다. 같은해 금성사의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기도 했다.작년 2월 LG그룹 3대회장으로 취임하기까지 화려한 경력 속에서도유일하게 「사장」 꼬리표만은 달아보지 못해 지금도 그가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그나마 90년에 프로야구단 LG트윈스의 구단주를 맡아 나름대로의 경영수완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그룹의 「자율경영」 모토를 적용해 「자율야구」로 창단첫해와 93년 시즌 등 두차례나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것이다.회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제2의 경영혁신을 위한 「2005 경영구상」에 몰두했고 사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설치하는가 하면 그룹 내부지분율을 95년초의 39%에서 99년까지 19.5%로 낮추기로 했다.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같은 개혁의 선풍을 몰아치게 한 원동력은 바로 승부기질이 강한 그의 프로정신과 자상한 인간미의 조화라고 입을 모은다.김태동 전 보사부장관의 딸인 부인 김영식 씨(44)와의 사이에 고교를 졸업한 큰딸 연경양과 지난 2월 15일 제일병원에서 태어난 귀여운 공주 연수양 등 2녀를 두고 있다.평소 용산구 한남동 집에서 나와 아침 8시 정도에 출근해 저녁 7시께 퇴근하곤 한다. 매년 부인의 생일을 잊지 않고 「장미꽃다발」을 선사하는 애처가로 알려져 있다. 부인 김여사는 잘 나서지 않는편이며 이화여고를 졸업한 뒤 70년대 중반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는 것이 그룹관계자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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