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전에 미리 아파트나 주택을 구경한다. 필드에 나가지 않고서도 골프코스를 체험한다. 미리 연회행사를 연출해 사전에 미비점을체크한다. 야외운전연습장에 나가지 않고서도 실내에서 운전연습을한다」. 최근 국내산업계에서 가상현실(VR)기술이 활용되는 사례의일부다.그동안 주로 정부출연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되어온 가상현실기술이 최근 1, 2년 사이에 산업부문에 활발히 응용되고 있다.전자 중공업 가구 건설회사들이 VR시스템을 응용해 제품개발 건축설계 등에 직접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에 일고 있는 가상현실시스템붐의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즉 소비자들에게는선택의 기회를 주는 동시에 기업들에는 자사제품을 홍보하는데 유용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자엔 선택폭 넓고 기업은 홍보에 유용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모델하우스 시스템키친 실내장식 등이다. 이 분야들은 모두 시공후 여러 가지 착오가발생하기 쉽고 소비자를 얼마만큼 만족시키느냐가 매출 실적으로직접 연결된다. 금호 동아 현대 등 건설회사들은 이러한 착오를 사전에 보완하고 소비자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제품을 가상으로 미리 꾸며놓고 소비자가 직접 체험한 후 선택할 수 있는 가상현실모델하우스시스템을 구축했다.가상모델하우스는 실제모델하우스를 짓는데 드는 2억~3억원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가상현실 장비를 가지고 고객을 찾아가므로 심각한 교통난을 참아가며 모델하우스를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성이 있다.또한 전자장갑을 끼면 벽재나 거실바닥 등 내장재의 질감을 느낄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구를 이리저리 배치해보고 벽지색깔 등을바꿀 수 있어 정확한 시공과 건축주가 요구하는 최적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금호건설의 경우 주택설계 시공단계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최대로반영하기 위해 컴퓨터상에 주문사항을 입력한 후 시뮬레이션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확인, 시공해주는 주문주택시스템을 구축해 큰 호응을 얻고있다.이 주문형 주택시스템은 고객이 의뢰한 토지의 기본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대지에 가장 적합한 기본형 설계도면으로 출력되는 과정이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설계도면은 실리콘 그래픽스사의「오닉스」를 통해 3차원으로 데이터화되고 외관에 색깔을 입히는렌더링과정을 거쳐 대략적인 완성물로 출력된다. 이 단계에서부터내장꾸미기 작업이 시작돼 조명의 색깔이나 타일, 문과 창문의 위치를 수정하면서 최종 결정안을 만들어간다.이렇게 제작된 주택도안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 실제 주택내부에서 걷는 것처럼 애니메이션 해주고 이미지를 고품위 컬러프린터로그 자리에서 출력해 주는 것으로 끝난다.인테리어의 경우에는 이 가상현실시스템이 더욱 필요하다. 일반 가정집이나 카페 레스토랑 등 실내분위기가 매출과 직결되는 업종에서는 가상의 공간에서 실제로 이것저것 꾸며보고 인테리어를 선택하도록 한다. 경영자나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벽지 바닥장식재 커튼 등의 실내장식재와 색상을 선택하여 가상적으로 꾸며진실내환경을 미리 감상한 후 자신의 주거환경이나 주변 입지에 맞는적합한 실내장식을 선택할 수 있다. 비싼 경비를 들여 실내를 개조하고 장식한 후 소비자가 맘에 들어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경우에는 다시 바꿔달라는 등의 여러 가지 불만사항을 일일이 들어주기 힘들다. 대우건설은 인테리어시스템을 개발, 고객의 요구에맞춰 아파트나 주택의 실내장식을 사전에 알려준다.가구업체들도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상현실을 활용하려하고 있다. 전국매장을 온라인으로 연결한 가상전시시스템을 설치하려다 중단한 한샘은 최근들어 시스템을 보완, 다시 이를 설치하려하고 있으며 에넥스와 보루네오 등도 가상전시장설치를 계획하고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시스템키친을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들은가상현실에서 현실과 똑같은 감각을 가지고 주방가구와 전자제품등의 배치상태 및 색상 등을 확인하고 자신이 직접 주방가구들을옮겨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호텔과 레저업계도 가상현실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호텔신라는95년 8월 업계 처음으로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연회연출시스템을자체 개발해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6개월 동안 3억5천만원을 들여 완성한 이 시스템은 고객이 원하는 행사장의 기본디자인을간단한 조작으로 컴퓨터화면을 통해 미리 꾸며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는 각종 행사장과 메뉴 기타 자료들이 2만2천여장의 사진과 함께 DB화되어 있다. 호텔신라는 앞으로 모든 사업장과 객실등도 컴퓨터화면에 담을 계획이다.삼조실업이 개발한 프로스윙시스템도 골프에 가상현실기술을 도입한 경우다. 이 시스템은 컴퓨터화면을 통해 세계 유명골프코스를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으로 실내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골프게임을 즐길 수 있다.가상현실기법을 이용한 가상수족관도 개발됐다. 시스템공학연구소김동현 박사팀은 최근 테마파크 특수영상제작분야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히는 가상수족관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3차원 형상 모델링 작업을 통해 해저지형과 여러 종류의 물고기를 가상공간에 배치시키고 물고기의 동작을 분석,애니메이션화했다.◆ 자동차 항공 선박업계도 VR응용연구 활발또 보급형 터치스크린을 설치해 물고기와 관람객 사이에 의사교환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예를 들어 관람객이 모니터를 만지면수족관 안의 물고기들은 이를 먹이를 주는 것으로 인식해 관람객의손주변에서 맴돈다. 이같은 가상현실 시스템은 미 일 등의 테마파크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이번 개발 성공으로 국내 테마파크 특수영상 제작기술이 한 차원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국내 자동차 항공 선박업계도 설계 및 제작과정에 가상현실을 응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의료업계도 아직 초보단계이지만 가상현실기술을 활용한 수술 및 치료장비들이 선보이고 있다.이밖에 한국통신은 일본 NTT의 사례를 살려 가상현실개념과 통신을결합시켜 가상쇼핑몰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그러나 가상현실기술로 가장 변화를 맞게될 산업은 오락게임산업이다. 가상현실게임은 이미 92년 영국에서 첫선을 보여 미국과 일본에 보급되면서 세계시장에 일반화되어 가는 추세다.국내에서는 자연농원과 93년 엑스포 종합전시장에서 멀티비전이나가상현실기법을 도입해 첨단영상을 제공한 것이 시발이다. 최근 정부가 컴퓨터게임산업 육성법안을 마련하는 등 관심이 고조되면서지난 94년말 용산전자랜드가 「어뮤즈21」이란 국내최초의 가상현실관을 열었다. 지난해말에는 롯데월드와 서울랜드가 가상체험관을 오픈하는 등 가상현실게임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특히 롯데월드가 개장한 「버추얼 타운」에는 롯데월드 어드벤처1층 어린이광장안 3백평의 공간에 40여종의 최신 가상현실 게임시설을 모아놓았다. 대표적인 게임시설은 「지 포스」 「사이버 에어베이스」 「가상현실 야구」「만다라」등이다.가상현실 특급 지포스는 27인치 대형모니터와 입체음향시설이 장착된 캡슐이 상하 움직임과 빠른 속도로 회전함에 따라 캡슐에 탑승한 사람이 스릴을 체험할 수 있다. 게임자 자신이 F14전투기 롤러코스터 봅슬레이 등 3가지 종류의 게임을 선택할 수 있다.사이버 에어 베이스는 특수 헬멧안경을 쓰고 액정화면에 나타나는화면 전개에 따라 게임자가 앉은 의자가 상하이동과 수평회전을 하며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하게 되는 게임기다. 가상현실 야구는 스크린에 나타난 투수의 공이 실제 현장감을 느끼게 하는 가상현실타격기. 저속 중속 고속 등 3가지 속도중 선택해 타격할 수 있다.정보통신부는 컴퓨터게임산업을 멀티미디어시대의 핵심사업으로 육성키로 하고 오는 97년까지 4백26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관련업계는 게임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나서는 등컴퓨터게임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가속될 경우 국내에서도 일본 여러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가상현실(VR) 전자게임시설을 모아놓은 「하이테크 테마파크」가 들어설 날도 멀지않은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