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단 여장부 총 14명 현대ㆍ삼성은 각각 4명

남자도 힘든 판에 여성이 임원까지 승진했다면 일단 대단한 일에틀림없다. 취직 자체도 쉽지 않은데다 승진에 있어서도 곳곳에 차별의 덫이 놓여 있다. 대리 퇴직이 다반사고 과장 정도만 시켜놓고서도 생색을 내는 것이 아직 우리 기업의 풍토다. 심지어 30대 그룹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한 대기업은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무조건 비정규직」을 원칙으로 세워놓기도 했다. 열악하다 못해 원천봉쇄나 다름없는 승진 현실이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당당히 「재계의 별」자리에 올라선 여성들이 있다. 30대그룹 기업의 여성 임원은 모두 14명.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는 알수 없으나 삼성과 현대가 라이벌답게 똑같이 4명이고 롯데 한라 동양 동부 금호 태평양이 각각 한명씩이다.물론 이들이 모두 바닥에서부터 사다리를 밟아 올라선 것은 아니다. 일부는 그룹 소유주의 친인척으로서 「원래부터」 임원인 경우도 있고 특채도 있다. 담당 분야도 전통적 의미에서의 여성직이 상당수다. 순수 공채로 들어와서 남성 동료들과의 치열한 경쟁끝에임원이 된 사례는 찾기 힘들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능력이나 자격에 대해 평가를 유보할이유는 없다. 대부분의 임원들이 어학이나 영업력 등 업무능력에서탁월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기업이 「아무나」 임원으로 앉히지는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채 출신 여성 임원 1호는 (주)태평양의 이보섭 이사(54). 60년창덕여고를 졸업한 뒤 65년 선전부에 입사해 과장·차장·부장을차례로 거쳐 26년만인 91년 이사 대우(소비자 상담실장)에올랐다(96년 1월 이사로 승진). 광고 미용강좌 판촉 등 소비자들과최일선에서 마주치는 업무를 맡은 이래 지금까지 한 우물만 계속파오고 있다. 워낙 발이 넓은데다 사교성도 뛰어나 사내에서는 「큰언니」로 통한다. 소비자 불만 사항을 처리하는 것이 주임무인 이 이사는 어떻게 보면 성격과 딱 들어맞는 일을 하고있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32세 최연소 임원, 한라그룹 이은정 이사올해 만 32세인 한라그룹의 비서실 이은정 이사는 최연소 임원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국과 벨기에에서 학교를 다녀 영어 프랑스어 일어 등 외국어에 능통하며 정인영 그룹 회장의 외국 출장시 영문 연설원고 작성과 해외 지점 연락관리 등 대외적인 업무를 총괄 조정하고 있다.이 이사는 미국 보험회사 근무 경력을 인정받고 91년 한라 그룹에대리로 입사해 매년 한계급씩 진급했고 특히 93년에는 한달만에 차장에서 부장으로 오르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화제를 모으기도했다. 꼼꼼하고도 완벽한 일처리가 승진의 밑거름이 됐을 것이라는후문이다. 버마 아웅산묘소사건으로 순직한 이기욱 재무부 차관의 3녀중 맏딸로 미 미시간대에서 경제학과 일본어를 전공했으며 현재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는 학구파이기도 하다.동부 엔지니어링의 채선엽 이사(41) 역시 전문 기능을 지닌 역량있는 커리어 우먼으로 분류된다. 고대 농대(원예학)를 졸업한 뒤 서울시에서 목동 개발계획, 남산 제모습찾기 실무추진반 등 조경분야를 담당하다가 90년 국토개발(조경) 기술사 자격증을 획득한 뒤91년 동부그룹에 이사로 들어왔다. 조경계획 감리 평가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채 이사는 서울 지하철 사당역앞의 수경(水景)시설과북악 스카이웨이 골프연습장 일대의 도시 공원, 우이천 하천정비계획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처리했다.영화를 보더라도 사람 자체보다는 배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할정도로 프로정신이 투철하며 프로젝트의 성격에 관계없이 소중하게생각하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을 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취미는 등산. 창덕여고 출신으로 태평양 화학의 이 이사와는 동문지간인 셈이다.삼성 「4인방」의 경우 여성 경영인 1호는 임춘자 이사(대전 영업국장·54). 10년간의 보험 판매직을 거쳐 73년 내근으로 정식 입사한 뒤 20년만인 93년 대망의 별을 달았다. 보험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던 초창기 시절부터 「고객만족」을 일관된 철학으로 삼았다는 임 이사는 그 결과 71년과 72년 두해 연속 전국 최고의 보험약정고를 올리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한 번 맺은 인간관계는 끝까지 유지하는 성격인데다 『대전 시내의유력 인사를 가장 많이 알고 있어』 지역내에서는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이정희 삼성의료원 대우이사(간호부장·54)는 서울대 간호학과를나와 모교 간호학과 조교, 수간호사, 중앙대 간호학과 교수 등을 지낸 뒤 91년 삼성의료원에 들어왔다. 병원내 1천여 간호사를 이끌고 있는 이 이사는 간호부 운영회의, 과장회의, 수간호사 회의 등정규적인 일 외에 병동 및 외래를 순회하면서 환자와 직원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는 것을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전문가 수준에 이른 수영과 원예가 취미.◆ 도전·능동적 업무영역 확장 등이 키 포인트삼성화재의 장선희 이사(송파 지점장·49)는 74년 설계사로 입사해특진 2회(82, 85), 손보업계 최초의 여성 지점장, 부회장상 4회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보낸 뒤 21년만인 95년 임원보 발령을 받아경영인 반열에 올랐다. 뛰어난 업무 추진력이 장점이며 술실력도수준급. 솔직담백하고 호방한 성격이어서 조직관리와 점포영업에적임자라는 평을 듣고 있다. 삼성 데이터시스템의 주혜경 이사보(교육개발센터장·46)는 대학때영문학을 전공했으나 일찍이 전산계통으로 진로를 바꿨다.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과학기술원(KAIST)에서 프로그래머팀 리더,전산교육실장 등을 역임하고 89년에 삼성에 입사했다. 95년에 이사보 승진. 정보기술 교육 전문가로서 자율학습용 「훈장마을」 시리즈, 86 아시안 게임 전산시스템 등을 개발했고 현재 과학기술처초고속정보화 추진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 실무위원직도 맡고있다. 현대건설의 권애자 이사(53)는 66년 현대건설에 여성공채로 들어왔다가 퇴직한 뒤 84년 경력사원으로 재입사, 94년에 이사로 승진한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복지후생부를 담당하고 있는 권 이사는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사옥의 구내식당, 임직원 자녀 학자금 지원,휴양소 운영 계획, 생일 및 결혼 기념일 축하선물, 스포츠 클럽,통근 버스, 부조금·경조화환 등 회사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것이주 업무.어느 여성임원도 마찬가지겠지만 아파트 경비원 보기가 부끄러울정도로 늦게 귀가하는 등 메열심히 일했다멕는 권 이사는 여성 후배들에게 능동적 업무 참여, 남성들의 영역이라고 간주되어왔던 분야에 대한 과감한 도전, 직장 동료들과의 원만한 인간관계 유지,보조업무에만 매달리지 말고 업무 영역을 확장하는 노력을 기울일것 등을 당부한다. 현대 그룹에는 권 이사외에 우경숙 금강개발 상무(상품개발 담당·45), 이행자 현대 종합목재 상무(디자인 개발 상담역·51), 이선재금강개발 이사(문화사업 담당·50) 등이 있으나 언론에 공개되는것을 극력 꺼리고 있다.또 공채 출신은 아니지만 롯데 백화점의 신영자 부사장(상품본부장·54), 동양제과의 이화경 전무 (마케팅부·40), 금호그룹의 박강자 부사장(금호문화재단 부이사장·55) 등도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영어와 일어에 능통한 신 부사장은 여성 의류 선택에 특히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실버 에이지 코너, 마담 사이즈 코너, 여성 오너 주차대행 서비스, 화장실내 아기 침대 설치 등의 아이디어를 직접 시행하기도 했다. 이화경 전무는 시장 조사 및 신제품 아이템 개발, 광고 제작 등을, 박 부사장은 금호 문화재단에서 장학사업, 현악 4중주단 운영, 금호 갤러리 등의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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