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에서 건설 '철의 여인'까지

재계에 메우먼파워?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라는 추세에 발맞추어 최근 재계에는 전업주부에서 사장으로 변신한 여성경영인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재계에 이른바 메철의 여인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들은 스스로 메여자?라는 잣대로 평가받기를 거부하고 경영일선에 나서 땀과 끈기로 각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공격경영이 대기업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들 역시 중소기업을 스스로 창업, 대기업 빰치듯이 과감히 공격경영을 펼쳐 나름대로 입지를 착실히 다져 나가고 있다.과거 여성경영인들이 남편사망등 부득이한 사유로 마지못해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의 추세는 스스로 창업하는사례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진출분야 또한 다양하다. 여성의 섬세함을 살릴수 있는 패션업이주류를 형성했으나 최근의 추세는 다르다. 여성의 장점을 살릴수있는 패션, 가구업에서 하이테크 업종인 전자업에도 진출해 경영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거친 건설업에서부터 철강업,전자부품업,자동차부품업,중장비업,출판업,금융업 등에 이르기까지이들의 진출 스펙트럼은 실로 다채롭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사장으로서 1인3역을 하고 있는 이들 메슈퍼우먼?들은 대부분 가족적인 경영으로 노사분규없이 기업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특색이다.전일특수제지 최계순사장은 자동차부품업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한 여장부로 통한다.최사장이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자동차용여과지업계에 진출한 것은지난 82년. 당시 국내 자동차용여과지 시장은 외국업체들이 거의독점하고 있는등 최악의 상황이었다. 남편으로부터 사업을 승계받을 당시에는 중소기업에 불과했으나 그는 이후 공격경영에 나서 현재 국내 시장점유율이 46%에 달하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현대기아 대우 등 국내 자동차메이커에 납품하는 것은 물론 지난 89년부터는 일본에도 수출, 세계적인 여과지전문회사로 급성장하고 있다.그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도 기술개발에 대한과감한 투자와 인재양성. 어려운 회사여건에서도 그는 독일에 기술자를 연수보내는등 전문인력양성에 힘을 쏟아 오늘의 입지를 다졌다.이분야에서는 지난 92년에 회사를 창업, 연 13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서울휠터 이숙희 대표도 기대주에 속한다.첨단 전자부품업 등 진출분야 다양첨단산업분야인 전자 및 전자부품업계에서도 여성경영인들이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KH전자 차영희사장은 전자부품도금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여성경영인이다. 3D업종인 도금분야에 진출한 것은 86년. 일본에서전기부품을 수입,판매를 해오던 그는 직접 제조업을 하고 싶은 생각에 이 회사를 창업,경영일선에 나섰다.전자제품의 핵심부품인 리드와이어와 칩을 도금, 금성 등 대기업에납품해 연 10억원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차사장은 ?도금은 3D업종인 관계로 종업원들의 이직률이 높아 어려움이 많다?며 도금분야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할실정이라고 업계의 실상을 전했다.『돈없으면 안먹고 외상거래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으로 반월공단입주업체중에서 신용이 확실하기로 정평이 나있다.이 분야에서는 공성기업사의 박복순사장도 열심이다.두고전자 신수연부회장은 전자부품업에서 성공한 케이스. 전자부품, 컴퓨터주변기기 등을 생산,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신부회장은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한국경제인동우회의 부회장으로 선임돼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삼경정보통신의 김혜정사장은 로봇을 이용한 공장자동화시스템을개발, 대기업등에 납품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이들과 함께 청림전자 김명숙사장, 동명전자 윤혁경사장, 하영전자박덕선사장, (주)동신시스템 최명주사장 등도 전자업종에서 남다른경영수완을 발휘하고 있다.특히 청림전자 김사장은 30대로 비디오게임기 등을 수입판매해 연20~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부상, 여성경제계에 30대돌풍을 일으키고 있다.피혁가공업분야에서는 여성경영인들이 업종을 거의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핸드백 장갑 등 피혁가공제품이 대부분 여성을 상대로한 상품이라는 점이 이들의 창업을 부추긴 요인으로 보인다.◆ 30대 경영인도 무섭게 부상이 업종에서는 메캥거루표장갑?을 생산하는 한영기업 강혜숙사장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86년 부친으로부터 사업을 승계받아 연매출 1백억원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비록 2세경영인이지만 공장보조원으로 이회사에 입사, 생산공정 및품질관리 등에 관해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은 뒤 사장자리에 올랐다. 4년전부터는 우산과 양산도 생산하는등 업종다각화를 꾀했으며중국내수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에 공장을 건립, 공격경영에 나설방침이다.30대인 송미숙사장은 89년 소야인터내셔널을 창업, 가죽의류를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며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1년 수출물량은5백만∼1천만달러 어치이다. 김해산업 박정윤사장과 (주)니나리 이원선대표등도 피혁가공업 분야에서 알아주는 여성경영인에 속한다.거의 남성업종이라 할 수 있는 기계 및 철강업종에서도 여성경영인들의 도전은 만만찮다.메철의 여인?의 대표주자는 허복선 제일중기회장. 지난 58년 밀링기계 1대로 남편과 함께 이 회사를 창업,불모지나 다름없었던 기계국산화에 남다른 업적을 남겼다. 최근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그의 능력으로 미뤄 재기는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허회장은 지난해 메한국여성경제인연합회?회장으로 선임돼 여성경영인들의 권익신장을 위해서도동분서주하고 있다.한도철강 최덕순사장은 철선업계의 홍일점으로 낯설기만한 이 분야에서 메억척경영?으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했다. 다른 여성경영인들과는 달리 무리수를 두지않는 내실경영이 그의 경영철학이다.업계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아예 말투까지 남자처럼 바꿨으며 밤새워 전문서적을 탐독하는등 회사경영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있다.수영전기의 최근순사장 또한 기계업계에서 알아주는 여성경영인이다. 남편과 함께 75년 회사를 창업해 UPS(무정전전원장치)를생산,연 2백억원정도의 매출실적을 올리고 있다.밸브업체인 현창산업 이헌자, 수도꼭지를 생산하는 (주)성진 김영애, 과학기기업체인 원흥상사 원금선, 한국과학상사 윤기영, 금남암석과학 박정화, 케이블카를 생산하는 유창삭도 이봉금사장 등도기계업계의 기대주들이다.유통 및 식음료업계는 여성경영인들이 자신들의 장점을 유감없이발휘하는 분야. 이화성 청전가든백화점 사장은 유통업계에서 입지적인 인물로 꼽힌다. 양장점 미모사로 출발해 지난 84년 광주시에가든백화점을 설립, 부를 축적했다.호남대 이사장으로 육영사업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지난해말에는광남일보를 창간,언론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지역에서 마당발로 소문나 있다.경원상사의 김희정사장은 유통업계의 여장부이다. 생필품도매업체인 경원상사를 비롯 신소재포장제조사인 경원화성 등 3개 계열사를거느리고 있다. 그는 세계최대유통업체인 미국 월마트사의 상륙을예상, 5년전 메월마트? 상표권을 등록해 이회사의 한국진출을 저지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음식료품도매조합연합회장을맡아 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놀부보쌈 김순진사장은 87년 10여평의 조그만 점포에서 시작, 9년만에 전국에 2백50여개의 체인점과 직영점을 가진 전문외식업체로키워냈다.이밖에 강원식품 민정아, 국제외식 박정애, 외식산업 심순란대표등도 메제2의 김순진?을 꿈꾸며 경영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하대리 동양도자기사장은 국제감각을 갖춘 여성경영인. 남편과 함께 15년전 회사를 창업해 동양도자기를 업계 3대메이커로 키워냈다. 저가보다는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독일형 도자기 메페스카?는 이같은 경영전략에서 나온 것. 94년말에는 홍일점 여성경영인으로 김영삼대통령의 아태3국 순방을 수행했다.김영사 박은주사장, 푸른숲 김혜경대표, 자유아카데미 주정희사장,현대미학사 김성자사장, 햇빛출판사 윤일숙사장은 출판업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성경영인들이다.◆ 언론·출판계서도 뛰어난 능력 발휘김영사 박사장은 참신한 편집과 기획으로 출판업계에 신화를 낳은경영인이다.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의 자서전인 메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출판한 서적 또한 히트를 기록, 화제를 모았다.이와함께 애경그룹 장영신회장, 썬웨이보일러 박민선회장. 소예산업 이상숙회장, 삼양화학 한영자사장 등은 우리들에게 낯익은 여성경영인들이다.이들은 여성경영인에 대한 차별이 심한 시절에 기업을 창업하거나승계받아 사업가로서 성공, 여성경영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여성경영인 1세대인 셈이다.애경그룹 장회장은 남편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70년 사업에 뛰어들어 애경유지를 12개 계열사, 종업원 5천명규모의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여성 경영인의 대모로서 배짱이 두둑한 장회장은 전경련이사와 대한상공회의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썬웨이 보일러 박민선회장은 65년 회사를 창업,회사를 업계선두로키워낸 맹렬여성. 자신이 직접 제품광고모델로 나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그는 2년전 회사경영권을 큰아들에게 물려주고 지금은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삼양화학의 한영자사장은 5, 6공시절 반정부시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력상품인 최루탄이 불티나게 팔려 재미를 보았다. 문민정부가들어선 이후 최루탄수요가 주춤해지자 제오빌더라는 합성세제생산업체를 설립, 업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재계관계자들은 ?앞으로 제품생산 흐름은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로가게될 것?이라며 이같은 추세는 여성경영인의 활동폭을 더욱 넓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들은 그러나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여성경영인에 대한 차별의 벽이 존재한다며 여성들이 마음놓고 기업을 영영할 제도개선책이 마련돼야 할 것 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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