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3년간 저성장 예상

맥주시장이 몇년째 침체상태다. 업체간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데 전체 규모는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판매된 맥주는 1억7천7백만 상자(5백㎖들이 20병 기준). 전년대비 3.8% 성장에 그쳤다.판매량에서의 맥주시장 규모는 진로쿠어스맥주의 맥주시장 신규진출과 유난히 더웠던 날씨로 인해 94년에 13.2% 성장한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주춤하고 있다. 92년과 93년에는 각각 0.2%와 2.8%씩 감소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맥주업체의 경쟁은 우리나라 맥주 역사상가장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수요는 기대만큼 늘지않는데 생산능력은 남아돌아 계속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데 맥주업체들의고민이 있다.OB맥주는 서울 이천 광주 구미에 4개 공장이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1백39만㎘. 그러나 지난해 OB맥주가 판매한 맥주량은85만3천3백㎘에 그쳤다. 전체 생산능력의 61.4%밖에 팔지 못했다.공장의 38.6%는 가동하지 않았거나 전부 가동해서 생산했다면 그만큼의 재고가 쌓였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사정 때문에 OB는 대전공장 착공에 들어갔으나 완공 날짜를 늦추고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맥주시장 상황을 봐서 98년초에나 가동할 계획이다.◆ 맥주시장은 국민소득과 비례 성장조선맥주의 연산능력은 서울 마산 전주공장을 합쳐 82만㎘. 지난해판매량은 67만3천3백㎘였다. 전체 생산능력의 82.1%를 판 셈이다.조선맥주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말 홍천공장을 착공했다. 어차피 올해 신제품을 발표하면 생산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홍천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50만㎘. 그러나 영등포공장을 폐쇄할 계획이기 때문에 늘어나는 양은 31만㎘다. 조선맥주는 홍천공장의 일부를 올해말부터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아직까지 생산여력을 많이 남겨놓고 있는 업체는 진로쿠어스맥주다. 청원공장은 연간 42만㎘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진로가 지난해 판매한 맥주는 25만5백㎘. 전체 생산능력의 59.6%밖에 못 팔았다. 공장의 40% 이상이 놀고 있다는 얘기다. 맥주는 신규진출할 때 최소한 3천억∼4천억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특히 청원공장은 최첨단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컸다. 공장의 60%밖에 가동하지 못할경우 늘어나는 이자가 부담스럽게 된다. 게다가 청원공장의 3기 기계 설비가 완비되면 생산능력은 70만㎘로 증가한다. 생산능력만큼판매량이 늘어나느냐가 문제다.기본적으로 맥주시장은 국민소득과 함께 성장하는 시장이다. 94년우리나라 1인당 GNP가 8천5백달러였을 때 1인당 맥주소비량은37.7ℓ. 84년 일본의 1인당 GNP가 8천9백달러였을 때 맥주소비량이38.9ℓ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맥주소비량과 GNP성장률은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장기적으로는 늘어날지 몰라도 앞으로 2∼3년간은 성장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OB맥주의 황선양과장은 『맥주소비량은 경기변화를 6개월∼1년 후에 반영하는 특징이 있다』며 『우리나라 경기가 97년 상반기까지는 저성장이 될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맥주시장도 최소한98년초까지는 저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한다.맥주업체들도 맥주시장 전망을 그리 밝게 보지는 않는다. 맥주업계가 바라보는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7%가량 늘어난 1억9천만 상자. 여름 날씨가 변수긴 하지만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으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맥주3사의 올해 목표 판매량을 모두 합하면2억3천6백70만상자다.(OB-1억1천만, 조선-8천1백70만, 진로-4천5백만 상자) 맥주업체의 목표량과 시장전망 사이에는 4천6백70만 상자의 갭이 발생한다. 결국 그 갭만큼 맥주업체간의 경쟁은 치열해질수밖에 없다. 게다가 엄청난 투자비용을 들여 증설한 공장을 놀린다는 것은 그대로 누적적자를 의미한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이 불가피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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