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입주 '하늘의 별따기'

대학교의 기숙사는 어느모로 보나 상아탑의 요람이라 해도 과언이아니다. 기숙사 생활을 통해 그 대학의 고유한 문화와 학풍을 저절로 터득하면서 지성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간다는 점에서다. 비단 기숙사비가 싸다는 요인을 접어두더라도 규칙적이고 절제된 공동체 생활을 통해 배우게 되는 학습효과는 대단하다.이 때문에 외국의 유수한 대학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기숙사를제공해 이같은 다양한 학습편의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그렇다면 우리네 대학교의 기숙사는 어떠할까.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대학들이 기숙사 신축이나 증설에 나서면서 사정이 좀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기숙사 수용인원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부대시설도 첨단 연구분위기를 연출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데다 식사도 썩 만족한 수준은 못된다. 그나마 기숙사에서 내몰린 학생들은 각자 더 많은 돈을 들여 하숙이나 자취방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수용인원이 제한적이어서 서울지역 기숙사들은 보통 수도권지역 출신의 학생들은 거의 받지 않으며 성적우수생들을 우대하거나 가정형편 등을 고려하곤 한다. 하숙을 할 경우 한달에 적어도 30만원을내야 하지만 기숙사에 들어가면 식비를 포함해 대개 월평균 15만원꼴이다.◆ 서울대…학기당 28만원, 경쟁률 2대 1서울지역 주요대학의 기숙사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대의 경우 3곳의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관악사의 수용인원은 2천3백80명. 관악캠퍼스를 누비는 약 1만8천명의 학생수에 비하면 13%에 그치는 수준이다. 기숙사비는 학기당 28만원이며 식사는 별도 쿠폰제로 한끼당1천5백원이다. 이번 학기 경쟁률은 2대1정도.서울대병원에 있는 연건캠퍼스에는 정영사와 왕영사가 나란히 포진해 있다. 96명짜리 정영사는 3인실로 운영되는데 학기당 30만3천원을 받는다. 여학생 20명을 포함한 69명짜리 왕영사는 2인실로 꾸며져 있는데 사비는 학기당 32만5천원. 정영사나 왕영사에선 식비로매월 9만원을 따로 내야 한다. 3대1정도의 경쟁을 치렀다.수원에 있는 상록사는 3백92명 규모로 관리비 명목으로 학기당24만7천원을 내고 식비로 매월 11만7천원을 낸다. 최근의 경쟁률은약2대1.연세대의 경우는 서울캠퍼스에 무악학사와 국제학사를 운영하고 원주분교에 매지학사를 두고 있다. 서울캠퍼스 학생이 2만2천여명인데 비해 무악(9백80명) 국제(2백40명)등 기숙사 인원은 1천2백20명으로 수용률이 5.5%에 그치는 실정이다.이번 학기에 4대1의 경쟁률을 보인 무악학사는 학기당34만1천7백50원을 받고 식비는 매월 6만6천원이다.주로 교포학생과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학사는 학기당60만원이며 식당이 없어 식사는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무악학사에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국제수준에 맞춰 가격을 책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교측의 설명이다. 보통은 재학생은 못들어갈 정도였지만 이번 학기엔 외국인 등의 신청수요가 적어 재학생 지원자중에서 90%정도는 들어갔다.매지학사는 1천5백70명 규모로 학기당 20만6천원을 내고 별도로 식권을 사서 1천원, 1천2백원, 1천5백원짜리 식사를 할 수 있다. 최근의 경쟁률은 신입생은 3대1, 재학생은 2대1수준.고려대도 서울에 안암학사와 조치원분교에 호연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안암학사의 수용능력은 8백80명으로 전체 학생 1만6천여명에비해 5.5%에 불과하다. 학기당 38만6천4백원을 내고 퇴사할 때 되찾아가는 입사보증금 9만원을 따로 낸다. 식비는 한끼에1천2백50원이며 식권으로 운영한다. 3인실에 방마다 재학생 1명을방장격으로 두고 방장격으로 1명을 두어 나머지 2명은 신입생이다.결국 전체 기숙사생중 3분의2가 신입생인 셈이다. 이번 경쟁률은2대1을 넘었다.◆ 대학설치기준령, 정원의 15% 기숙사 수용해야8백8명 규모의 호연학사는 관리비로 학기당 38만6천원을 내며 주말에 이용하지 않는 조건일 때는 3만~3만5천원 정도 빠진다. 식비는한끼당 1천3백원이며 최근 경쟁률은 3대1수준.여자대학에선 이화여대의 경우 기숙사 수용능력이 6백50명으로 학생 1만4천8백명에 비해 4.4%의 수용률을 보이고 있다. 기숙사비는식비를 포함해 학기당 73만3백원. 신입생이 첫 입관할 때는 2년동안 유효한 입사비 18만원을 내야 하므로 신입생은 모두 91만3백원을 지불해야 한다. 한달에 15만원정도만 내면 기숙사에 들어가 먹고 자는 일이 해결된다는 얘기다.서울지역에 본교를 둔 대학교중에선 가톨릭대 국민대 동덕여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세종대 등은 기숙사가 전무한 실정이다.지난 88년 대학설치기준령에 신설된 조항에 따라 각 대학교는 국립과 사립을 불문하고 정원의 15%를 기숙사에 수용해야 한다. 설령이같은 목표를 채운다 하더라도 1학년(25%)생을 모두 수용하기에도부족한 실정이다. 국립을 기준으로 보면 기숙사 수용인원은 정원의10.4%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다.사립대학의 경우 기숙사 등의 시설을 새로 짓거나 늘릴 때는 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장기의 값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금리는연 5%이며 상환기간은 5년거치 7년 균등분할 상환조건이다. 전체대출기간이 12년에 달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5년거치 5년 분할상환이던 것을 작년부터 2년간 늘렸다. 사학진흥재단의 금년도 지원예정 규모는 모두 9백50억원. 정부출자금 4백억원과 정부융자금 3백억원을 비롯해 자체 이자수입등으로 소요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또한 사립대학들이 기숙사를 지을 때 자체자금으로 절반을 부담하면 나머지 절반은 교육부 행정지원과를 통해 금융기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도 있었으나 그나마 대학측에서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실행이 잘 안된다는 것이 교육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래저래 우리나라 대학교의 기숙사 수용규모는 목표치(정원의 15%)의 70~80%에그치는 실정이라는 것.상아탑의 연구분위기를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도서관과 기숙사가 관건이지만 아직은 대학경영자들의 일차적인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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