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방' '원룸주택 인기 상한가

대학가 주거문화의 중심이동이 일고 있다.고향친구나 과·서클친구 등과의 자취 또는 하숙이 주종을 이뤘던예전과 달리 최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신세대들이 대학가를 점령하면서 주거형태도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따라서 하숙이나 친구와의 자취보다 「나만의 공간」으로 주거지선택의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대학가 부동산업자들은 혼자만의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에 대해 현재의 대학생들이 70년대 경제성장기에 태어나 자란 세대로 자신만의 공부방에 익숙한데다 개성이나 사생활을 중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건국대생 2백50명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김광일씨의 「대학생들의 주거선택에 관한 실증분석」이란 석사학위논문(1994, 건국대 행정대학원)에서도 1인1실에 대한 선호가65.3%로 나타나기도 했다.대학생들의 주거선택이 「나 혼자만의 방」으로 변하는데 있어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바로 원룸주택이다. 한때 대학가에서 오피스텔이 「대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주거형태」로 꼽히기도 했으나 최근들어 원룸주택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이다. 2~3년 사이에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가고 있는 원룸주택은 도심 자투리땅에 신축하거나 낡은 단층주택 등을 개조해 건축하면서 내부에 각종 편의시설을 완비해 임대하고 있다.원룸주택업자들이 갖춰놓는 시설들을 보면 조리시설과 가구류는 물론 각종 가전제품에 에어컨까지 갖춰놓은 곳도 있다. 「몸만 들어가면 생활할 수 있는 고급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대학가 원룸주택은 지역이나 제공되는 시설·집기 등에 따라 다소차이가 있으나 7평형 2천5백만원부터 15평형 5천5백만원까지 다양하다. 평당 3백50만원을 넘어서는 비싼 값이지만 신세대학생들에게는 편리함과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하다. 4천9백만원에 원룸주택을임대한 연세대 김지영양(22)은 『하숙은 간섭이 많아 꺼렸다』며『가구에서부터 에어컨까지 모든 것이 갖춰진 원룸주택이 생활하는데 편하다』고 말했다.◆ 분양과 동시 임대 ‘끝’, 단독주택 개축하기도생활의 편리함과 사생활보장까지 완벽해 대학가를 끼고 건축된 원룸주택의 경우 분양공고와 동시에 임대가 끝날 정도로 「히트상품」이 됐다.신림동 D부동산의 남궁활씨(62)는 『아직까지 하숙집이나 자취방등을 찾는 수요가 많이 있지만 요즘 대학가에서 최고로 인기있는것은 원룸주택』이라고 말했다. 남궁씨는 또 『최근 서울대근처에지어지는 원룸주택의 경우에도 학생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분양공고가 나자마자 임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대학생들의 원룸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는 하숙집을헐고 원룸주택으로 개축해 임대에 나서고 있다. 대학교가 밀집한신촌의 경우 주택의 1·2층을 상가로 분양하고 3 ·4·5층 등 위층을 원룸주택으로 꾸며 임대하는 형태가 급증하고 있다. 신촌의 K부동산의 한 직원은 『학생들의 원룸주택수요로 기존의 단독주택을개축하려는 붐마저 일고있다』며 『평수가 클수록 잘 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창천동에서 단독주택을 헐고 원룸주택으로 지어 임대를 끝낸 S부동산의 한 직원도 『12평형을 4천만~4천2백만원에 분양공고했으며 공고가 나가자마자 모두 임대가 끝났다』고 말했다.원룸주택붐으로 기존의 하숙집이 헐리고 그 자리에 원룸주택이 건축돼 하숙집이 사라지는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원룸주택의 선호와 함께 하숙 자취 등의 전통적인 대학가 주거형태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하숙의 경우에 방안에 욕실 등이 완비된독방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일부 하숙집들은 방을 개조해 독방으로 하숙을 놓는 사례까지 있다. 또 보다 싼값에 독방하숙을 하기 위해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지역으로 옮기는 학생들도많이 생기고 있다.한편 대학생들의 주거문화 변화에 대해 홍익대 학생생활연구소 이재창소장(54, 교육학과)은 『핵가족등 변화된 가족제도, 경제성장에 따른 독방소유 등 개선된 주거환경, 경쟁을 부추기는 대학입시에 따른 개인중심의 가치관 형성등이 복합돼 생기는 현상』이라고분석했다. 이소장은 또 『타인과 어울려 서로 이해하고 아끼는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고 자신만이 사고와 판단의 중심에 서는 비합리적인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타인의 간섭으로부터 「해방구」임을 선언하는 원룸주택이 대학주거문화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대학가 지방유학생들의 애환과 따뜻한 정의 교감은 이제 찾기 힘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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