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하숙촌 기업화한다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하숙을 시작했는데현재 자식 5명을 모두교육시키고 출가까지 시켰습니다. 하숙으로 가능했지요. 요즘은 새로 지은 하숙집들이 많이 생겨 경쟁이 치열해 예전만큼은 못하지만그래도 다른 일이 없어 하숙을 계속하고 있어요.』건국대 정문근처에서 하숙업을 메경영?하는 이정숙씨(57)의 말이다. 이씨는 현재 보증금 8천만원에 월 50만원을 건물주인에게 내고있다. 이씨가 빌린 건물의 방은 모두 8개로 5개를 하숙방으로 쓰고있다. 하숙생은 10명으로 2인 1실의 합방은 한 사람당 25만원, 독방은 40만원을 받고 있다. 최근 이씨처럼 대학가의 건물을 임대해하숙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에게는 하숙업이 곧사업인 셈이다.◆ 임대료만 있으면 사업 가능 … 매년 요금인상신촌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강덕구씨(70)는 『하숙집을 하려는사람들의 문의가 많다. 특히 복덕방을 찾지않고 생활정보지 등을통한 직거래를 감안하면 하숙을 하려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라고 말했다.집안에 남는 방을 이용해 하숙생을 들여 가족같이 지내던 예전의하숙집이 아니다. 지방유학생들의 정이 오가던 하숙집이 수지맞추기가 쉬운 하나의 「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하숙을 하나의 사업으로 하려는 사람들은 『대개가 주부들로 건물을 임대해 하숙집을 하고 있으며 일종의 부업으로 시작, 돈을 모아자기하숙집을 차린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 하숙업을 했던 위모씨(63)의 말이다. 게다가 『대학의 기숙사시설이 아직 미비해 하숙집을 운영하려는 수요는 계속 늘 것』이라는 것이 위씨의 전망이다.하숙을 하기위한 건물은 위치나 건축연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하숙을 하기위해 건물을 세놓는 경우 『신축건물은 방 하나에1천2백만원, 지어진지 조금 된 건물은 1천만원정도』라는 것이 서울대앞 신림 9동에서 부동산중개업과 건축업을 하는 박모씨(55)의말이다. 또 『학기초가 다른 때보다 문의가 많이오는 편』이라는것이 박씨가 덧붙인 말이다.신림동일대는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한다. 박씨에 따르면『부동산업자들 사이에도 신촌일대가 다른 곳에 비해 값도 비싸고건물임대도 잘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서울시내에서 가장 큰 하숙촌이 형성돼있다는 신촌. 창천동에 있는경남부동산의 최용길(46)씨에 따르면 신촌에서 하숙을 하려는 사람이 건물을 임대할 경우 임대가격은 방 하나에 1천5백만~2천만원선.『그나마 새로 지은 건물은 부동산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모두 나가고 계약기간이 끝난 하숙집들만 가끔 나오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아가격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신림동과 비교해 적게는 3백만원, 많게는 1천만원정도 더 비싼 셈이다. 그나마최근 원룸주택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하숙집의 수요가 주춤한 현상도 있지만 『여전히 하숙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최씨의 부연이다.실제로 최근 서대문구 창천동에 4층 건물을 신축한 황모씨는 건물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임대문의가 몰려 살림집으로 쓰는 4층을 제외한 3개 층을 임대해줬다. 3개 층을 각 층마다 다른 사람이 임대해 하숙집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파출부를 고용해서 하숙집살림을 꾸려가고 있다.하숙집 임대수요에 대해 신촌의 한 부동산업자는 『건물임대료만있으면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일이 하숙업』이라며 『세금걱정도 없고 하숙수요는 끊이지 않는 것이 바로 하숙업의 이점』이라고 나름대로 분석했다. 신림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좀 과장되게 말해서밥그릇과 수저 몇 개만 더 놓으면 되는 것이 하숙업으로 매년 요금인상도 자동으로 이뤄지는 알짜배기 사업』이라며 『학생이 있는한 계속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대앞 신림동의 경우고시원에서 식사마저 제공해주고 있어 일종의 기업화된 하숙집의전형이라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신림 2동 백산공인중개소의 박숙희씨(53)는 『방 40~50개씩 갖고있는 고시원도 요즘 식사를 해결해주고 있어 일종의 기업형 하숙집인 셈』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또『이같은 고시원의 경우 방 하나에 8백만~9백만원정도가 임대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림동에 새로 지은 방 36개짜리 고시원의 경우 보증금 2억5천만원에 월세 1백만원, 39개짜리 고시원은보증금 2억원에 월세 2백50만원에 매물로 나와있다.한양대앞 하숙촌근처의 J식당주인도 『40~50명씩을 하숙하는 집은일종의 기업』이라며 『하숙집은 밥장사가 위주인데 요즘 하숙생들이 밖에서 밥을 많이 먹어 사실상 방임대료만이 하숙비인 셈』이라며 하숙집운영의 수익성을 말했다.그러나 하숙촌이 장미빛 전망의 비즈니스현장만은 아니다. 하숙집은 일단 「다다익선」이다. 즉 하숙생이 많을수록 수익성이 좋다.그래서 방 하나라도 더 뽑기위해 새로 짓거나 내부를 개조한 하숙집은 대개 거실이 없고 좁은 통로를 따라 양쪽에 방이 늘어선 형태다. 그러나 『방이 꽉 차지 않거나 방학인 경우 수입은커녕 적자』라는 것이 위씨의 설명이다.게다가 건물을 임대해 하숙업을 하는 경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보증금외에 건물주인에게 내는 월세를 맞추는 것이 쉽지않기때문이다. 게다가 대출을 해서 보증금을 마련한 경우에는 이자까지갚아나가느라 오히려 허덕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건물을 임대해한양대앞에서 하숙업을 하는 한 하숙집주인은 『12개방 가운데 학생들이 차지않은 빈방이 있는데다 보증금마련을 위해 대출받은 돈의 이자를 갚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방학때 적자지만 쉬운 돈벌이에 인기그나마 일단 자기집을 갖고 내부를 개조해서 하숙을 하는 경우라도여름 겨울 두 계절에 걸친 긴 방학기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귀향해 빈방이 많이 남아 하숙집운영의 수지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하숙집주인들의 공통된 주장이다.그러나 하숙업자들의 「돈안되는 일」이라는 강변에도 불구하고 하숙집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꾸준히 대학가 언저리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만큼 편하게 할 수 있는 돈벌이라는 말이다.지방유학생들의 애환이 젖어흐르던 대학가 하숙촌. 허름한 단층 한옥집에 대여섯명이 형제처럼 가족처럼 지내던 모습은 이제 기록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돼가고 있다. 새로 지은 건물을 임대해 하숙업을 벌이는 「하숙 비즈니스」로 옷을 갈아입는 것이 눈앞에 보이는 하숙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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