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와 일자리의 '상관관계'

일찍이 마르크스는 공장주들이 기계에 대한 투자를 늘림으로해서실업자(산업예비군)를 양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컴퓨터분야의선구자인 노버트 웨이너는 『이 신기술이 1930년대의 대공황 못지않게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기술발달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가」란 문제는 산업혁명이후 많은 사회과학자들에게 논란을 던져준 화두였다. 로봇이 공장을 차지함에 따라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하지만 동시에 로봇을 생산하고 관리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다.세계가 정보화시대란 국면을 맞이하면서 이 뿌리깊은 논란은 비관적인 견해에 힘이 더해지고 있다. 정보화는 단순한 기술발달이 아니라 인류역사를 장기적으로 구분짓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성격을갖기 때문이다.◆ 정보화기술, 숙련근로자에게도 영향 미쳐미국의 사회평론가인 제레미 리프킨은 이란 저서를 통해 정보화기술은 여느 기술발달과 질적인차이를 갖는다고 강조한다.리프킨을 비롯한 비관론자들의 견해는 우선 정보화기술(컴퓨터 통신관련 소프트웨어)이 사회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과거의 기술발달이 인간을 작업장에서 몰아낸 것은 사실이지만그것은 경제의 일정부분에 국한된 얘기였다. 큰 변혁이었던 전기의발달과 조립라인의 등장도 제조업에만 영향을 줄 뿐이었다.그러나 정보화기술은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분야에서도 단순노동자뿐만이 아니라 숙련근로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전화교환원이 음성인식컴퓨터에 의해, 우편집배원이 주소인식기에 의해, 은행원이현금지급기에 의해 대체되고 있으며 이들 기계의 업무효율은 인간을 압도한다.또한 인간의 병을 진단하는 컴퓨터가 등장했고 컴퓨터에 의해 쓰여진 소설이 서점가에 선보이기도 했다.정보화기술은 속도에 있어서도 과거의 기술발달과 비견된다. 현재정보화기술은 다른 어떤 기술보다도 빠른 속도로 사회에 도입되고있다. 이는 잃어버린 일자리를 다른 곳에서 창출하고 근로자를 새로운 일자리에 맞게 교육시킬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의미한다. 비록 기술발달의 속도를 수치화시킬 수는 없지만 컴퓨터에서 신제품출시와 구제품가격의 인하속도는 이같은 주장에 무게를더해주고 있다.이는 또 컴퓨터가 1950년대부터 있었는데 그동안에는 왜 대량실업이 일어나지 않았느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훌륭한 답변이 된다. 바로 최근에 와서야 사무실의 책상에 오를 수있을 만큼 충분히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정보화기술은 나아가 작업장의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과거에는 필수적이었던 고객과의 신체적인 대면이 생략되고 있으며 일자리를해외로 이전시킬 수도 있게 됐다.따라서 제3세계의 값싼 노동력을 얻기 위해 작업장이 이동한다. 이같은 점을 유심히 살펴보면 신기술은 노동의 수요를 감소시킬 뿐아니라 공급자체를 확대시켜 놓고 있다. 다시말해 작아진 일자리를메우기 위해 더 커진 시장에서 근로자를 찾고 있다.스탠퍼드대학의 폴 크루그먼교수나 하버드대학의 로버트 로런스교수도 이같은 견해에 웬만큼 동조하고 있다. 그들은 『외국의 값싼노동력 때문에 선진국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일반적인 생각보다 자동화기술의 발달로 직장을 빼앗긴다는 견해가 진실에 가깝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그럼 정보화기술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계층은 과연 어느 쪽일까.이에 대해서는 보다 더 실증적인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미국 뉴멕시코노동연구소는 「정보화사회에도 미국의 빈부격차는벌어질 것인가」란 주제에 대해 엘버커크란 인구 64만명의 소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엘버커크는 실업률 4.3%에 평균임금 2만3천1백45달러(94년기준)의 소도시로 연방정부의 지원(공군기지운영)에의해 생계를 꾸려가던 곳이었다.그러나 90년대들어 반도체 컴퓨터 등 전자산업기지로 탈바꿈, 역동적인 정보화경제구조를 띠게 됐다.이 연구소가 94년 새로 창출된 1만5천5백개의 일자리를 분석한 결과, 40%에 달하는 6천1백개는 시간당 5∼7달러에 연봉 1만∼1만5천달러의 저소득분야, 즉 타자수 수위 전화교환수 식당점원 등이었다.또 전체의 20%인 3천개의 일자리는 연봉 5만∼8만달러의 고소득자리인 엔지니어 컴퓨터프로그래머 고위경영진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3만5천∼4만달러선의 연봉을 받는 중간관리의 일자리는 9백여개(6%)가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결과적으로 정보화시대에 일자리를잃게 되는 계층은 중간관리층이라는 주장이다.정보화기술이 근로자의 일감을 빼앗는다는 견해를 부정하기란 쉽지않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낙관론자들은 매우 구체적으로 예시한다. 10여년이상 컴퓨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미국의 실업률은 과거에 비해 결코 높아지지 않았으며 근로자 일인당 로봇대수가 세계 최고인 일본이 실업률은 세계최저라는 식이다.◆ 낙관론자, 새로운 구매수요 신규고용 연결돼이론적으로도 반론은 가능하다. 기술발전은 생산성향상을 가져와실질소득을 증가시킴으로써 새로운 구매수요를 창출한다는 것이다.즉 기술발전은 전체경제차원에서 상품(서비스)가격의 하락, 임금인상, 이윤과 투자자본의 증가 등 3가지 현상중 한가지는 수반하게되며 이는 신규고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기술발전은 또 기존 직종의 고용증대 뿐아니라 새 직종을 만들어냄으로써 고용수요를 창출한다. 컴퓨터관련 인력은 두배이상 증가할것이며 경제적으로 풍족해진 노년층에 대한 실버산업 등이 각광을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낙관론자들은 대개 기술발전이 궁극적으로 새로운 고용을 계속 창출할 것이지만 당분간 실업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란 주장에는 동의한다.그러나 이들에게 실업은 기술발전 때문이 아니며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에서 미스매칭(수요자와 공급자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상황)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일 뿐이다. 정부가 근로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강화하면 기술발전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실업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누구도 기술과 실업간의 관계를 공식화할 수는 없다. 결국 이에 대한 이론적인 논란은 끝나는 듯하면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성질의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근로자들은 「인간에게 자신을 직장으로부터 몰아낼 능력이 있다면 다시 그들은 직장으로 복귀시킬 만한 능력도 있다」는 존 F 케네디의 말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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