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현장에서 관리직이 사라진다

『개개인은 이제 회사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더 큰 책임을져야한다. 미국의 경우 또 유럽이나 심지어 일본에서조차도 어떤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고 해서 지금부터 40년후 은퇴할 때까지그 회사에서 근무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미국의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 박사가 최근 화이트칼라의 위상에 대해 지적한 말이다. 피터 드러커의 말이 아니더라도 해외의 각종 조사기관이나 언론은 미래에 없어질 직급으로 어김없이 과장 부장에 해당하는 「중간관리자」를 꼽고있다.이러한 변화는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이 2,3년전부터「인사파괴」 「인사혁명」 「신인사제도」의 기치를 내걸고 조직을 팀제로 개편하고 성과급에 따른 연봉제나 성과급제를 도입하는움직임이 대표적인 예다.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관리직 즉 화이트칼라도 예외는 아니다. 90년대초부터 더욱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는 공장자동화(FA)는 화이트칼라를 현장에서 몰아내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장자동화는 처음에는 생산직인 블루칼라의 일자리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그러나 점차 자동화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기술직 엔지니어들이 공장운영의 주체가 되면서 생산현장에서 화이트칼라들이 줄어들고 있다. 생산직사원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그들을 위한 인사 노무 등의관리업무도 줄었기 때문이다. 사무자동화 진전도 현장의 화이트칼라를 감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전문기술직 엔지니어는 고도기술을 요하는 공장자동화시스템 도입과 함께 「잘 나가는」샐러리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번 대기업의 정기인사에서전문직과 기술직임원들이 대거 승진한 것도 이러한 생산현장의 자동화시스템도입과 무관하지 않다.최근 국내에서 공장자동화가 활발히 이루어진 분야로는 전자및 자동차산업을 들 수 있다. 대우자동차는 생산라인을 변경하거나 증설하면서 자동화시스템을 적극 도입했다. 소형차인 티코 생산라인의경우 자동화시스템 을 도입한후 생산성이 10배나 향상됐다. 현장에서는 거의 사람의 손길이 필요없게 되었다. 시스템운영자가 모니터를 보면서 기계가동의 이상유무만 파악하면 된다. 그만큼 인력감축효과를 보고있다.자동화시스템을 조립 생산하는 대우중공업은 올해 자동화사업부문에서 매출목표를 전년보다 30% 늘린 4천2백억원으로 늘려잡았다.오는 2000년에는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생산현장에서 자동화가 얼마나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가를 엿보게 하는대목이다.공장자동화를 뒷받침하는 각종 운영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시스템공학연구소는 작년말 생산현장의 관리자나 감독자가 현장을 직접방문하지 않고 PC를 통해 전자조립핵심기술인 부품조립의 최종공정을 파악,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최종 조립라인의 생산계획 및 공정을 리얼타임(실시간)으로 통제할 수 있다.이 시스템은 데이터를 애니메이션기법을 활용해 실제 작업물이 흘러다니는 것처럼 실제와 동일하게 화면에 구현해준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생산현장의 유연성을 증대시킴은 물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줄 수 있다.앞으로 공장자동화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급격히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신성전자정밀 경인전자 한영전자서해공업 두산제관 등 5개 중소기업들은 공장자동화를 성공적으로추진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선정됐다. 새로 공장자동화를 추진하려는 중소기업들이 공업진흥청의 주선으로 이들 성공기업들로부터 노하우를 얻고있다.공진청은 지난해말 공장자동화 합동지원반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합동지원반을 통해 공장자동화를 추진하려는 지방중소기업에 대해전문기술자를 신속히 지원하고 자동화설비에 드는 소요자금의 원활한 조달을 돕고있다.그러나 생산성향상에 초점을 둔 공장자동화는 생산현장에서의 화이트칼라의 구축으로 이어질 공산을 한층 높여준다. 팀제와 신인사제도로 특징지어지는 기업문화가 급격히 도래하면서 이에 적응하지못하는 생산현장의 화이트칼라가 다른 어느 부서보다도 많이 나올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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