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등 핵심요직 모두 서울대

『정권이 진짜로 바뀌긴 바뀐 모양이다.』 지난 93년2월26일 김영삼 대통령이 첫내각 명단을 발표한데 대한 첫반응은 이랬다. 그동안 권력의 핵심이던 군출신과 TK 및 5·6공인물이 철저히 배제되고서울대 출신들의 약진이 나타난데 따른 것이다. 파워엘리트의 권력이동이 실재화된 것이다. 문민정부 초대 내각의 면면을 살펴 보자. 장관 25명중 서울대 출신이 16명(64%)이었다. 반면 육사출신 장관은 4명에 그쳤다. 다만 총리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체면을 유지하긴 했으나 육사가 더 이상파워엘리트가 아니라는 점은 여실히 증명됐다. 이와함께 최창윤 총무처 장관외에는 모두 비각료출신이었다. 관료사회의 기득권 상속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김대통령의 관료에 대한 불신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었다.특히 눈에 띄는 것은 통일부총리(한완상·사회학과) 외무장관(한승주·외교학과) 안기부장(김덕·법대) 외교안보수석(정종욱·외교학과)등 「외교4인방」이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더욱이 그동안 가장 강력한 권부로 군림해온 안기부장에 군이나 법조출신이 아닌 김덕 외대교수를 임명한 것도 문민정부임을 확실히보여준 사례라고 할만하다. 또 초대 내각에는 예외적으로 여성장관이 3명이나 발탁됐는데 이들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다. 황산성 환경(법대), 박양실 보사(의대) 권영자 정무2(불문학)등이 그들이다.◆ 장관 10명중 7명은 서울대 출신김대통령의 「친위부대」인 청와대 비서실 진용도 서울대 독과점으로 짜여졌다.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 10명중 8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박관용 비서실장과 홍인길 총무수석만이 동아대를 졸업했을뿐 나머지 수석은 모두 서울대 동문이었다.차관급 인사에서도 서울대 약진은 눈부셨다. 차관22명중14명(63.6%)이 서울대를 나왔다. 특히 경제기획원(김영태·법대)외무(홍순영·법대) 공정거래위원장(한이헌·상대)등 실세부서 차관은 서울대 독식현상이 이어졌다. 차관급 외청장 20명중에도 9명이 서울대를 나왔다.「UR사태」로 황인성 총리가 물러나고 이회창총리가 들어선 2기내각(93년12월21일)에서 서울대 출신은 15명으로 수적으로는 약간 감소했다. 그러나 총리와 부총리(2명) 및 외무 재무등 핵심요직은 서울대가 독식했다. 특히 법대출신의 약진은 눈부셔 5명에서 8명으로증가했다. 이 와중에 육사출신은 2명으로 줄어들었다. 그 틈을 김대통령의 「정치동지」가 차지했다. 최형우 내무(동국대 정외과),김우석 건설(미 터프츠대), 서청원 정무1(중앙대 정외과)등이 그들. 서울대 중심의 지배구조를 정착시킨 뒤 어려웠던 시절 고락을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봐주기」 인사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 대목다. 세계화 기치를 내걸고 단행된 정부조직개편 이후 들어선 이홍구 내각도 서울대의 수적 위축은 지속됐으나 핵심요직 독식현상은 여전했다. 서울대 출신 장관이 13명으로 점유율도 56.5%로 감소했다.다만 양부총리 외무 내무 법무 통산 정통부등 핵심부처는 모두 서울대로 채워졌다. 이때 눈에 띄는 것은 국방장관에 육사출신이 임명되는 관례를 깨고 공사출신(8기)인 이양호 함참의장이 임명됐다는 점이다. 이에따라 육사출신은 오명 건설장관 1명으로 줄어드는사태를 초래하고 말았다.◆ 경제장관회의는 ‘축소판 서울대 동문회’집권후반기를 맞아 새롭게 단장한 이수성 내각에선 수적으로는 물론 질적으로도 서울대 독점현상이 심화됐다. 16명으로 69.6%에 달했으며 총리 양부총리 외무 법무 정통부등 내로라 하는 자리는 모두 독식했다. 특히 경제부총리와 경제수석을 포함한 경제팀 10명중추경석 건설교통부 장관(성균관대 경제학과)을 제외하곤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경제장관회의는 축소판 서울대 동문회인 셈이다. 반면 육사출신은 드디어 한명도 장관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다만권영해 안기부장만이 외롭게 육사명맥을 이었을 뿐이다.전체 숫자를 보더라도 서울대 독과점 현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3년간 장관으로 임명된 사람은 80명(2개부처이상 장관을 한 사람 포함). 이중 서울대를 나온 사람이 51명이나 된다. 전체의63.8%에 해당되는 숫자다. 5·6공화국 때까지만 해도 양지를 달렸던 육사출신은 6명(7.5%)에 불과했다. 고려대가 7명으로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반면 연대(2명)등 다른 대학들은 1명이하였다. 특히 서울대 출신중에서도 법대출신이 24명으로 가장 많아 지배층으로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전두환 전대통령 시절인 85년 2월18일 들어선 노신영 내각에서는23명의 국무위원중 육사출신이 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가질 만하다. 「문민정부」의 기치를 내걸고 군부색을 씻기 위해 노력했던 노태우 전대통령의 초대내각에서도 육사출신이 최명헌노동부장관등 4명이었다. 90년 12·27개각으로 들어선 노재봉내각에서도 육사출신은 이종구 국방, 최창윤 공보, 민경배 보훈등 3명이었다.청와대 비서실 상황 마찬가지다. 비서실장을 포함한 26명의 수석중서울대가 19명으로 73.1%에 달했다. 현직에 있는 사람들도 12명중9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이원종 정무, 윤여준 공보, 유도재 총무수석을 제외하곤 모두 서울대 동문인 것이다.◆ ‘권력이동론’ 대 ‘지배계층다양화론’ 맞서파워 엘리트의 서울대 집중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갈리고 있다. 우선 긍정론을 보자. 『김영삼 대통령의 서울대 출신 등용은 군출신이나 공안계통 법조인에서 전문가 집단으로의 권력이동을 의미한다. 건국의 기반을 닦는 시기(nation building)에 나름대로의 역할을 했던 이들의 기능은 점차 사라지고 다양화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지배계급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 출신이 부상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당연한」 결과다. 상대적으로 능력(quality)이 뛰어난 서울대 출신들이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등장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이 서울대출신이라는 사실은 이같은 추세를 강화하는 요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재정경제원 A국장).파워 엘리트의 서울대 독점론을 제기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선진·자율경제 체제가 정착되면서 정부의 지배적(domi-nant) 역할이끝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지배계층을 서울대 출신이 독점한다는 것은 이전과 같이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보다는 경제사회의「실권자」인 민간기업에서의 주도권을 누가 잡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재경원이나 통상산업부등 핵심 경제부처 고위관료의 학교분포에서도 서울대 독과점현상이 있는데 장차관의 서울대 집중을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설명도 있다.그러나 이에 대해 반론의 목소리는 더욱 크다. 『인재위주의 등용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양성을 갖는게 바람직하다』(통상산업부 B국장)는 주장이 나온다. 자본주의의 장점이 다양성에 있는만큼 「인위적」으로라도 학교간 배분을 통해 「서울대일극체제」를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출신만으로이루어진 지배구조로는 진정한 경쟁력을 일궈낼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서울대출신의 파워엘리트들에 의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가 움직여지고 있는 현실때문에 잘못될 경우 메한국은 서울대가 망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특히 문민정부는 인간중심의 교육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인사를임명직을 포함한 요직에 서울대출신들을 주로 등용함으로써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메1류병?을 도지게 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교육개혁은 한마디로 메물건너 갔다?는 불만도 그래서 터진다.현정부의 서울대 독점현상은 김대통령의 임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후반기로 갈수록 내사람 챙기기가 강해질 것이기때문이다. 경제 정치 사회 교육등 모든 것의 서울집중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 집중현상이 계속되는게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한 시기인지 모른다.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