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대학 출신자 편중된 조직 폐단 크다"

▶ 한국에서는 지금 교육개혁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만 일본교육계의 당면과제는 무엇입니까.일본은 지금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빠져있습니다. 천연자원이 없는일본으로서는 교육개혁을 통하지 않고는 이런 난관을 타개해 나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 일본의 대학레벨은 세계적 수준에서보면 그다지 높지않은게 사실입니다. 일부교수들은 그런것을 전혀못느끼고 있지만 우리들은 대단한 위기위식을 갖고 있어요. 이제부터는 메지적창조입국?이라는 것을 목표로 삼지않으면 안됩니다.이를 위해 대학교육의 충실화와 연구의 내실화문제에 대해 문부성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교원의 임기제예요. 종전과 같이 종신고용제를 택하지 않고 교원을 유동화시켜 연구분위기를 활성화시키려는시도지요. 이는 미국처럼 연구인력을 다원화해서 연구에 긴장감을높여주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대학이 자기점검과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어요. 연구비를 골고루 나눠주는 식의 자금지원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많이 나오고 있고요.교수들은 타인의 문제에 대해서는 몹시 자유로운데 자신의 문제에관해선 매우 보수적입니다. 또 교수들은 자기주변의 일에 대해선눈을 돌리지만 다른나라의 연구동향이나 교육동향에 대해서는 둔감한 편입니다.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어요.이런 교수들에게 자극을 주어서 더이상 배겨나지 못하게하는 방법을 모색하는데 많은 대학들이 논의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본의대학은 이런 혼란의 와중에 있어요. 와세다대학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는 학부장시절부터 본교졸업생이 아닌 타대학출신들을 교수로 임용함으로써 폐쇄적인 분위기를 깨려고 해왔어요. 앞으로도 교수등용의 문을 더욱 넓힐 계획입니다. 젊은교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65세이상된 노교수들의 급여를 30%커트하는 방안도추진중입니다.▶ 국립대학이나 사립대학 모두 재정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도쿄대학이나 교토대학등 국립대학과 다른 사학들의사정은 어떤가요.확실히 말해 큰차이가 있어요. 국공립대학의 경우 학생1인당 국가예산이 3백만엔씩 투입되는데 비해 사립대학생에 대해서는 15만엔밖에 지원되지 않아요. 그렇지만 대학생수를 기준할 때 대학교육의75%는 사립대학이 맡고 있습니다. 이를 무시해서는 일본의 미래는없다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저는 사립대학의 생존이 일본의 생존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교육이라는 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는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장기적인 투자입니다. 그래서 장기적인 교육개혁과 더불어 단기적 효과가 기대되는 연구면에서 접근해나가려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문부성은 연구비를 과감하게 경사배분하기시작했습니다. 몇몇프로젝트에 연구비를 집중지원해주는 방식이지요. 연 6~7건을 선정해 많은 곳은 연간 10수억엔, 적은 곳이라해도수억엔을 3~5년간에 걸쳐 지원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성과를 올리는 그룹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정책입니다. 특히작년 11월 과학기술기본법이 만들어져 과학기술관계 예산을 20조에서 40조엔으로 배증시켜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거점을만들기로 한 것은 획기적인 일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여야당이 이문제에 대한 의견이 일치해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정치가들도 일본의 과학기술및 연구레벨이 떨어지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을 갖게됐기 때문이지요. 문부성은 이에따라 중점적인 대학, 중점적인 연구소, 중점적인 연구그룹을 육성하는 효과를 올리려하고 있어요.▶ 지방분권화란 말이 유행하고 있지만 경제의 수도집중, 교육의 수도집중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일본전역에서는 메지역일으키기? 메마을일으키기?가 축제처럼 유행하고 있습니다. 어느 지방을 가든 국제회관이나 국제회의장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예요. 이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화시대나 지방화시대에 뒤처지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돈으로 지역특성을 살린 대학을 세우거나 대학및 기업들과 힘을 합쳐 특정의 연구프로젝트를발족시키는 일이 매우 활발합니다. 우리도 자치성과 함께 기업과연구 교육을 일체화시키는 제3섹터방식의 시스템을 발족시키려고모색중입니다. 지금까지는 교육은 교육, 연구는 연구, 기업은 기업이라는 식으로 따로따로 놀아온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맹렬하게 움직이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봅시다. 그곳으로 몰려드는 교육연구 사업가들이 성운상태가 돼 그 안에서 속속 벤처비즈니스가 탄생합니다. 지금 일본은 이게 필요합니다. 될 수 있다면 일본의 대학, 와세다대학은 자치성 운수성 과학기술청 문부성 각기업 선배사장 대학원생 학부학생 부속중고등학생까지 망라한 프로젝트를 만들어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기업으로 완성시키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와세다대학은 전학부의 컴퓨터화를 추진중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지방화와 더불어 세계화시대라고 합니다. 이에따라 대학의발전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데 일본의 대학들은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지요.일본에 국제관계연구과정이 많이 생기는 것도 이런 흐름과 관계가있습니다. 세계화와 정보화시대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과제인 만큼 대학의 컴퓨터화도 중요합니다. 게이오대학의 후지사와캠퍼스는 이미 전과정이 컴퓨터화돼 있습니다. 와세다대학도 전학부의 컴퓨터화를 서두르고 있는 중입니다.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시대라는 전망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이 지역의 휴먼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소위 아시아·태평양국제대학원을 세울 방침입니다.그안에 정치 경제분야를 중심으로한 지역연구과정과 하버드대학의비즈니스스쿨과 같은 비즈니스과정을 두어 훌륭한 인재들을 배출할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 학생들의 25~30%는 유학생들로 충당할방침입니다.교수들은 전원 박사학위를 소지한 젊은 교수들로 구성하고 3~5년에 박사학위를 주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동안 일본의 대학교수 특히 와세다대학 교수들은 박사학위를 주는데 인색했습니다. 그러나 실력있는 학생들에게는 학위를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그들이 아태지역을 위해 공헌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해요. 우리는 새 대학원을 늦어도 내후년까지는 정식으로 출범시키려고 합니다.▶ 미야자와 기이치 전총리는 고급관료시험등에 도쿄대출신의 등용을일정비율 이내로 묶어야한다며 도쿄대 일극집중문제에 대해 심각한우려를 표명한바 있습니다만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문제는 무엇이나 메1할대학?이라는데 있습니다. 문부성예산에서차지하는 도쿄대학의 비율이 10%를 차지한데서 나온 것이지요. 지금은 그정도는 안되지만 문부성의 예산이 도쿄대로 편중배분되는것은 달라지지 않고 있어요. 문부성의 주요멤버들이 거의 도쿄대출신이어서 이런 문제들이 좀처럼 시정되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국가나 경제는 다양한 구성원들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입니다.그런데 밸런스감각을 갖추지 않은 일부 대학출신자 위주로 조직이구성되어 이끌려갈 때 여러가지 폐단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잇단 금융스캔들이나 주택금융문제들은 모두다 머리가 좋다는도쿄대학출신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개발경제시대에는 몰라도 글로벌화 시대인 지금은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지닌 인재들이 필요합니다.▶ 국가의 장래는 역시 교육에 달렸다고 할 수 있는데 시험점수에만의한 학생선발방식은 대학교육의 몰개성화를 가져오지 않을 까요.그래서 일본에서는 도쿄대학이외는 거의가 추천입학제를 실시하고있어요. 밸런스감각이 있는 학생들을 뽑기 위해서지요. 물론 종합적인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논문시험을 보는등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일본은 고등학교의 경우에도 20%의 추천입학제를실시하고 있어요. 와세다대학의 경우는 정원의 30%를 추천에 의해신입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이중 15%는 부속고등학교에서 추천을받고 나머지 15%는 다른 고등학교로 부터 추천을 받습니다. 선발기준은 학교생활의 성실도를 기준으로 하지만 특기도 반영합니다. 추천시에 우리는 되도록이면 전국각지의 지방학생들의 비중을 높이려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지방은 도쿄보다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다르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 있기 않아 똑같이 평가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섬학생이나 외국학생들의 비율도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학교육이나 교육풍토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십니까.글쎄요. 솔직이 한국의 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만 실력자체 보다는 학위를 너무 중요시하는게 아닌가하는 말을 많이 들어왔어요. 그러다보니 미국등에서 비교적 취득하기 쉬운 분야의 박사과정을 밟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이는 무엇을 어느정도 깊이 있게 공부했느냐하는 내용보다는 박사학위를 가졌느냐 안가졌느냐하는 형식요건을 너무 중요시하는 한국적인 사회풍토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대단히 실례되는 말씀같습니다만 이런식으로 해서는 장래 한국의 연구레벨을 높이지 못할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요즘 한국의 대학들은 재정자립이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그래서동창회등을 통한 모금운동이 한창입니다.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재원이 풍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학자금만가지고는 연구시설투자를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동창회모금활동을 해오고 있지요.와세다대의 경우도 2백억엔의 모금사업을 한바 있고 수익사업을 위해 장기프로젝트로 부동산신탁(호텔업)업과 신용카드업을 하고있습니다.여기서 생기는 이익금은 전액 유능한 교수를 모셔오거나새로운 연구실험등 사옥을 짓는데 쓸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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