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자율보장, 일본은 탈규제 힘써

지난 3월초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는올해 미국의 분야별 최고명문대학원의 명단을 발표했다. 교수진의수준, 대학교수들의 평가, 연구업적, 취업률 등을 종합평가했다.박사과정의 분야별 최고명문대학원을 보면, 생물 및 수학은 하버드대, 화학은 캘리포니아대(버클리), 컴퓨터공학은 카네기 멜론대,물리학 및 지질학은 캘리포니아공대가 1위를 차지했다. 또 각 대학 분야별 최고의 명문대학원은 법학분야에서는 예일대,의학은 하버드대, 경영학은 스탠퍼드대, 공학은 MIT대였다.이들 대학들은 대학의 순위와 명성을 좌우하는 대학원과정에서 골고루 분야별 최고명성을 차지했다. 2개 이상의 분야에서 최고명성을 얻은 대학은 하나도 없었다.그만큼 미국의 대학들은 특정분야에서 독보적인 상아탑으로 나름대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굳히고 있다. 거의 모든 학문분야가 특정 대학으로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퍼져 대학간에 조화로운 발전을 꾀하고 있다. 물론 각 대학을 종합평가한 전체대학별 순위는 주로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소위 명문대들이 차지하고 있다.◆ 미, 대학의 법적 지위 수정헌법 제9조서 보장미국대학들이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나름대로 일가를 이룰 수 있는것은 무엇보다도 「다양성」과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는 미국의대학법제를 꼽을 수 있다. 하버드대와 같이 주정부가 헌법기관으로서 그 지위를 부여하는 대학, 주가 직접 입법에 의하여 설립운영하는 주립대학등 그 형태가 다양하다. 대학에 대한 주의 권한도 주와설립형태에 따라 차이가 많다. 그러나 대학의 조직, 학생의 권리보장, 재정관리방법에 대하여 주법에 상세히 규정함으로써 대학이 자치적으로 운영해도 문제가 없도록 제도화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있다.대학의 자치를 중시하려는 이념은 대학의 법적 지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수정헌법 제9조는 대학기관의 지위에 관한 사항규정이 각 주의 권한임을 규정하고 있다.미국대학들은 헌법에서 보장한 대학자율을 내부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대학마다 독특한 합의제 의사결정기구를 갖추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경우 이사회 임원은 전부 29명이며, 그중 22 명은 공익대표로서 주지사가 12년 임기로 지명한다. 나머지 7명은 주 교육위원회 대표 등으로 직위에 의해 임명되며 여기에 추가로 학생대표 1명과 교수단 대표 2명이 참가하게 되어있다.MIT 대학은 주지사, 주 최고법원장 및 주 교육부장관을 당연직 이사로 삼는다. 카네기 멜론대학도 피츠버그의 시장과 시의회의장,총장, 동창회장, 카네기학회 회장이 당연직 이사로 활동한다. 다른이사들도 종신이사와 임기이사로 구분하고 학내외의 광범위한 분야의 대표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임원수는 대개 60인 내외이며 회의방식과 투표절차도 복잡하다.미국대학의 자율관리제도에 있어 또다른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에대한 학생과 직원대표의 참여를 들 수 있다. 미국대학교수협회와미국대학협회, 전미학생협회 등 유력 10개 단체가 지난 67년 공동으로 발표한 「학생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공동성명」에서 학생의참여권을 강력히 표명했었다. 공동성명은 『대학의 구성원으로서의학생은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자유로이 대학의 방침이나 학생에게 일반적으로 관계있는 사항에 대하여 견해를 표명하는 자유를 가져야 한다. 학생은 학문상 또는 학생의 문제에 관한 대학방침의 작성이나 적용에 참여할 수 있는 명확히 정해진 수단을 부여받아야한다』고 밝혔다. 주나 대학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학생들과 직원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대학운영 관리제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총장과 교원 그리고직원의 임명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미국에는 법률상 총장선임에 관한 규정이 없다. 대체로 주립과 사립대학을 막론하고 이사회가 구성한 총장추천위원회의 충분한 공모를 거쳐 심사후 복수이상의 후보를 추천하면 그 중에서 이사회가 4년임기로 임명하고 있다.공모는 자기대학 뿐아니라 전국에 걸쳐 이루어진다. 한국대학의 총장선임이 주로 자기대학내 인물중에서 선출하는 것과 크게 대조를이룬다. 자격과 능력만 있으면 대학발전을 위해 총장으로모셔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사립대 납입금, 한국:일본= 85%:55%대학이 국가로부터 가장 통제받게 되는 부문은 역시 재정확보와 집행에 관한 사항이다. 법치주의가 확립되고 복리국가주의로 발전하면서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부담 의무가 발생, 국가가 대학재정의상당부분을 부담하고 있다. 주립대학의 경우 주정부 부담비율은 약43%, 연방정부 10%, 사회기부금 등 학교자체수입 33%에 달해 학생납입금 의존도는 14% 정도에 그치고 있다.사립대학은 연방정부 보조금 17%, 법인 및 사회기부금 등 학교자체수입 43%, 주정부보조금 2%, 지방공공단체지원 1%였으며 학생납입금은 37%에 이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사립대학 학생납입금 부담률이 각각 85%와 55%인 것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미국과는 달리 일본의 대학법제는 통제나 규제중심이다. 한국의 대학법제의 모델이 된 일본대학법제는 국가영조물(특별권력관계)이론에 입각한 운영관리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대학의 설립권과 그 절차를 살펴보면 이러한 성향은 뚜렷이 나타난다. 국립대학은 국가가설치하고, 공립대학은 지방공공단체가 문부대신의 인가를 받아 설립하며, 사립대학은 학교법인이 문부대신의 인가를 받아 설립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국가의 대학관리 권한에 있어서도 문부성의 권한행사는 법률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립대학에 대해서도 교육의 조사 통계 기타 필요한 보고서의 제출요구권을 지니고 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포괄적인 감독 통제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일본대학들은 최근 자율성을 위한 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미 대학평의회제도를 도입하여 전체적으로는 대단히 미흡하나마 상당부분 대학의 자치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제를 도입했다. 국립대학총장도 이 대학평의회에서 선출하여 문부대신이 임명하고 있다. 또한 사립대학총장 선출방법은 학교법인이 자유롭게 정할 수있다.법제의 수정과 함께 대학들 스스로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움직임도 활발하다. 공동강의 및 상호학점인정 제도가 그 예다. 교토지역 대학들은 3년전부터 사립대와 단과 28개교를 중심으로 상호학점인정 제도를 도입했다. 타대학에서 이수한 일정학점을 서로 인정해주는 제도다.지역공동강의제는 학생들이 자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과목이나분야, 타대학의 유명교수의 강의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이 제도를 잘 활용하면 특정유명대학의 입시경쟁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매력 때문에 일본에서는다른 지역에서도 점차 공동강의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다.이 제도는 강의교류에 그치지 않고 도서관이나 컴퓨터설비 등을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복투자나 낭비요소를 줄여나갈 수있다.법적으로 자율성이 보장된 미국대학과 정부의 통제에 따른 폐단을없애기 위한 일본대학의 노력은 국내에서도 교육관련법을 제정하거나 수정하려 할 때 큰 참조가 될 것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김형근 박사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교육관련법제를 연구하는 학자만도 수백명에 달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법학을 전공한 교육법제연구가는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대특별법을 제정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막상 외국의 대학법제에 관한 기초자료조차 파악되지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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