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신비 유전자 베일이 벗겨진다

수천년전에 죽은 육식 공룡인 티라노사우르스가 재생된다. 공룡의피를 빨아먹은 모기의 화석에서 공룡의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를 재조합·증폭시킨 뒤 타조알에 투입해서 부화시킨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영화 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같은 상황은 언제까지나 영화속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는2005년께는 실제상황이 될 가능성이 많다. 지난 90년부터 활발히이루어지고 있는 인체게놈프로젝트(HGP: Human Genomme Project)로인해 인간의 유전에 대한 비밀이 대부분 해명될 것이기 때문이다.이는 곧바로 모든 생명체의 유전을 밝히는 열쇠가 된다. 유전의 비밀이 풀리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 「키메라」도 만들어질 수있다. 머리는 사자, 몸통은 양, 꼬리는 용 또는 뱀 모양을 한 짐승도 더 이상 「상상 속의 그대」가 아니게 된다는 얘기다.인체게놈이란 인체의 설계도로서 모든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정보를가리킨다. 23쌍의 염색체 속에 A G C T 등 4종류의 염기를 기본으로 하는 30억개의 염기가 있고 그 속에 10만개의 유전자가 있다.HGP는 30억개의 염기서열과 10만개의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것이다.◆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질병퇴치에 기여선진국은 85년부터 질병치료를 위해 전세계적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은 지난 90년10월1일 HGP를 「국가정책사업」으로 지정, 오는 2005년까지 3단계로 나눠 유전자 비밀을 풀기로 했다.이를위해 미국은 95년까지 1천5백억원을, 일본은 4백억원을 쏟아부었다. 이 결과 프랑스에서는 지난 3월 사람의 유전자지도를 완성했다. 유전자지도 완성은 인체게놈프로젝트의 1단계를 완성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부터는 유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확정(2단계)하고개개 유전자의 유전정보를 해독(3단계)하는 단계로 이행하게 된다.선진국들이 HGP를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인류에게 발생하는 4천여종에 달하는 불치의 유전병과 암 에이즈 등을 정복하기위한 것이다. 유전자 기능을 알게 되면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 질병의 원천적 해결과 생명의약품 개발의 기반을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게놈연구가 마무리 되면 혈우병같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불치병을 고치는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인슐린 등을 값싸고 안전하게 대량 공급함으로써 질병퇴치에 크게 기여한다. 또 유전자를 보관해 똑같은 사람을 언제 어디서나 복제할 수 있게 된다』(유향숙생명공학연구소 박사)는 말이다. 유박사는 『앞으로 10년안에 모든유전정보가 선진국에 의해 특허화될 것』이라며 『21세기에 게놈부문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국내의 게놈연구는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생명공학연구소 등 일부 연구소에서 개별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뿐체계적인 연구는 언감생심이다. 오는 5월중「게놈연구센터(가칭)」가 출범될 예정이어서 뒤따를 채비를 갖출계획이나 아직 가야할 길은 먼 실정이다. 다만 적정한 지원만 이뤄지면 선진국을 뒤따를 것이란 분석은 있다.『현재 국내에선 1백여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기반기술은 어느정도 갖춰져 있다. 매년 30억∼50억원씩 10년간 투입하면 선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추격할 수 있는 「중간진입」은 가능할 것』(유박사)이라는 설명이다.게놈의 연구결과는 유전자치료(Gene Therapy)와 직결된다.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백혈병 등은 이상 유전자를 정상유전자로바꿈으로써 완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얼마전 전국민의 마음을 울렸던 성덕 바우만군의 경우도 한국과 미국의 전유전자를 조사해 이식하는 일 없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유전자치료는 아직 미개척분야다. 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주도권을잡는 무주공산인 상태다. 미국이 한발 앞서긴 했으나 그야말로 간발의 차에 불과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전자치료법은 수세적 입장에서 미국 등 선진국을 모방하는 단계이긴 하나 연구개발을 적극지원할 경우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박종구 생명공학연구소 박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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