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들키면 물거품 된다"

「제2의 바덴바덴신화는 창조될 것인가」일본보다 2년여 뒤늦게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유치전에 뛰어든 우리나라는 총력전을 펴며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오는 6월1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있게될 FIFA집행위원회의에 쏠려있다. 독일남서부 휴양도시 바덴바덴에서 일본 나고야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88올림픽을 유치했던 기적이 또다시 스위스 취리히에서 재연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바덴바덴 기적의 주역은 다름아닌 정주영현대그룹명예회장을 중심으로한 기업인들이었다. 이들은 막후에서 치밀하게 로비전을 전개,88올림픽유치에 일등공신역할을 했다. 이젠 이들의 어깨에 2002년월드컵유치가 달려있다.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2의 바덴바덴 기적」을 연출하기 위해 최근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재벌총수 해외출장계획등 다양한 지원김영삼대통령과 프로축구 구단주인 재벌그룹회장들과의 지난 3일청와대오찬회동이 계기가 됐다. 사실상 재계는 그동안 월드컵유치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처지가 못됐다. 「노태우씨 비자금사건」으로 대부분의 총수들이 기소돼 재판에 온통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오찬회동은 이같은 재계의 분위기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날 회동에는 현대그룹 정몽구, 삼성그룹 이건회, LG그룹 구본무, 대우그룹 김우중, 선경그룹 최종현회장 등 프로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재벌그룹회장과 구평회2002년 월드컵유치위원장,정몽준대한축구협회장 등이 참석했다.이 자리에서 김대통령은 구단주들에게 2002년 월드컵대회유치상황을 물은 뒤 프로축구구단주인 그룹회장들이 유치전에 적극 나서줄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평회월드컵대회유치위원장은 이같은 김대통령의 당부에 대해 『현재 상황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면서 2개월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유치활동을벌여 반드시 일본을 제치고 「취리히신화」를 창조할 것임을 다짐했다고 축구계 관계자는 전했다.청와대회동에서는 일반론적인 이야기만 나눈 것으로 현재 전해지고있다. 그러나 회동을 계기로 재벌그룹회장들간에 역할분담이 이뤄졌을 것으로 축구계 및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비록 일본처럼은 아니지만 그룹회장들이 나름대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대륙을 맡아물밑로비에 나서기로 약속은 했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늦게 월드컵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재벌그룹회장들이 나서 「막판뒤집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이런 전략아래 월드컵유치위원이기도 한 재벌총수들은 조만간 해외출장길에 오른다. 출장지역과 일정은 비밀에 부쳐져 있다. 경쟁상대국인 일본의 역공작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계의 월드컵유치지원활동은 철두철미하게 물밑에서진행되고 있다. 『일본에 들킨다.꼭꼭숨어라』식인 셈이다.이런 물밑작전외에 재계는 월드컵대회유치붐을 조성하기 위한 외국유명 프로축구팀초청협찬과 월드컵유치 광고, 유치위원회에 지원금기탁, 월드컵공익신탁가입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 부자대업(父子大業) 신화 복안현대종합상사, 삼성전자, (주)쌍용 등 10대그룹소속 계열사들은 서울은행이 개설한 「월드컵공익신탁」에 각각 10억원의 신탁금을 냈다. 재계단체로는 유일하게 무역협회가 5억원의 신탁금을 냈다. 이돈은 1년뒤 기업들이 찾아가지만 그 이자수익은 전액 월드컵유치위에 전달된다. 재계는 이와함께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30대그룹들이월드컵유치위원회에 각 10억원정도의 기탁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낸 돈은 전액 2002년 월드컵유치전의 「총알」로 사용된다.월드컵유치붐조성을 위한 외국프로축구팀 초청후원도 활발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5월 24, 27일 이틀동안 이탈리아 명문프로팀인AC밀란과 유벤투스를 초청, 국가대표와 친선경기를 갖는데 이 행사에 현대 삼성 LG그룹이 각 4억원씩의 협찬금을 냈다. 이와함께 종합상사조직을 활용한 정보수집(현대그룹) 해외국제공항 트롤리광고(LG그룹) 비행기에 월드컵 엠블렘부착 및 기내홍보비디오상영(한진그룹) 등 재계의 월드컵지원은 다채롭다.그룹별 지원활동에서는 현대, 삼성, LG그룹 등이 돋보인다. 현대그룹은 정몽준현대중공업고문이 대한축구협회장인 관계로 물심양면의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은 88올림픽유치를 정주영명예회장이 해냈듯 2002년 월드컵대회 또한 정현대중공업고문이 해내「부자대업(父子大業)」신화를 만들어 낸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다른 그룹들로부터 「현대가 너무 설친다」는 시샘을 받을 것을 우려,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다.삼성그룹은 삼성전자등 계열사를 통해 유치행사에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그룹창업고문이 월드컵유치위원장으로 뛰고 있는 LG그룹은 지난 2월 월드컵유치위홍보단의 남미축구협회총회 참석시 구자홍 LG전자사장이 동행 지원활동을 펼쳤다. LG그룹은 이때 아르헨티나 현지신문에 광고를 게재, 「월드컵 코리아」의 이미지를 심었다.이같은 활발한 지원활동에도 불구하고 재계일각에서는 현대그룹등몇몇 기업들이 뛰고 있을뿐 다른 기업들은 손을 놓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 유치에 성공할 경우 이들 그룹의 잔치가 될 것이 뻔한데 괜스레 들러리 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국민들은 이러한 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재계가 똘똘뭉쳐 「취리히 역전드라마」를 연출해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뿐이다. 월드컵개최지 결정 1개월여를 남겨두고 재계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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