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 '우선 따고 보자'

석장의 티켓이 주인을 기다리는 개인휴대통신(PCS)분야는 다른 어떤 통신서비스분야보다도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마치 PCS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 기업이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각기업들은 이미 비용과 효과를 검증하는 합리적인 자세를 뛰어넘어 한 번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기업으로서의 「체면」과 서로를 비난하는 「감정싸움」에 이끌려가고 있다. 이런 과열상황에서 사업자가 선정되면 결정된 이후 다시 무성한 뒷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참여기업과 제휴전]현재 PCS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한국통신을 필두로 삼성현대 LG 대우등 4대그룹과 효성 금호 한솔 데이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이다. 한국통신은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전제하에서 이미 기간망사업자에게 배정된 한 장의 티켓을 거머쥔 상태다. 다른두장의 티켓은 삼성 현대 LG 대우(이상 장비제조업체)와 효성 금호한솔 데이콤 기협중앙회(이상 비장비제조업체)중에서 각각 한 장씩을 가져가게 된다.이들 업체간의 수주전은 당초 「각개약진」의 형태를 보여왔다. 그러나 정부가 돌연 「가능한한 많은 기업을 통신사업에 참여시키도록 하겠다」며 연합형태의 참여를 장려하는 듯한 방침을 밝히면서짝짓기경쟁에 돌입했다. 장비제조업체군에서는 삼성-현대가, 비장비제조업체군에서는 한솔-데이콤과 금호-효성이 한팀을 이뤘다. 나아가 장비제조군에서 당초 4대그룹이 모두 참여하는 「대연합」구상을 밝혔던 대우가 열세로 돌아서는 상황을 감지하고 금호-효성팀에 가담함으로써 참여기업들간의 「제휴경쟁」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순간까지 끝나지 않는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단독으로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LG,기협중앙회)이 오히려 소수가 되면서막판 제휴의 하이라이트는 이들 두진영의 결합이 아니냐는 추측도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PCS수주전은 재계가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과의 동침」은 물론 조변석개식의 「파트너바꾸기」도 불사한다는 하나의 흐름을 낳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합리적인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기술적으로 어떻게 우위에 설 수 있는가를 내세우기 보다는 오로지 더많은기업과 제휴를 맺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제휴경쟁이 곧 사업권수주전의 모든 것인양 비쳐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나아가 통신사업에서 경영권은 언제회수될지 불투명한 수조원에 달하는 초기투자자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과거기업을 소유하는 쪽으로만 길들여진 일부업체들이 경영권확보에만열중하다보니 이같은 파트너바꾸기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단을 불허하는 사업권선정]과연 어느업체에 사업권이 배정될까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워낙 기술력이나 자금력등에서 백중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있지만 종국에 가서는 종합적으로 「정부정책」이란 프리즘을 통해 선정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다시말해 정부가기술적인 측면(50점배점)을 강조하는 배점기준을 마련했지만 기술력이란 것이 「도토리키재기」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제력집중완화중소기업육성과 같은 정책적 판단에 근거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앙숙」관계로 비유될 만큼 모든 사업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왔던 삼성-현대팀은 일단 에버넷이란 별도의 합작회사를 탄생시켜잡음없이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사가 제휴에 전격합의할 수있었던 것은 모두 경쟁상대인 LG그룹에 비해 열세로 몰리던 상황을감지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경제력집중문제나 기업의 도덕성등을통신사업자 선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장비제조업체군에서 LG의 독주가능성이 점쳐져 왔던 것이다. 양사는 에버넷이정부가 고민하는 경제력집중을 해소했으며 반도체와 조선에 「세계1위」를 해봤던 경험을 토대로 통신분야에서도 세계일류기업으로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지분문제도 당초 주도주주지분율을 40%(각각 20%)로 결정했다가 LG가 30%미만으로 낮추자 다시 33%이하로 재조정했다.이에 반해 LG텔리콤은 통신사업에서는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요구되기 때문에 뚜렷한 주도주주가 있는 쪽이 더 우수한 역량을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에관한한 「국내최고」라는 자부속에 전체심사기준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술분야 경쟁에 자신한다는 입장이다. 또 장비제조업(LG정보통신)과 서비스업(LG텔리콤)간의 유기적 발전을 꾀하면서 CDMA기술이전과 해외진출에 중소기업배려란 측면을 최대한 강조한다는 복안이다.비장비제조업체군에서는 「효성-금호」팀과 「한솔-데이콤」팀이경합을 벌이고 있다. 4개사간에는 원래 데이콤이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는 듯한 구도속에서 물밑작업이 진행돼왔다. 데이콤 관계자는 『이미 통신사업을 하면서 확보한통신기술력과 함께 3만km에 달하는 장거리광전송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기지국과 기지국간에 들어가는 초기투자비용을 낮춰 결정적으로 다른 기업들보다 서비스가격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힘이 된다. 데이콤의 이같은 장점 때문에 무선통신과 무관해 별다른 기술력으로 내세울 게 없는 다른 3개사가 서로 연합을 맺으려고했던 게 사실이다』고 밝혔다.한솔과 최종파트너가 된 것은 전반적인 경영권을 양보하는 대신 수도권 경남등 유리한 지역의 영업권을 가질 수 있는 호조건이 제시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PCS사업은 막대한 초기투자비용을 필요로 한다』며 『1조원이상에 달하는 한솔의현금동원능력과 데이콤의 기술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같다』고 평가하고 있다.효성과 금호가 제휴를 맺은 것은 데이콤을 놓치면서 갑작스럽게 열세에 몰린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왔다는 분석이다. 양사는18%씩의 동등지분을 가지면서 보다 많은 컨소시엄참여업체를 확보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무려 4백50여개에 달하는 중견 중소기업을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나아가 돌연 대우가 장비공급우선권을 전제로 금호-효성팀에 가세함으로써 1백여기업과 쌍용 한화가 가세한 한솔-데이콤에 비해 백중세내지는 우세를 보이고 있다는자체분석이다. 일부에서는 금호가 비장비제조업체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착실히 갖춘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호남배려」라는 차원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고 있다. 금호-효성에서는 또 한솔-데이콤은 모두 삼성에서 분리되고 LG가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내막이 있어 「삼성-현대및 한솔-데이콤이나 LG 및 한솔-데이콤」에두 장의 티켓이 돌아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은연중 내세우고 있다.물론 기협중앙회도 2만여개의 중소기업을 등에 업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어 사업권결정에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하고있다.◆ [재미보는 외국기업]PCS선정과정이 국내기업에 「전쟁」이라면 외국기업에는 「잔치」다. 기술측면의 제휴에서 사업계획서의 작성에 이르기까지 외국회사들은 폭넓은 행동반경을 보이며 실속장사를 벌이고 있다. 업계에는 현재 미국의 AT&T 아메리테크 GTE등 전화회사와 에릭슨US를 비롯한 장비업체, ADL(아더 드 리틀) LCC 콤서치같은 컨설팅업체, 일본의 NTT등이 이중삼중으로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금호-데이콤진영에 가담하고 있는 한 중소업자는 『외국업체가 하고 있는 작업이 단순한 게 사실이지만 그 단순한 것을 할 수 있는인력도 국내에는 부족한 형편』이라며 『ADL등 컨설팅업체가 해주는 작업은 자신들의 확보하고 있는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관련자료가 찾아다주고 전문가를 알선해주는 작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업계에서는 나아가 『이번 수주전은 외국기업들에는 식전에 먹는애피타이저』정도에 불과하다고 우려한다. 사업권이 결정된 이후에는 장비조달과 설치 서비스초기운용등 본격적인 사업마저 대개가외국업체들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한계적인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정부가 사업권 선정으로 할 일을 끝냈다는 입장이 아니라 『사업자들이 제대로 통신기술과 인력,나아가 중소기업육성을위해 노력하는지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애절한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PCS, 고주파수 대역 사용으로 다양한 서비스의 공간이 생겨개인휴대통신(PCS,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은 수년내에 현재의 이동전화를 대체할 것으로보이는 새로운 이동전화서비스다. 현재의 휴대전화와 구분되는 부분은 음성은 물론 문서나 계산표등 데이터 및 동화상을 주고받을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PCS단말기는 휴대전화기와 팩시밀리 컴퓨터등의 기능을 겸비할 수도 있다. 이는 사용하는 주파수대역이올라가면서 고품질의 서비스를 부가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속 20∼30km의 낮은 속도에서 움직이며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같은 제약은 기술개선을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언제 어디서나 누구나」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현재의 이동전화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PCS에서는 단말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고도 전화를 할 수 있다. 즉 어느 단말기를 들고도 자기의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자기단말기를 들고 통화를 하는 식으로 계산서를 받을 수 있다. 음식점에 들어가 「전화 한 통화하자」고 눈치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같은 기능은 원래 유럽이나 미국같이 국경을 넘거나 지역이 너른 곳에서, 단말기만을 들고 다니는 것도 불편하다고 느낄만한 곳에서 필요한 서비스였다.단말기에서 내보내는 신호기 보다 응집될 수 있기때문에 단말기는작아지고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에는 대다수 의견이 일치하고있다. 단말기가격과 고기능 서비스를 무기로 2010년에는 1천만명이넘는 가입자에 약10조원규모의 시장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그러나 단말기가 싸진다고 기업들의 투자비용이 적게 드는 것은 아니며 시장규모에 대한 각가지 예상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PCS는 통신신호의 분배방식에 따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시분할다중접속(TDMA)방식이 있다. 국내에서는 많은 논란속에서 우왕좌왕한 끝에 CDMA방식을 기술표준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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