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살 '메신저 서비스' 부대 각광

요즘 서울시내에서 가장 빠른 교통수단은 뭐니뭐니해도 오토바이다. 오토바이는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길에서도 자동차 사이사이로쏜살같이 지나간다. 이른바 「메신저 서비스(Messenger Service)」라 불리는 오토바이 특송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것도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라는 신속성 때문이다.메신저 서비스란 오토바이로 서류나 물건을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배달해주는 특송 서비스의 일종이다. 극심한 교통체증과 분초를 다투는 현대인의 생활리듬이 맞물려 생겨난 신종 사업인 셈이다. 기업체를 대상으로 전문적으로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퀵서비스」「스피드맥스」「코리아메신저서비스」등 대략10여개. 시장 주위에서 상인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영업을 하고 있는 영세 오토바이 특송업체까지 합치면 서울시내에만3백20~3백30여개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활동하는 오토바이 특송업체까지 합하면 숫자는 5백여개를 훨씬 넘을 것이라는게 관련 업계의 추산이다. 업체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구체적인 시장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다. 6백억원이다, 1천억원이다 라는말도 들리지만 퀵서비스의 윤진병실장은 『5백억원 이상이라는 말은 너무 과장됐고 2백억∼3백억원 규모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앞으로 2년후에는 5백억~6백억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게 윤실장의 전망이다.오토바이 배송이 등장한 것은 80년대말부터다. 시장 주위에서 용달차 대용으로 상인들의 급한 배달업무를 대행하면서 생겨난 것이 시초였다. 용달차로 운반하기에는 부피가 너무 작은 물건에 대한 배달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장 주변에서 한 두 개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신속성이 오토바이 특송의 가장 큰 매력인데 반해 처음에는 작은 물건을 용달차보다 값싸게 운반해 준다는 것이 시장 상인들의 구미에 맞았던 것이다.지역적으로는 용산전자상가 동대문시장 영등포시장 청계천 등 시장을 중심으로 50여개씩 오토바이 특송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3천3백여개의 전자상가가 몰려있는 용산전자상가 주위에는 컴퓨터배송을 전담하는 오토바이 특송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시장을 중심으로 생기기 시작했으나 오토바이 특송이 각광을 받게된 것은 신속성을 내세운 전문업체들이 나타나면서부터다. 전문 오토바이 특송업체들의 주고객은 대기업이나 언론사 등이며 운반제품도 서류나 작은 견본품 등으로 한정돼 있다. 시장 주위 업체들이오토바이에 싣기에는 부피가 큰 제품도 운반하고 있는데 반해 전문업체들은 20㎏(높이·폭 32㎝, 길이 48㎝)이하의 제품만 배송한다.전문 메신저업체중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퀵서비스. 퀵서비스란회사명 자체가 오토바이 특송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인식될 정도로 가장 널리 알려진 전문업체다. 퀵서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오토바이 숫자는 1백50여대. 서울 마포에 본부가 있으며 일 처리속도를빠르게 하기 위해 종로6가와 강남지역에 지점도 두고 있다. 하루주문량은 1천2백~1천5백건 가량. 주요 거래처만 2천8백여 회사에이른다. 하루 이용자중 기업이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가 개인이용자들이다.퀵서비스는 93년 5월에 설립됐다. 임항신사장이 우연히 일본에 들렀다가 퀵서비스란 상호명의 오토바이 특송업체가 호황을 누리는것을 보고 한국에 돌아와 같은 이름의 회사를 세운게 출발이었다.임사장은 오토바이 10대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수입이 거의 없었다. 하루에 주문이 10건만 들어오면 수입이 괜찮은 편이었다. 게다가 큰 의욕을 가지고 벌인 사업이었지만 그저 그런 영세한오토바이 업체로 남을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다. 좀더 체계적으로사업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시도한 것이 직원들에게 까만색 바탕에 퀵서비스란 글자가 박힌 유니폼을 맞춰준 것이었다. 이 유니폼은 돌아다니는 광고판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단기간에 퀵서비스란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퀵서비스가 오토바이 운전자를 고용하는 방식은 두가지다. 월급제와 자기 오토바이를 가지고 와서 퀵서비스의 일을 한 뒤에 수입의20%가량을 회사에 주는 이른바 지입제가 각각 절반씩이다. 월급제의 경우 운전자가 받는 월급은 1백30만~1백50만원. 지입제일 때는개인의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10만원정도를 번다. 오토바이 운전자의 경력도 다양한데 『국민학교 졸업자부터 경영대학원 졸업자까지 있다』고 윤진병실장은 소개한다. 오토바이 특송업체들은 세금문제 때문에 매출액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직원들의 하루 일당을 고려해 역산해보면 퀵서비스의 일년 매출액은대략 30억원 정도다.퀵서비스는 올초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쌍용화재의 운송보험에 가입, 고객의 물건이 파손되거나 분실될 경우 손해배상을 해줄수 있는 제도를 갖췄다. 다음달에는 자본금 2억원으로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며 일본의 퀵서비스와 정식 업무제휴 계약도 추진중이다. 일본의 퀵서비스는 오토바이 4백50대를 보유한 도쿄 최대의 오토바이특송업체다. 오는 5월부터는 1억4천만원을 들여 컴퓨터시스템을 도입, 단골고객의 명단을 모두 데이터베이스로 입력한다. 좀더 체계적이고 빠른 서비스를 위해서다.◆ 시장중심 호황 누려, 기본요금 5천원퀵서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아직도 영세성을 못 벗어나고있다. 서울시내 3백여개 업체중 90%이상이 오토바이 10대 내외로운영되는 소규모 업체들이고 규모가 크다고 해봤자 30대를 넘지 않는게 보통이다. 회사 운영방식도 대부분이 1백% 지입제로 운영되고있다. 한 사람당 일당은 10만원으로 퀵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이며회사에는 번 돈의 20~30%가량을 갖다준다. 오토바이 특송업체의 또다른 특징은 경영자의 95%이상이 이전에 오토바이를 탔던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마음맞는 후배들 몇 명을 데리고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오토바이 10대 정도의 메신저업체의 하루주문량은 70~1백여건 가량. 일년 매출액은 2억원 정도다.운송가격은 거리기준으로 받는데 보통 기본요금 5천원에 직선거리로 1㎞가 늘어날때마다 1천원씩을 더 받는다. 예를 들어 서울역에서 여의도까지는 6천원, 강남북 사이는 8천~1만원, 서울역에서 김포공항까지는 1만5천원선이다. 휴일이나 오후 8시 이후는 30% 할증된다. 스피드맥스에서 오토바이 메신저로 활동하는박수환주임(28)은 『강남북을 오가는데 10~20분이면 충분하다』며『일반 회사보다 마음이 편하고 자유로워서 이 직업을 선택했다』고 밝힌다. 사고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열심히 뛴만큼 일당이 많아져서 좋다는 것이다. 박주임의 지적처럼 오토바이 특송은 사고가일어날 위험성이 큰데 한 업체에서 한달에 2~3건 정도는 크고 작은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운전자가 다칠 경우 회사에서 얼마간의보상은 해주지만 운전자가 정식직원이 아니라서 보상을 많이 받지는 못한다.오토바이 특송업이 안정성에서 위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적으로 관련 법규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심부름용역으로 분류돼 있을 뿐 오토바이에 대한 규정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오토바이로 냉장고를 나르는 등의위험한 일도 벌어지기 일쑤』라고 스피드맥스의 엄재관 운영실장은지적한다. 일본에는 오토바이 영업에 대한 법규가 마련돼 있으며영업용 오토바이에는 택시처럼 영업용 번호가 주어진다. 안전성을높이기 위해서다. 또 일정한 부피가 넘으면 오토바이로 운반하는것을 막고 있으며 규정을 어겼을 경우 영업허가를 취소하고 있다.건설교통부에서도 뒤늦게나마 오토바이 영업에 관한 규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영세한 업체들이 난립하다 보니 법적으로 「양성화」시켰을 때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고를 냈을때의 보상규칙 등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보상능력이있는 업체 자체가 몇 개 안된다는게 문제다. 또 법적으로 관리할만큼 규모를 갖춘 회사도 얼마되지 않는다는게 당국의 고민이다.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로서는 법규 정비가 빠른 시일내에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엄재관 스피드맥스 실장은 『일반인들이 오토바이하면 폭주족을 연상하는 등 색안경을끼고 보는게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관련 법이 없다보니 오토바이특송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윤진병 퀵서비스실장도 『메신저 업체들이 영업을 중단할 경우 서울시내 물류흐름전체에 큰 장애가 올 것』이라며 오토바이가 특송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토바이 특송은 교통난이 가중될수록 각광받는 사업이다. 당분간 메신저업체는 계속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토바이 영업에 관한 법규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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