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가 경제를 지배해서는 안된다

선거결과는 투표일전부터 전문가들이 예상하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하다. 10년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진다.정책적 관심이 약화되기 쉬운 상황속에서 우리경제는 몇가지 우려할 만한 모습을 보인다. 총선거와 관련한 경기부양책 때문에 다소주춤하던 경기하락은 다시 진행될 것이다. 수출부진과 설비투자부진 및 대중소비의 약화 때문이다. 정부재정지출의 조기집행은 하반기엔 여력이 소진되고 금융완화정책 기조는 물가불안 또는 국제수지악화 때문에 계속되기 어렵게 됐다.물가불안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되던 가격파괴 현상은 한계점에 접근하고 있는 외채문제를 동반하거나 중소제조업과 영세유통업의 도산증가로 연결된다. 거의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은 채산성 악화인데 이는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촉진 현상과 함께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채산성악화, 금융기관의 부실화 가속시켜정치신인의 비중이 높아진 점과 개혁성향이 강한 국회의원이 많아진 점도 국제경쟁시대를 맞는 기업들에겐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여기에 그동안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관리되던 몇가지 경제지표가본래 모습을 드러내기 쉬운 상태에 빠진다. 주가는 엄청난 공급물량을 계속 눌러 놓거나 매수우위의 행정지도, 외국인 투자한도의확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 민간여신은 오히려 줄여야할 것이다.지불준비율을 인하하고 신탁계정자금을 은행계정자금으로 사실상전환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공표된데다 외자유입은 점점 늘어날것이며 이미 풀린 자금도 돌기 시작하면 통화량은 경제운영에 부담을 줄 정도이다.인건비의 지속적 상승, 국제원자재값 상승, 행정 비효율, 물류비상승 등으로 비용상승 압력은 누적되기만 한다. 이쯤되면 체감물가가 아니라 물가지수의 안정도 힘든 과제가 된다.따라서 우리사회는 경제운영에 관련해 몇가지 원칙을 지키는 노력이 요청된다.첫째, 내년 대통령 선거때까지 극성을 부리기 쉬운 정치논리가 더이상 시장경제체제의 왜곡이나 임기응변식의 정책운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민들이 감시하고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단기 인기주의나 희생양을 찾는 조치를 배척해야 후일 고생을 덜한다. 아무리멋있어 보이는 제도개편이나 정책이라도 그 실용적 가치를 엄밀히따지고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과 반드시 비교해 보아야 한다.둘째, 왜곡된 상태로 관리되는 경제지표(주가 이자율 물가 통화량수출)는 미래를 망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제 머지않아 OECD가입을 앞두고 금리인하 환율안정 주가안정의 필요성은 매우 강하지만 자본과 외환자유화 시대에도 그러한 것이 가능토록 금융 및 자본시장의 기반형성에 매진하는 일이 급선무다. 재정긴축 내지 공공부문의 축소를 전제로 한 금융완화, 금융기관의 명실상부한 운영자율화와 책임경영풍토 실현, 회사채시장의 활성화가 그만큼 절실하다.셋째, 미래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인플레진정과 정부재정의건실화등)과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일(공공자료의 공개, 정책의 투명성 제고등)은 아무리 강조해도 필요한 수준에 이르기 어려울 정도이다. 중소기업청은 발족만으론 부족하다. 경영지도 기술지도및기술담보제 확산과 판매망 제공이 이어져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의 계열화 협동화 사업에는 정보화가 전제되는 만큼 범정부기관의 지원이 요망된다.넷째, 공공부문과 금융산업에서의 효율성제고를 위해 조직개편은불가피한데 이를 주도하는 기관장들의 수명은 턱없이 짧게 운영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사회간접자본에의 민간자본 유치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다섯째, 변화의 시대, 이동의 시대일수록 우리사회에는 중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 중심의 역할을 하는 부문은 「신용」을 절대로 필요로 한다. 이해조정과 방향제시에는 능력에 대한 믿음과 도덕성이나 객관성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정책의 일관성, 농산물 식품 약품에 대한 검사강화, 환경오염 예방, 공공물자 구매나사업권부여 등의 측면에서 투명성이 돋보여야 할 것이다.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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