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격차 '하늘과 땅'

국내 자본재 산업은 규모가 영세하고 기술개발투자가 적으며 대일의존이 심각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생산업체보다는 수요업체의 대일의존이 더욱 심하며 이는 정부의 자본재 육성정책이 수요자위주로 이루어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이 국내 자본재 생산(1백25개)·수요(55개)업체1백8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자본재산업실태」는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R&D 비율 3.4% 불과, 낮은 기술 초래우선 종업원이 3백명이상인 대기업이 자본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5%에 불과하다. 4~19명인 소규모기업은 68.8%나 된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투자 비율은 3.4%에 불과해 일본(4.3%)보다 훨씬 낮다. 연구인력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1천명당 연구원이62명인데 한국은 24.5명으로 절반에도 못미쳤다. 산업별로도 전기기계산업의 경우 1백1.8명 대 47.9명이다. 연구원 1인당 연구개발비도 일본은 20만8천7백달러로 한국(7만7천1백달러)보다 2.7배나많다.이같이 낮은 R&D는 일본에 비해 낮은 기술을 초래하고 결국 대일의존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자본재 업체가 보유하고있는 자본설비의 국적을 볼 때 생산업체의 경우 국산이 56.8%로 일본(35.3%)보다 다소 앞서고 있다. 그러나 수요업체는 9.1%만이 국산을 쓰고 있을 뿐 일본(74.5%) 독일(12.7%) 미국(3.6%)등 외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 특히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일본에서 자본재를 들여오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기 때문(생산업체 52.7%, 수요업체 49.1%)으로 나타나 자본재의 국산화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자본재를 국산화하려는 기업의 가장 큰 동기가 일본기계의 대체(53.0%)라는 사실에서도 잘 나타난다. 또 낮은 한국기술(생산업체 33.9%, 수요업체 32.7%)도 수입요인으로 지적됐다.이같은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생산업체보다 수요업체가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생산업체의39.7%가 3~5년안에 일본을 추격할 수 있다고 본 반면 수요업체는6~8년 걸린다는 의견이 30.9%로 제일 많았다. 특히 10년이상 걸린다는 수요업체가 25.5%에 달해 일본과의 격차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자본재를 국산화하는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자금부족(29.9%)이 거론됐으며기능·연구인력부족(25.6%) 기술개발지연(23.9%)등도 지적됐다. 특히 기술개발 속도가 빠른 전자·전기산업은 기술개발지연(50%)이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는 자본재 산업의 국산화자금이지원된 이후 중도에서 중단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있다. 국산화가 시작된 이후 개발이 중도포기된 건수는 지난 94년의 경우 전체의 42.8%나 됐다.◆ 자본재 국산화 저조, 연구개발투자 부족때문이와함께 국산화했더라도 국내업체들이 사용을 기피(50%)하거나 경쟁업체들의 가격인하(38.2%)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본재의 국산화가 늦어지는 이유로는 연구개발투자가 부족하다는게 37.7%로 가장 많았다.정부가 경제개발계획 이후 추진해온 자본재산업육성을 위한 조세감면 및 정책금융지원 등에 대한 평가도 생산업체와 수요업체간에 커다란 편차를 나타냈다. 한마디로 자본재산업 육성정책이 수요기업위주로 돼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개발정책이 중소기업(자본재생산업체)보다는 대기업(자본재수요업체)위주로 이루어져 왔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조세감면·정책금융의 활용여부와 관련, 생산업체의 절대다수인79.7%가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반면 수요업체는 50.9%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효과에 대해서도 생산업체의 69.4%가보통(41.3%)이거나 효과가 없다(28.4%)고 응답했으나 수요업체는47.2%가 효과있었다고 대답했다.모기업과 수급기업의 공동연구개발이나 자본참여를 통한 기술협력에 대해서는 생산업체와 수요업체 모두 유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도움이 된다는 생산업체는 29.7%, 수요업체는 72.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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