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달러 흑자 축내는 대일 적자

「국내수출산업의 핵심이자 주력군」. 지난해 2백80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한 전자부품산업에 따라 다니는 수식어다. 반도체를 비롯,테이프 변성기 PCB(인쇄회로기판) 콘덴서 등의 전자부품은 국내수출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 1천3백여억 달러중 20% 이상을 차지하니 이런 칭송을 받을 자격은 충분한 셈이다.◆ 다중칩콘덴서 등 정부 민간 공동 개발지난해 전자부품업계는 삼성전관 LG전자 오리온전기 등 국내브라운관 3사가 사이좋게 연간 생산량 1천만대를 돌파, 세계 톱10에 진입하는 경사를 맞았다. 또한 삼성전기가 일반 전자부품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전자부품업계로는 세계 8위에 해당된다.그러나 내부를 조금만 들여다 보면 명성만큼 내실이 없다는 것을쉽게 알 수 있다. 반도체와 전자부품 설계기술과 첨단전자공학부품의 수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계속심화되는 추세다.지난해 반도체 전자부품 영상기기 음향기기 등 전자제품의 수입액은 모두 1백40억 달러. 이는 94년보다 40% 가깝게 늘어난 수치다.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0.4%로 0.3% 증가했다. 올해는1백49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부품별로 보면 반도체(90억 달러) 일반전자부품(41억달러) 등이 전체의 94%를 차지한다. 전자부품중에는 CPT(컬러TV용 브라운관) 축전기 자기헤드 소형전동기 저항기 등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나라별로는 일본(56억 달러) 미국(37억 달러)이 전체의70%를 차지한다.◆ 98년까지 부품국산화 45% 달성수출액과 수입액을 단순 비교하면 분명 1백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실현했다. 그러나 유독 일본에 대해서만은 적자다. 39억 달러 수출에 56억 달러 이상을 수입, 결과적으로 17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셈이다.지난 94년에도 전체적으로는 1백30억달러의 흑자였지만 일본한테는4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같은 적자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고 구조적이라는데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이같은 대일무역적자는 엔고의 영향과 핵심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서 기인한다.사실 국내전자부품산업은 가공 조립 등의 생산기술과 주변기술은선진국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기본설계나 시스템기술 등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크게 낙후됐다. 컴퓨터 제어계측 전자제품 반도체 등 국내 전자산업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30∼60%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 부품과 설계기술을 도입하다 보니 무역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재계와 정부는 전자부품의 대일역조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남다른노력을 경주해 왔다. 반도체조립검사장치, 대용량HDD, 비선형영상편집기, 휴대용종합단말기, 무인과속차량시스템, VOD용 ATM교환기등을 정부의 집중육성 품목으로 선정됐다.특히 재계는 핵심부품 개발에 95년부터 오는 98년까지 총 2백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초고주파전원변환장치, 다중칩콘덴서 등 5개 과제를 집중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5%에 못미치는전자부품 국산화율이 45%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현재 전자부품기술 자립에 대한 기업의 의지는 국내전자업계 부설연구소가 전체 기업부설연구소의 40%인 8백여개인 것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R&D에 투자한 돈만 해도 1조8천억원에 달한다.기업들이 핵심기술 개발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만큼 미진한 정부지원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소리가 높다.『지난해 자본재 전략품목 지원업체로 결정됐지만 융자금액이 너무적어 올해 다시 신청했다.』계측기 생산업체인 (주)덕인 신 인 차장은 「정부의 자금지원이 너무 적어 중소기업 연구활동에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실질적인도움이 되게끔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은행에서 여전히 담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자본재 전략품목 연구개발업체로 선정되는 이득이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육성대책발표와 실제지원책이 「따로국밥」처럼 별도로 돌아간다는 지적이다.지난해 전자부문의 전략품목개발업체로 선정된 업체의 한 임원도『금액도 문제지만 통산부의 자본재 산업육성책이 기존의 전자산업진흥정책과 별반 달라진 것도 없는데 뭔가 새로운 것처럼 호들갑만떨고 있다』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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