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2위권 부상…‘2008년 정상에 설 것’

“2008년까지 은행부문 1위, 시가총액 5위로 등극하겠다.”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해 선언한 비전이다. 비전을 이루기 위한 액션플랜이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다.지난 4월1일 통합 신한은행은 출범 기념식을 갖고 새출발했다. 지난해 말 은행명과 존속법인이 결정된 뒤 올 초에는 신상훈 초대 통합 은행장이 선임됐다. 이제 신한은행은 총자산 163조원의 메가톤급 은행으로 부상, 업계 2위로 우뚝 올라섰다. 총자산 기준 1위인 국민은행(197조원)의 바로 뒤를 잇게 됐고 3위인 우리은행(140조원)을 앞질렀다.‘뉴뱅크’(New Bank)인 통합 신한은행의 직원수는 1만1,000명을 넘어서게 됐다. 지점수도 총 946개로 국민은행 1,097개를 바짝 뒤쫓았다. 고객수 또한 1,350만명에 달한다.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과정은 지난 2003년 6월 당시 김진표 경제부총리의 중재로 체결된 노사정 합의서에서 출발했다. 그뒤 같은 해 9월 조흥은행이 신한금융그룹의 계열로 편입되면서 사실상 한 배를 타게 됐다. 지난해에는 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하며 은행명과 존속법인을 선택했고 올 들어서 초대 통합 은행장이 결정됐다. 이어 통합 신한은행의 임원, 부서장 인사가 이뤄졌고 조흥은행 카드사업부문이 신한카드로 분할·합병됐다. 사실상 통합작업은 마무리된 것이다. 4월1일 출범식 뒤에는 조흥은행의 간판교체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오는 10월 전산망이 합쳐지면 통합작업이 끝나게 된다. 두 은행은 일어날 수 있는 혼란을 미리 막기 위해 올 초 두 차례 모의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기업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즉시 합병하는 일반적 사례와 달리 신한은 2년 동안 공동경영 기간을 거쳤다. 준비과정을 충분히 거치며 점진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충격이 최소화됐다는 평이다. 신한은행은 단순한 기계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중시했다. 덩치만 큰 은행을 만드는 게 아닌 두 은행의 장점과 잠재력을 최대한 살려 합병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했다.신한과 조흥은 ‘선통합·후합병’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서로 다른 두 조직의 이질적인 요소를 하나로 만든 뒤 유기적 통합을 완성했다. 이 같은 ‘선통합·후합병’ 방식은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금융통합모델로 자주 거론되곤 한다. 영국 로이드와 TSB 합병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로이드는 ‘고객 동의 없이 자산을 이관할 수 없다’는 영국 당국 규제에 묶여 있었다. 당장 합병할 수 없었던 두 은행은 ‘로이드-TSB그룹’이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그 직후 3년 동안 긴밀한 통합작업을 거쳐 공동이익을 창출하는 화학적 통합을 이뤄냈다.신한금융그룹은 후발은행으로서 거침없는 성장을 거듭해 온 신한은행과 100여년 역사를 가진 조흥은행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이 같은 방식에 주목했다. 일단 공동경영이라는 준비기간에 ‘원뱅크’(One Bank)와 ‘뉴뱅크’(New Bank)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나갔다. 두 조직의 부서·마케팅·영업·고객서비스 통합에 그치지 않고 두 은행간 문화적 차이 극복을 위한 감성통합에 이르렀다. 통합을 토대로 고객군에 적합한 채널전략을 펼치게 됐다. 은행뿐 아니라 카드·증권·보험이 하나 된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통합만 달성한다고 리딩뱅크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미래 환경 변화와 고객 욕구 변화에 맞춰 실시간으로 은행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인 체제 변신, 즉 은행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통합 신한은행은 2008년 은행부문 1위에 그치지 않고 금융그룹 1위에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일찌감치 2001년 지주회사로 체제를 전환한 신한금융은 신한·조흥 통합을 바탕으로 종합금융 서비스의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규모의 경제 달성’과 ‘시너지 구조 창출’이라는 경쟁력을 갖췄다. 하나의 채널에서 은행과 증권·카드·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원포털’ 전략이 가능해진 셈이다.이재우 신한금융그룹 상무는 “통합 신한은행 출범과 더불어 앞으로 LG카드 인수 등 지주사 본연의 역할에 보다 충실할 전략이다”며 “2008년 세계 수준의 역량과 시스템을 갖춰 명실상부한 한국 금융시장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2008년 은행부문 1위, 증권 2위, 카드 3위 등 국내 1위 금융그룹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신한금융그룹은 2010년까지의 중장기 전략 또한 세웠다. 우선 2008년의 비전인 국내 금융시장 1위를 달성한 뒤 ‘2010년까지 월드클래스(World Class) 금융그룹 도약’을 이루겠다는 야망이다. 단계를 하나씩 밟으며 날아오르겠다는 얘기다.2008년 금융그룹 1위에 오르기 위해 2006년, 2007년의 과제도 새롭게 세웠다. 2007년까지는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시장 위상 강화’를 목표로 뛰고 있다. 이를 위해 개별 사업라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적으로 시너지효과를 내며 균형적인 종합금융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다른 금융회사와 차별화된 역량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마켓 리더로서 새로운 금융모델을 정립할 계획이다. 체계적인 리더십 프로그램 구축 등 핵심역량도 업그레이드한다.신한금융그룹은 중장기 비전의 새로운 출발점인 2006년의 전략목표를 ‘제조와 유통의 균형적 성장을 통한 새로운 신한금융그룹(New SFG) 창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먼저 통합과정을 성공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통합은행의 영업역량을 보존, 강화하기 위해 고객이탈 방지 프로그램에도 신경 쓰고 있다. 통합은행 브랜드를 널리 알리며 리딩뱅크로서의 시장 선도지위를 조기에 확보하려 한다.‘새로운 신한금융그룹’을 위해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증권·카드를 포함한 모든 비은행 자회사는 각 시장영역별 특성과 스스로의 강·약점을 분석해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게 된다.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다. 특히 비은행 자회사의 그룹 기여도를 지난해 11%에서 크게 높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한금융그룹에 신규 편입된 신한생명과 올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증권, 자산운용 부문에 기대를 싣고 있다. 매출이 회복되는 신용카드 부문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밖에도 은행, 비은행 부문 각 자회사별로 관리되던 고객정보를 하나로 통합, 축적하는 데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그룹의 ‘리더십 체계’ 정립도 비전 달성을 위한 2006년의 과제다. 이를 위해 인적자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교육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조직역량은 대내외 환경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원동력이 돼서다. 이 같은 비전을 직원들이 공유하도록 신한금융그룹은 사내 위성방송인 SBN(신한위성방송)을 개국하기도 했다. SBN은 통합 은행 출범식 전날인 지난 3월31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월례조회와 은행행사 등을 전국에 생중계하며 경영진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게 된다.1등 금융그룹 도약이라는 비전과 함께 6대 중장기 과제 또한 추진하고 있다. 6대 과제는 전통적인 은행업을 초월한 종합금융 서비스, 금융파트너로서 사회공헌, 미국 씨티그룹을 능가하는 글로벌 전문인재 육성, 세계수준 금융모델 정립, 미국 GE 수준 주주가치 극대화 등이다.이인호 신한금융그룹 사장은 “신한·조흥의 원만한 통합 진행보다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2006년을 새로운 신한금융그룹 창출의 원년으로 선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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