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령로별 다양한 '대항마'로 반격

최근 화장품업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마케팅 전략은 유통경로별 브랜드 다변화이다. 각 유통망에 알맞은 가격대의 제품을 내세워 판매경로를 확장함으로써 전체 실적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신유통망으로는 슈퍼마켓 및 편의점과 신방문판매(직접판매제도 혹은 다단계 판매)를 들 수 있다. 슈퍼마켓 및 편의점에서는 젊은층을 대상으로한 대중적인 제품을, 신방문판매를 통해서는 30대 이상의 주부를 대상으로한 고가제품을 판매하고 있다.유통망을 다양화함으로써 할인점에 의존해왔던 기존 체질을 변화시키겠다는게 화장품업체의 궁극적인 목표다.슈퍼마켓과 편의점은 지난해부터 새로운 화장품 판매처로 각광받기시작했다. 슈퍼마켓을 화장품 판매장소로 부각시킨 장본인은 제일제당이다. 제일제당은 94년 11월에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의 화장품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할인점과는 다른 유통망을 개척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유통망을 차별화하지 않고서는 기존 화장품업체의 텃세에 눌려 제대로 시장에 정착할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새로운 유통망으로 제일제당이 선택한 장소가 슈퍼마켓이다.제일제당의 슈퍼마켓 공략 전략은 적중, 지난해 식물나라란 브랜드의 기초화장품으로만 1백30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수 있었다. 제일제당은 슈퍼마켓용 화장품인 식물나라가 인기를 끌자 초기의 5종류를 올해 23종류로 늘렸으며 올 하반기에는 색조화장품까지 개발,슈퍼마켓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판매망도 초기의 2천여개에서 현재1만여개로 늘어났으며 올해 말까지는 1만4천여개로 확장될 것으로보인다.제일제당의 뒤를 이어 슈퍼마켓용 화장품을 개발한 회사는 태평양과 LG화학이다. 태평양은 올 3월에 쥬비스란 브랜드의 슈퍼 전용제품을 새로 선보였다. 쥬비스는 스킨 로션 등 8종류의 기초화장품을 포함하고 있다. 쥬비스의 주요 소비자층은 20~30대초반의 여성이며 이 소비자층에 맞춰 가격대도 6천8백~9천9백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LG화학도 3월말 오데뜨란 이름으로 슈퍼마켓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초화장품 8종류로 시작했는데 조만간 색조화장품까지 내놓을 계획이다.식품이나 각종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슈퍼마켓이 갑자기 화장품 구입장소로 각광받게 된 것은 화장품의 주판매망인 할인점이 과당경쟁으로 흔들리면서 새로운 유통망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화장품업체들은 실용적인 소비를 선호하는 신세대와 알뜰한미시족 주부를 공략하는 최적의 장소로 슈퍼마켓을 선택했다. 슈퍼마켓용 화장품의 가격은 할인점에서 팔리는 화장품 권장소비자가의50%에 불과하다. 슈퍼마켓용 화장품의 경우 가격은 할인점 제품보다 저렴하지만 실제 남는 이익은 매한가지다. 예를 들어 권장소비자가 1만8천원짜리 화장품이라도 할인점에서는 30~40%정도 할인돼1만8백~1만2천6백원으로 팔린다. 슈퍼마켓용 화장품은 보통7천~1만원 사이지만 정가대로 판매된다. 실질적인 판매가격은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슈퍼마켓용 화장품시장은 지난해 7백억원 규모로 전체 시장의 4%를 차지했다. 그러나실용적인 소비행태가 일반화된 외국의 경우 슈퍼용 화장품이 전체시장에서 점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외국과 비교해볼 때 슈퍼용화장품시장의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셈이다. 올해 슈퍼용 화장품시장은 약 1천억원대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신방문판매도 각광받고 있다. 원래 방문판매는 가장 고전적인 화장품 판매방법이었다. 방문판매란 화장품 아줌마들이 가방을 가지고다니며 가정을 방문, 주부들을 대상으로 화장품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80년대 중반까지 화장품 유통의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바뀌고 직장여성이 늘어나면서 방문판매는 서서히 축소됐다. 방문판매가 신방문판매란 이름으로 다시 환영받기 시작한 것은 90년에 코리아나화장품이 외국의다단계 판매를 본 뜬 판매방식을 도입하면서부터다. 신방문판매란본사가 지부 판매팀장 판매사원 등의 조직을 두고 판매사원이 직접소비자를 방문, 상담해 주면서 제품을 팔도록 하는 기법이다. 신방문판매는 한 때 피라미드 판매로 오인받아 위축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화장품회사들이 도입,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할인점 과당경쟁으로 신유통망 필요성 대두태평양의 경우 고가품인 리리코스와 베리떼, 보디 전용제품인 크리나이프, 민감성 피부전용 제품인 스킨피아 등을 신방문판매 전용제품으로 내놓고 있다. 코리아나는 끄레쥬 퓨어셀 지베크 등과 수입화장품인 이브로셰를, 한국화장품은 베아트와 세르젬 컨티뉴 메이몽 등을, 한불화장품은 프랑스 직수입품인 라소무와와 리에락을신방판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풀무원의 경우 지난해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면서 아예 유통경로를 신방판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신방판은 판매사원이 고객을 직접 만나 제품을 판매하고 계속 고객과연락을 취하면서 미용상담을 해주기 때문에 단골고객을 안정적으로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소비자로서는 가격이 비싼 대신 피부상담을 받을 수 있고 마사지 이용권도 얻는 등 각종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선호하는 편이다. 신방판 시장은 94년 1천3백억원 규모였으며 지난해에는 2천5백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52% 증가한3천8백억원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3천8백억원은 전체 화장품시장의 14%에 달하는 규모다.유통경로 다양화와 함께 회사 이미지를 높이는 고급품 개발도 최근화장품 회사의 시장 공략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LG화학은 신방판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이자녹스라는 고가품을 선보였다. 이자녹스는 백화점 및 LG화학과 별도의 계약을 맺은 전국의 2천여개 전문점에서만 판매된다. 물론 할인하지 않고 정찰판매만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이자녹스가 정찰판매만 하는 정가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외국 모델을 등장시킨 광고를 내보내는 한편 스카프 등 고가의 판촉물과 미용서비스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나드리화장품도 독일계 화장품회사인 코티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고가품을 개발하고 이 제품 판매만을 전담할 대리점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코티사의 자문을 받아 개발한 제품과 코티사로부터 수입한 제품만을 판매하는 대리점 조직을 프랑수아대리점이라고 명명하고 지난달초부터 본격적인 대리점 모집에 들어갔다.국내 화장품업체 사람들은 흔히 『국산화장품은 질에 있어서는 수입화장품과 별반 차이가 없다』(태평양화장품 관계자)고 말한다.오히려 품목에 따라서는 외국화장품보다 품질이 우수한 것도 많다고 지적한다. 국내 화장품회사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단지 브랜드이미지에서 수입화장품에 밀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화장품업계가뒤늦게나마 유통망을 정립하고 이미지 제고를 위한 브랜드 개발에나선 것은 결국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물론 수입화장품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의 유통경로별 브랜드 다양화를통한 「이미지 업(Image Up)」전략 성공 여부에 국내 화장품산업의흥망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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