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돈' 대기업 '팀' 창단 붐

『또 이겼어』. 요즘 현대그룹 직원들은 그룹프로야구단 「현대유니콘스」의 승전보를 출근인사로 대신하며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근무시간중 짬을 내 승전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나름대로 분석을 하는등 직원들은 프로야구얘기로 시간가는줄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태평양그룹에서 인수한 현대유니콘스야구단이 연승행진을 벌이고 있어 신바람이 저절로 나기 때문이다. 인수당시 그룹경영진과 직원들의 바람은 탈꼴찌. 그러나 현대유니콘스는 이런 예상을 깨고 해태타이거스, 삼성라이온스 등 내로라 하는 강팀들을 연파하며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현대그룹의 스포츠승전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장인 정몽준현대중공업고문이 일본과의 치열한 경합끝에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를 유치,경사가 겹쳤다. 비록 한일공동개최지만 정고문과 그룹이 합작으로 총력전을 편끝에 이를 따냈다는 점에서 현대그룹직원들은 남다른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부어도 거둘수 없는 기업이미지제고효과를 이 두가지 스포츠 경사가현대그룹에 안겨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기진작 부수효과 등 ‘꿩먹고 알먹는다’현대그룹의 예에서 보듯 기업들에 있어서 스포츠는 스포츠 그 자체가 아니다. 일종의 비즈니스이다. 스포츠팀 하나를 운영하는데 막대한 돈이 들어가지만 기업에 돌아오는 반대급부는 돈으로 환산할수 없을 정도다. 스포츠팀 운영은 승패를 떠나 엄청난 광고효과를안겨줄 뿐만 아니라 기업이미지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사기진작등 일체감조성에도 한몫을 하는 것은 물론 투자액에 대한 세금감면혜택을 받는등 「꿩먹고 알먹고」가 바로 기업의 스포츠팀 운영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대기업들은스포츠팀창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투자가치와 광고효과가 높은 프로팀창단 및 진출에 관심이 높다.스포츠팀 운영에 정열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그룹은 삼성그룹과 현대그룹. 삼성그룹은 지난해말 프로축구단(삼성블루윙스)과 남자배구단을 잇달아 창단했다. 이로써 삼성그룹은 모두 10개의 프로와아마스포츠팀을 거느리게 됐다. 일년 운영경비는 3백60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프로축구팀출범에 맞춰 운동팀을 통합관리하는 「삼성스포츠단」을 확대개편,스포츠단독립법인을 발족하는 방안을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시너지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이다.경기단체장은 이건희그룹회장이 지난 83년부터 레슬링협회장을 맡아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필곤삼성물산부회장은태권도협회장,안덕기삼성엔지니어링사장은 승마협회장을 각각 맡고있다.현대그룹은 스포츠팀운영규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말 태평양돌핀스를 인수, 모두 16개의 팀을 보유한 거대스포츠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축구 야구 양궁 탁구등 거의 전종목에 걸쳐 운동팀을 운용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이처럼 다양한 종목의 운동팀을거느리게 된 것은 정주영명예회장의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관심 때문이다. 타고난 강골로 젊었을적 직원들과 씨름을 마다하지 않았던정명예회장은 그룹의 이미지제고와 직원들의 사기진작에는 스포츠가 최적이라며 계열사마다 한팀씩을 운영하도록 그동안 기회있을때마다 강조해왔다.현대그룹의 스포츠에 대한 높은 관심은 그룹의 이미지제고에 바로연결되는 성과를 거뒀다. 정명예회장 자신은 일본을 제치고 88올림픽을 유치한데 이어 아들인 정몽준현대중공업고문은 2002년 월드컵대회를 유치,부자대업(父子大業)의 신화를 창조했다.◆ 현대그룹, 16개팀 운영 최대 ‘스포츠그룹’현대그룹은 경기단체장도 가장 많이 맡고 있다. 정세영현대자동차명예회장이 수상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는 것을 비롯, 정몽구그룹회장이 양궁협회장, 정몽준현대중공업고문이 축구협회장, 이현태현대석유화학회장이 야구협회장, 이내흔현대산업개발사장이 역도연맹회장, 유인균고려산업개발사장이 씨름연맹회장, 박세용현대상선사장이 수영연맹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스포츠마케팅을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기 위해 계열사별로 분산 운영되고 있는 현 시스템을 한곳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현재 검토중』이라고 말했다.LG그룹은 스포츠팀운영규모면에서 현대와 삼성그룹에 뒤지지만 가장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축구 야구 씨름등우리나라 3대 프로 종목에 다 진출해 있으며 남자농구팀도 내년에발족,프로화에 대비할 계획이다. LG그룹은 80년대후반 그룹중에서는 처음으로 「LG스포츠단」을 발족,스포츠를 통한 비즈니스에 일찍 눈을 떴다.LG그룹이 현재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뚝섬돔구장건설.약 4천억원 정도가 들어가는 이 사업을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 추진하고있다. LG는 돔구장을 프로야구의 전용구장으로 활용,수익다각화등본격적인 스포츠비즈니스에 나선다는 복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LG는 돔구장건설과 관련, 이미 마스터플랜을 마무리해놓고 있는 상태지만 서울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이다.◆ 과열경쟁·인기종목만 투자등 폐단올해 실업농구단을 창단,스포츠영역을 넓힌 대우그룹은 인기절정인프로야구진출을 위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광고효과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쌍방울레이더스」인수설은 그냥 흘러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관계자는 『프로야구 진출을 위해 쌍방울레이더스를 인수하는 방안을한때 검토했었다』며 협상과정에서 인수금액등이 걸림돌로 작용,무산됐다고 말했다. 대우그룹이 프로야구에 진출할 경우 프로야구는재벌들의 경연장이 된다.대우는 이와함께 윤영석그룹총괄회장이 요트협회,장영수(주)대우건설부문회장이 펜싱협회를 맡아 이끌고 있다.선경그룹은 5대그룹에 속하면서도 스포츠팀운영에 다소 소극적인면을 보이고 있다. 축구 배구 야구 3개종목만을 단촐하게 운영하고있으며 경기단체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룹임직원들도 없다. 한화그룹은 프로야구단만을 운영하고 있으며 김승연회장은 복싱연맹회장직을 맡고 있다.비록 5대그룹은 아니지만 비인기종목에 과감히 투자,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그룹들도 상당수 된다. 쌍용 코오롱 한진그룹 등이이에 속한다.쌍용그룹은 남녀유도팀을 운영, 소속선수들이 올림픽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그동안 그룹이미지제고에 유용하게 활용해왔다.이번 애틀랜타올림픽대회에는 소속선수 5명이 대표팀으로선발됐다.쌍용그룹은 김성곤선대회장이보성전문학교(고려대전신)시절 유도선수로 활동한 인연이 있어 유도팀을 창단했다. 이동찬명예회장이 골프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코오롱그룹은 남녀마라톤팀을 창단,한국마라톤중흥의 견인차역할을했다. 바르셀로나올림픽대회에서 황영조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을때 코오롱그룹 이미지는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그 감격은 아직까지국민들의 기억속에 살아있다. 이밖에 동아그룹과 한진그룹은 남녀탁구단을 창단, 한국탁구가 중국과 쌍벽을 이룰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대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스포츠운용은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지만 이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찮다.과열경쟁에 따른 선수스카우트파문이 우선 문제다.지난해 배구팀창단을 놓고 삼성과 LG그룹이 이전투구를 벌이며 신경전을 펼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재벌그룹들은 좋은 선수를 서로 스카우트하기 위해 수억대의 연봉을 제시, 국민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직원들이 몇십년 벌어야 할 돈을 우수선수 한명 스카우트하는데 쓰고 있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선수스카우트비는 적절한 선에서 조절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대기업의 스포츠팀운용이 야구 축구 농구 등 일부 인기종목에 편중돼 있는 점도 시정돼야 한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목전의 이익에만 급급한 나머지 인기종목에만 집중투자,육상등 기초종목선수들은현재 설자리가 없는 상태다. 남녀핸드볼과 하키가 올림픽대회에서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선수들은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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