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은 소우주, '삶 그 자체'

배트걸(Bat Girl) 이승희씨(20). 건국대학교 축산가공학과 1학년에재학중인 이씨는 LG트윈스의 홈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빠짐없이 잠실야구장을 찾는다. 1루측 덕아웃옆에 서 있다가 LG타자들이 안타를 치고 누상에 나가거나 범타로 물러나면 재빨리 야구 배트를 들고 오는 여자가 바로 그녀다. 친척의 소개로 시즌 첫경기부터 배트걸 아르바이트에 나선 이씨가 받는 일당은 2만 6천원. 하루 5시간내내 서 있어야 하는 일치곤 적다고 느낀다.이렇게해서 이씨가 한달에 버는 돈은 월 평균 30만원. 이 가운데절반 가까이는 영어학원비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이런 저런 용돈으로 쓰인다. 마음 크게 먹고 옷이나 장신구를 산다는 것은 엄두도못낸다. 다만 학원수강료를 스스로 조달하는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질 때는 있다. 이번 시즌동안 LG구단측과 배트걸 계약을 한 이씨는 LG 홈경기가 TV로 자주 중계되는 바람에 학교에서도 얼굴을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쑥스러워한다. 또 속모르는 친구들은공짜로 야구경기도 즐기고 유명한 스타플레이어들도 옆에서 지켜보니 얼마나 좋겠냐고 말을 건네기도 한단다.◆ 용역회사 소속 아르바이트 일당 적다이씨는 야간경기가 끝난후 1시간 이상 걸리는 집에 돌아갈 때가 제일 곤혹스럽다고 한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해 주시는 편. 또한 최근 LG트윈스의 성적이 부진한 것도 이씨를 안타깝게 한다. 지난해보다 성적이 떨어진것이 자기가 배트걸을 맡은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괜한 생각도 해보곤 한다. 그러나 곧 선수 개개인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곧 상위권에 진출할거라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본다. 이씨는LG선수중에는 근면 성실하게 시합에 임하는 송구홍선수를 제일 좋아한다고.1만8천여평의 시설면적과 3만여명의 수용능력을 갖춘 잠실야구장.지난 82년 세계야구선수권 대회를 위해 총1백26억원을 들여 건설됐다. 지금은 프로야구 LG트윈스와 OB베어스의 홈구장이기도 하다.프로야구가 인기스포츠로 발전하면서 이 잠실야구장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야구장에서 직접 뛰는 프로야구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승희씨같은 아르바이트생이나 야구경기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 치어리더 등이 스포츠를 통해 일감을얻는다.잠실야구장 「게이트 37」옆에는 응원할 때 필요한 「짝짝이」나「스틱풍선」 등을 판매하는 간이가판대가 설치돼 있다. 광운대 정보처리학과 1학년에 재학중인 김순화씨는 이곳에서 3주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잠실야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의 소개로일하게 됐다는 김씨는 하루 6시간씩 근무한다. 김씨 역시 LG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나와서 판매한다. OB베어스와 잠실야구장을 같이사용하기 때문에 일주일당 근무일수는 3일. 일당 2만5천원에 불과하지만 한푼이라도 벌어 2백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에 보태려고 한다. 연장전에 들어간 야간경기일 경우에는 같이 근무하는 언니들이먼저 들어가도록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귀띔한다.남학생들도 잠실야구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주로 경비나 매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경기대 지역개발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정모씨. 정씨는 「경월」이란 용역회사 소속으로 잠실야구장을 찾는 관람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친구 소개로 4월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씨는 방학동안은 야구경기가 없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잠실야구장으로 출근한다. 경월이 LG와 OB구단을 대신해서 잠실야구장의 경비용역업무를 대행하기 때문이다. 하루 6시간에서 8시간 정도 근무하고 1만9천5백원의 일당을 받는다. 배트걸이나 매점 아르바이트생보다도적다. 배트걸 등은 LG트윈스 구단으로부터 직접 아르바이트비를 받는 반면 정씨는 용역회사 소속이라 용역회사 몫이 제외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씨는 업무시간에 비해서 보수가 적어 방학이 끝나면 그만 둘 생각이다. 두달치 월급을 받았지만 방학전이라 20만원도 채 안된다고 한다. 주로 담뱃값이나 교통비 등에 사용했다.정씨는 야간경기때 술주정하는 손님들을 달래는게 제일 힘들다고 말한다.현재 잠실야구장에는 정씨처럼 경월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30~40명에 이른다. 이들중 90% 이상이 아르바이트생이다. OB와 잠실야구장의 경비용역비를 분담하고 있는 LG트윈스는 연간 9천만원 정도를경월에 지불한다고 밝혔다.이들 아르바이트생들과 달리 잠실야구장이 유일한 생계 터전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치어리더.◆ 치어리더 수입 70만~1백20만원 선현재 LG트윈스의 응원을 이끄는 치어리더들은 모두 6명. 모두 20대초반의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들이다. 정미정씨(23)는 이들 6인조치어리더중의 중간내기로 강렬한 율동으로 LG팬들의 흥을 북돋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싶어 치어리더를 지망했다는 정씨. 하지만 시합 2시간전에 경기장에 도착해서 3시간정도를 춤추고 나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힘이 드는 일이다.그래도 춤을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치어리더 생활을 하고싶단다.경력이 2년 좀 넘는다는 정씨는 자신의 정확한 수입을 밝히길 꺼려했다. 다만 치어리더들의 평균 수입인 70~1백20만원 사이라고만 전한다. LG트윈스는 이들 6인조 치어리더에게 연간 1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지불한다고 밝혔다.잠실야구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중 가장 많은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프로야구선수들. 관객들의 환성과 찬사를받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난도 감수해야하는 이들이야말로 잠실 야구장의 최대 수혜자들이다. 프로야구선수 13년차인 LG 트윈스의 투수 정삼흠 선수도 그중의 한명. 김용수 한대화 선수 등과 함께LG트윈스 최고참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정씨의 연봉은 지난해 8천5백만원에서 올해 9천만원으로 5백만원인상됐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큰 액수지만 자녀교육비 보험료 노후대책비 등을 생각하면 결코 많지 않다고 강조한다. 세금으로만1천만원 넘게 지출된다. 62년생이기 때문에 고액을 만져볼 수 있는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정씨는 프로야구계에서 13년간 선수생활을 했지만 큰 돈은 벌지못했다고 토로한다. 18평 아파트 한채와 현재 살고 있는 전셋집의보증금 8천5백만원이 전부. 그렇다고 씀씀이가 헤픈 것도 결코 아니었다. 계약금 1천8백만원에 연봉 1천2백만원을 받고 입단했지만 25% 상한선에 걸려 큰 돈은 만져보지 못했다.그래서 최근 억대 계약금을 받는 후배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고한다. 하지만 계약금 보다는 연봉 위주로 계약이 체결됐으면 하는바람을 피력한다. 성적이 좋으면 2천만원에서 8천만원대로 대폭 인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쉽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구단의 현실을 모르는 그도 아니다. 그래서 입장수입이외에 다른 수익사업원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기업홍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적자가 아니라고 합니다만 그렇다고언제까지 이런 상태에 안주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선수와 구단 야구팬들 모두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부대수입원을 개발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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